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 그래핀과 ESS의 만남 ‘슈퍼 커패시터’, 배터리 시장 흔들다

[에너지신문] 에너지전환이 국가적 과제로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다양한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에 주력하고 있는 한전 전력연구원. 특히 단순 R&D에서 벗어나 개발된 신기술의 상용화 및 해외수출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본지는 새해를 맞아 전력연구원 핵심 연구진들이 직접 연구 성과를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편집자주

슈퍼커패시터, 배터리와 비슷하지만 전력 밀도는 100배

커패시터는 축전지로 불리며 줄여서 ‘캡’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커패시터는 전압이 높을 때는 충전을 하고 전압이 낮으면 전하를 방출한다. 커패시터도 배터리와 유사하게 전기를 저장하고 내보내는 장치이나 원리는 다르다.

일반적인 리튬이온배터리의 원리는 리튬이온이 이동하면서 전류가 발생하는 화학반응이지만 커패시터는 양전하와 음전하를 떨어뜨려서 발생하는 전기장을 발생시켜서 에너지를 저장한다. 이러한 차이로 배터리와 비교하면 전기용량은 10분의 1수준으로 작지만, 전력 밀도는 100배 수준이다. 전력 밀도가 높아 충·방전 속도가 매우 빠르므로 가전제품, 로봇, 산업 장비, 전기차 등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다.

커패시터의 용량을 최대 수천 배로 늘린 슈퍼커패시터는 1995년 일본, 러시아, 미국 등에서 상용화되기 시작했으며 응용 분야가 다양하게 확대되고 있다. 전력연구원은 이를 전력계통에서 발생하는 전압 불안정을 빠르게 해소하기 위한 용도로 개발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와 슈퍼커패시터

지구온난화 방지를 위해 화석연료 발전의 비중이 점차 감소함에 따라 전 세계적으로 신재생에너지를 이용한 발전이 확대되고 있다. 그러나 대표적인 신재생 에너지인 태양광, 풍력 발전은 날씨에 따라 출력이 크게 변하는 문제가 있다.

이러한 출력 변동은 전력계통의 주파수 변동 등으로 이어져 전력의 품질을 악화시키므로 주파수 조정을 필요로 한다. 전력연구원은 주파수 조정을 위해 13개 변전소에 리튬 배터리를 사용하는 에너지저장장치를 설치, 운전 중이며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한 다양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에너지저장장치를 구성하는 리튬이온전지는 풀 충방전시 수명이 약 5000~6000회 정도로 잦은 충방전에 대응하기 어려운 단점이 있다. 또한 급격한 주파수 변동에 대응했을 때는 전력 밀도가 낮아 급속 충방전 대응에 어려움이 있고 잦은 충방전에 따라 용량이 점차 감소하는 등 수명의 문제가 생기는 단점이 있다.

슈퍼커패시터는 장수명, 안전성, 고출력의 특성으로 리튬이온 전지의 단점을 극복하고 수명을 연장시킬 수 있는 장치로 주목받고 있으나 현재 상용화된 슈퍼커패시터의 에너지 저장밀도가 낮아 널리 응용이 제한적이며 전극 소재 또한 활성탄으로 전량 일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 전력연구원이 개발한 3.8V 3000패럿 그래핀 슈퍼커패시터.
▲ 전력연구원이 개발한 3.8V 3000패럿 그래핀 슈퍼커패시터.

그래핀과 슈퍼커패시터의 만남

그래핀은 탄소 원자로만 이뤄진 탄소 결합체의 한 종류다. 2010년 안드레 가임 교수는 스카치테이프로 흑연에서 그래핀 층을 벗겨내는 방법으로 노벨상을 받았다.

그래핀은 다른 소재에 비해 뛰어난 전자이동 및 낮은 저항으로 ‘꿈의 소재’로 불린다. 구리보다 전기 전도율은 100배 이상 좋으며 자연계에 존재하는 물질 중 열전도율이 가장 높은 다이아몬드보다 열이 더 잘 전달된다. 그리고 강철보다 200배나 더 단단하면서도 탄성이 매우 좋아 휘고 구부려도 부러지지 않는다. 슈퍼커패시터의 전극 소재로 그래핀을 사용하게 되면 활성탄 전극 슈퍼커패시터보다 표면적은 약 2배, 전력저장용량은 6배로 증가한다.

전력연구원은 2018년 대면적 그래핀 전극 제조 성공에 이어 이를 이용한 3000패럿급(축전기 전기용량, 1패럿은 1V의 전위차를 걸어주었을 때 1쿨롱의 전하를 대전시키는 값이다.) 그래핀 슈퍼커패시터를 최초로 개발했다. 2019년에는 기존 원통셀의 성능을 4500패럿까지 향상시킨 ‘원통형 슈퍼커패시터’를 개발하기도 했다. 기존 활성탄 슈퍼커패시터보다 최대 출력 밀도는 8000W/kg 이상을 유지하면서 에너지 밀도는 5배 이상 높아지는 성과였다. 이를 바탕으로 ‘60V 220패럿 모듈’을 개발, 20개 모듈을 직렬로 연결해 ‘1100V 그래핀 슈퍼커패시터 ESS 시제품’을 완성했다.

전력연구원의 그래핀 슈퍼커패시터는 국제 공인인증 시험기관으로부터 내부단락·충격·과충전 등의 안전성 테스트를 통과했으며 현재 주파수조정용 ESS시스템에 사용 중인 리튬이온배터리와 병행 운전해 ESS의 수명을 향상시키는 연구가 진행 중이다.

2019년 12월 최대출력 100kW, 100C-rate(36초 만에 완충 및 방전) 고속 충·방전으로 시스템 설치 및 시운전을 완료했으며 올해는 100kW 실증결과를 적용한 1MW 주파수 조정용 그래핀 슈퍼커패시터 실증 및 장기운전을 계획하고 있다.

최종적으로 2022년에는 리튬이온배터리와 병행 운전 시스템 최적화, 운영 안정성 증대, 계통 상황을 고려한 제어전략 개발 및 알고리즘 최적화를 통해 수명비용 측면에서 계통에 안정적인 상용화 제품으로 완성할 예정이다.

▲ 그래핀 슈퍼커패시터 운영 시스템.
▲ 그래핀 슈퍼커패시터 운영 시스템.

그래핀 슈퍼커패시터 개발로 달라지는 미래

그래핀 관련 국내 특허는 5400여개에 달하며 2012년부터 급증하고 있다. 하지만 그래핀 슈퍼커패시터와 관련된 국내 특허는 초기 단계로 특허출원 자체도 2013년부터 늘어나고 있는 걸음마 단계다.

특히 그래핀 슈퍼커패시터를 이용한 전력저장장치인 모듈에 대한 특허는 거의 없어 전력연구원은 국내에서 기존 17개 이상의 보유 특허와 함께 모듈 특허 선점시 해외시장 개척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개발된 전주기 그래핀 슈퍼커패시터 자체 개발 역량은 고출력 신재생 ESS 안정성 확보에 적용, 신재생에너지 분야 과도 출력 변동 해소에 활용될 예정이다. 또한 그래핀 슈퍼커패시터를 적용한 F/R 용 ESS를 기존의 리튬이온배터리와 함께 사용, 전체 ESS의 수명을 1.5배 이상 향상시킬 수 있고 이에 따른 경제성도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산전원 전원 계통안정화기술 개발을 통해 신재생 시장 초기 단계에서부터 기술우위와 수요기반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전략적 아이템이 될 수 있다.

국제적인 친환경 정책과 스마트그리드의 본격적인 도입‧운영에 따라 신재생에너지의 전력공급 신뢰성 향상, 출력 불안정 해소, 마이크로그리드와 직류배전 적용에 따른 신규 전력저장 필요성 등에 의해 향후 고용량 그래핀 슈퍼커패시터의 수요는 급증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전기자동차나 수소연료자동차, ESS 보조동력원등 신재생에너지 자동차와 일반 산업용 장치의 핵심부품이 될 수 있으며, 하나의 산업군으로 위치하게 될 전망이다. 아울러 전력품질안정화, 신재생에너지, 철도, 지하철 및 자동차 분야까지 적용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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