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희성 기자.

[에너지신문] 국제유가가 4년 만에 다시 배럴(barrel, 158ℓ)당 20달러대로 내려앉았다. 국제유가 하락 원인은 사우디, 러시아가 독주하던 원유(crude oil) 수출시장에 미국이 등장했기 때문이다. 

2008년 시작된 셰일러쉬(Shale Rush)로 미국은 2015년 원유 수입국에서 수출국으로 자국 에너지정책을 전환했다. 미국이 원유 수출국이 된 2016년에도 50달러대를 간신히 유지하던 국제유가는 20달러대로 순식간에 추락했었다. 

2016년 1월 8일 중동산 원유의 기준가격인 두바이(Dubai) 원유 가격은 배럴당 27.96달러였다. 당시 싱가포르에서 현물로 거래된 두바이유 가격은 전일보다 2.80달러 하락하면서 30달러 선 아래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해 1월 14일에 26.49달러, 1월 19일에 24.65달러까지 떨어지면서 2003년 이후 최저 가격에 거래됐었다. 당시 미국 서부 텍사스산 원유(WTI)도 1월 22일 29.53달러에 거래되며 30달러 아래로 가격이 떨어졌고 2월 11일 27.45달러까지 하락한 뒤 반등했다.

미국이 원유 수출시장에 등장하자 사우디와 러시아는 자국의 원유 생산량을 줄여 국제유가를 60달러 수준까지 끌어올렸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수장인 사우디와 非OPEC의 러시아가 한 배를 타면서 'OPEC+'라는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원유를 팔아 먹고사는 사우디와 러시아는 각각 배럴당 80달러대와 50달러대로 국제유가가 유지되기를 희망한다. 원유 외에는 팔수 있는 자원이 없는 사우디는 왕정 유지에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기 위해 배럴당 80달러 수준으로 국제유가가 유지되기를 희망하고 천연가스라는 자원을 유럽에 파이프라인으로 독점공급하는 러시아는 정권 유지에 배럴당 50달러대의 국제유가가 필요하다고 자체적으로 판단하고 있다.

2016년에 국제 원유 수출시장에 등장한 미국은 최근에 사우디와 러시아의 밥그릇, 중국을 자신의 고객으로 맞이했다. 시장에서 힘을 잃은 사우디와 러시아는 중국이라는 고객까지 잃게 되면 왕정과 정권을 유지하기 힘들어질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고 예전처럼 생산량을 늘려서 미국의 세일업체를 흔들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다. 지금은 배럴당 60달러 수준을 미국 셰일업체의 생존라인으로 인식했던 2016년이 아니라 배럴당 20달러도 버틸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2020년이다. 

2018년 기준, 원유 1위 생산국은 미국이다. 사우디가 2위, 러시아가 3위다. 이들 3국은 시장에서 소비되는 원유의 41%를 생산하고 있다. 미국이 18%로 압도적인 점유율을 기록했고 사우디와 러시아가 각각 12%, 11%였다. 

원유의 대규모 소비국은 미국과 중국이다. 2017년 기준, 세계 원유 소비량의 20%가 미국에서 14%가 중국에서 사용됐다. 인도, 일본, 러시아, 사우디, 브라질, 대한민국, 독일, 캐나다 등 원유 소비 상위 10개국이 세계적으로 생산된 원유의 60%를 소비하지만 시장의 흐름을 결정하는 곳은 미국과 중국이다. 

사우디, 러시아와 에너지전쟁을 벌이고 있는 미국은 최근 중국과의 무역전쟁에서 승리는 목전에 두고 있다. '우리에게 제품 팔면서 우리 원료는 왜 안 써'라는 미국의 볼멘소리에 중국은 대미무역흑자를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지난해 중국은 미국의 무역공격에 감정이 상했다. 미국산 원유 수입량을 크게 줄였다. 하지만 조만간 2018년 수준을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은 2018년에 사용했던 미국산 원유의 절반만 2019년에 수입했다.  

중국이 미국산 원유의 수입량을 늘릴 경우, 미국은 완벽하게 에너지시장을 장악하지만 러시아와 사우디의 재정은 궁핍해진다. 중국이 사용하는 원유의 15%씩을 러시아와 사우디가 판매하고 있다.

세계 최대의 원유 소비국인 미국은 자급자족한다. 그나마 남은 밥그릇, 중국에는 미국산 원유가 흘러들어갈 예정이다. 중국이라는 밥줄이 멀어지는 가운데 사우디와 러시아가 과연 OPEC+라는 카르텔로 시장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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