▲ 윤희성 기자
▲ 윤희성 기자

[에너지신문] 원유(crude oil) 가치를 끌어올리려는 산유국의 담합에 미국마저 발을 담갔다.

세계 2위, 3위 산유국인 사우디와 러시아는 현재 원유가 하루에 2500만 배럴 초과생산되고 있다고 판단하고 공급을 줄이기 위해 담합을 주도해왔다.

산유국 담합은 멕시코가 협조하지 않으면서 결론에 도달하지 못했지만 미국이 멕시코의 흑기사를 자처하면서 지난 11일(한국시간) 산유국 카르텔(cartel)을 완성시키고 말았다.

세계 1위 산유국인 미국이 하락한 원유가격을 환영하진 않겠지만 셰일혁명으로 원유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변신한 이후 2016년부터 원유 공급과잉을 일으키고 사우디와 러시아를 위기로 내몬 장본인이 이번 담합의 해결사가 된 것은 다소 당황스러운 일이다.

2015년 12월, 미국이 원유 수출국을 선언한 후 국제유가는 배럴당 80~100달러에서 20달러대로 곤두박질쳤다. 당시에는 코로나 바이러스처럼 수요에 악영향을 미치는 변수가 없었기에 글로벌 에너지기업들이 최근처럼 피해를 보지 않았다.

2016년 급락한 원유 가격을 끌어올리기 위해 희생한 것은 사우디와 러시아였다. 당시 양국은 원유 생산량을 줄였고 그만큼 시장점유율을 잃었다.

미국이 사우디, 러시아와 함께 계속해서 담합을 할지는 미지수다. 사우디와 러시아는 전체 산유국이 줄여야 할 원유의 양에 대해 구체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있고 이에 따르면 주요 산유국은 향후 2년간 계속해서 감산을 해야 한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코로나로 위기에 빠진 자국의 에너지기업을 돕기 위해 전략비축유 확대를 여러 방법 중 하나로 설명한다. 5억7000만 배럴의 원유를 저장할 수 있는 미국의 전략비축유는 세계 최대 원유 소비처 중 하나로 미국은 전략비축유 확대만으로도 내수시장의 원유 공급과잉은 다소 해결할 수 있다.

그동안 미국은 원유의 최대 소비국이었지만 OPEC이 주도하던 산유국 카르텔의 방관자 또는 숨은 조력자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었다. 이번에 미국이 산유국 담합에 적극 나선 것은 카르텔을 스스로 구축하거나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다는 신호로도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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