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세제, 합리적 외부비용 반영 필요”

[에너지신문] 완연한 가을로 접어들면서 더위는 완전히 물러갔다. 올해 여름은 지난해와 달리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하지 않으며 전력수급에서도 한결 여유가 있었다는 평가다. 특히 재생에너지 보급 속도가 당초 예상보다 훨씬 빠르게 이뤄지는 등 순조롭게 확산되는 상황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은 올해 조금은 여유를 찾은 듯 하다. 본지는 창간 특집호를 맞아 국내 에너지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주영준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에게서 올해 정부의 에너지 관련 정책 추진 방향과 함께 현재 직면한 여러 현안에 대한 계획을 들었다./편집자주

탈원전 설문조사는 조사 주체별로 결과 상이
하반기 태양광 경쟁입찰…REC 가격 변동 완화

▶▶▶ 현재의 전력, 가스, 지역난방 등 에너지요금제의 변화 필요성이 여전히 지적되고 있습니다. 에너지 세제 개편을 포함한 에너지 요금제도와 관련한 정부의 입장 및 정책은?
전기요금 체계의 경우, 가격신호를 통한 수요관리 기능을 강화하는 한편, 소비자 선택권을 확대하는 방식으로의 이행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먼저 AMI 보급 일정에 맞춰 계시별 요금제를 주택용까지 확대하고, 녹색요금제 도입, 수요관리형 요금제 도입을 검토할 계획입니다.
가스요금도 소비자의 수용성과 형평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요금체계를 지속 개선할 방침입니다. 도시가스 요금은 원료비 연동제를 준수하고, 연료전지용 요금 신설과 같은 용도별 체계 합리화를 지속 추진하며 가스공사 발전용 요금도 개별요금제 방식으로 전환을 차질 없이 추진하겠습니다.
지역난방 열요금은 생산원가를 반영하면서도 폐열 등 저가열원활용에 인센티브를 부여함으로써 합리적인 열요금제가 운영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지속 검토할 것입니다.
에너지 세제의 경우 환경, 안전 등과 관련된 외부비용이 합리적으로 평가·반영되고 에너지원별 상대가격 체계도 객관적으로 구성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6월 수립된 제3차 에너지기본계획에서도 관계부처 합동 외부비용 평가위원회 구성 등 합리적 상대가격 체계 구축을 위한 정책 방향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이 에너지전환(탈원전 포함)을 선언한지 2년이 넘었습니다만 여전히 논란은 식지 않고 있으며, 원자력학회가 실시한 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 10명 중 7명이 원전을 현상유지하거나 늘려야 한다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설문조사는 문항의 구성과 내용, 조사방법 등에 따라 결과나 평가가 현저하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에서 신중하게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직접 이해관계가 있는 원자력학회의 조사에서는 원전 비중을 확대하거나 유지해야한다는 응답이 약 70%를 차지한 반면, 신고리 5,6호기 공론화 1차 조사(12.9%), 한국갤럽(14%), 현대경제연구원(10.4%) 등 타 기관의 조사에서는 원전 비중을 확대해야 한다는 응답이 10%대에 불과해 조사기관별로 상이한 결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물론 원자력학회의 설문조사 결과도 여러 기관의 조사결과 중 하나이기 때문에 정책에 참고하도록 하겠습니다.

▶▶▶ 태양광발전이 크게 늘어나는 반면 REC 단가 하락으로 소규모 발전 사업자들이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소규모 사업자는 20년 장기고정계약 규모를 더 늘려줄 것을 요구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입장은?
태양광 발전원가는 보급 확대, 기술개발 등에 따라 지속적으로 하락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정부에서는 발전사업자의 원활한 금융조달, 안정적인 수입 확보를 위해 지난 2017년부터 장기고정가격 계약제도를 도입, 시행 중에 있으며 지난해 6월부터 한국형 FIT를 도입, 소규모 태양광사업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현재 REC 수급현황 및 가격동향을 지속적으로 점검하고 있으며, 최근 관련기관 및 업계와의 간담회를 통해 시장안정화 대책을 논의한 바 있습니다.
이를 토대로 이달 중 하반기 태양광 경쟁입찰을 시행하는 등 단기대책을 실시, REC 가격 변동성을 완화할 수 있도록 관리할 계획입니다.

▶▶▶ 한전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데도 한전공대 설립을 추진 중인데 이에 대한 정부의 입장은?
최근의 한전 실적 부진은 국제연료가 상승으로 인한 전력구입비 증가 및 판매량 하락에 따른 수입 감소로 인한 것입니다.
현재 한전이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재무구조는 글로벌 전력판매 회사나 국내 시장형 공기업 대비 견실한 편입니다. 한전은 재무건전성 유지를 위해 설비안전은 강화하되 경영효율화, 비용절감 등 고강도 자구 노력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에너지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창의적 인재양성을 위해 한전이 에너지분야 특화대학을 설립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습니다. 한전공대 외부 컨설팅 기관(AT커니)에서도 에너지 분야에 특화된 별도 대학 설립의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한전이 최근 영업적자를 기록했으나 본격적인 투자는 내년부터 이뤄질 계획으로, 재무여건상 투자 가능한 수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정부와 지자체도 한전공대의 안정적 운영과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적극 지원해나갈 계획입니다.

제5 LNG생산기지, 최적 사업추진 방식 도출 중
LPG차 연비개선 R&D 통해 배출저감 방안 강구

▶▶▶석문국가산업단지에 추진중인 제5 LNG생산기지 사업 관련 입장 및 향후 계획은?
제5 LNG 생산기지는 저장능력 확충을 통해 천연가스의 도입비용 절감, 수급위기 대응력 향상, 수급 안정성 제고를 위한 사업입니다. 2025년 4기 준공을 시작으로 2031년까지 4단계에 걸쳐 20만 ㎘ 저장탱크 10기 건설할 예정에 있습니다.
이달 말로 예정된 기재부의 예비타당성 조사 결과 발표 이후 가스공사의 투자 효율성 및 민간의 가스인프라 활용을 제고할 수 있는 방향으로 건설?운영할 계획입니다. 지난 4~5월 2개월에 걸쳐 14개 민간 직수입자를 대상으로 참여의향 조사를 시행한 바 있으며 현재 민간 참여자의 니즈 파악을 통한 최적 사업추진 방식을 도출 중에 있습니다.

▶▶▶ LPG연료사용제한 폐지에 따른 효과 및 효과 증대를 위해 필요한 부분은?
지난 3월 미세먼지 저감 및 소비자 선택권 확대를 골자로 한 ‘액화석유가스법’ 개정으로 LPG연료사용제한이 폐지됐습니다. LPG연료사용제한 폐지 이후 LPG차량 등록대수의 감소추세가 대폭 완화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LPG 자동차는 사용제한 폐지 이전까지는 감소하고 있었으나, 폐지 이후에는 감소율이 절반수준으로 완화됐습니다.
이처럼 LPG연료사용제한 폐지는 현재까지 큰 문제없이 안착되고 있으나, 사용제한 완화에 따른 정책적 실효성은 중?장기적으로 시간을 두고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LPG연료사용제한 폐지 효과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역시 충전 인프라 구축이 가장 중요하다는 판단입니다. 현재 LPG충전소의 총 개소수는 주유소에 비해 부족하지는 않다고 봅니다.
앞으로 도심지역은 수소-LPG 복합충전소를 통해 확대를 추진하는 한편 환경부, 자동차 업계, LPG 업계와 협의해 LPG 차량 연비 개선을 위한 R&D 등 배출 저감 방안을 강구하겠습니다.

▶▶▶ 세계 최대 석유기업인 아람코, 4대 정유사도 앞다퉈 복합석유화학시설(RUC·ODC) 등을 짓는 등 석유산업 생태계가 변화하고 있는데, 현재 국내 석유화학산업의 변화를 진단하고, 앞으로의 전망에 대해 알려주십시오.
석유화학산업은 ‘산업의 쌀’로써 각종 생활용품에서부터 전기전자, 자동차, 건설 등 주요 산업에 원재료를 공급하는 핵심산업입니다. 산업연구원의 산업 연관계수에 따르면 △철강 4.48 △석유화학 3.21 △자동차 2.40 △조선 1.79 등으로 석유화학은 철강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지수를 나타내고 있습니다.
 미국, 중동 등 전세계적으로 석유화학산업 투자가 확대되면서 공급증가가 예상되나 생활 및 환경의 변화에 따라 플렉서블 디스플레이용 폴리이미드(PI) 필름과 같은 신규수요 창출 및 기존 Steel 소재를 대체할 내·외장재 경량화용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소재 등 자동차, 항공용 첨단소재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며 석유화학에 대한 수요는 지속 확대될 전망입니다.

▶▶▶ 수소경제 컨트롤타워 설치를 위한 정책방향 및 향후계획은?
국회에서 심의 중인 ‘수소경제 육성 및 수소 안전관리 법안’이 조속히 제정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입니다. 이를 통해 국무총리가 위원장이 되고 관계부처가 참여하는 ‘수소경제위원회’를 신설하고, 위원회가 각 부처 주요 정책을 조정, 심의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법 제정을 통해 수소산업 육성, 수소의 유통 및 수급관리, 수소의 안전 기준을 연구하는 전담기관 설립 근거도 마련할 계획입니다.
수소산업 인력양성, 연구개발, 표준화, 국제협력사업 등을 지원하는 ‘한국수소산업진흥원’ 설립을 추진하고 수소의 유통 및 수급관리, 수소의 적정가격 유지 등을 지원하는 ‘한국수소유통센터’와 ‘한국수소안전기술원’ 설립을 추진할 방침입니다.

▶▶▶ 향후 해외자원개발사업에 대한 바람직한 정책방향은?
에너지 수입 의존도(94.2%)가 높고, 지정학적 특성에 따라 안보위험에 노출된 우리나라의 현실에서 해외자원개발은 안정적 에너지자원 공급체계 구축에 기여할 수 있다고 봅니다. 특히 자원가격 변동 충격완화, 자원개발 사업 자체의 부가가치 및 국내 연관 산업의 동반성장, 고용창출 등을 고려할 때 국가경제적으로도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생각합니다.
과거 해외자원개발 사업 추진 시 투명성, 책임성이 확보되지 못했던 측면은 제도적으로 보완해나가야 할 것입니다. 공기업은 외형확대를 지양하고 내실화를 기하는 한편 민간 역량 강화를 지원, 공기업-민간 동반성장 기반 마련이 필요합니다.
최근 셰일혁명 이후 국제 에너지자원 시장구도가 급격하게 변화하는 과정에 있습니다. 세계동향을 면밀히 주시하고 대응전략을 수립해야 할 때라고 판단되며 자원안보 효과가 높은 사업, 미래의 자원 수요에 대비하는 개발 사업, 민관 동반 진출 사업 등 전략 사업 중심으로 투자 확대를 검토 중에 있습니다.
한편 지난해 7월 ‘민간 혁신TF’의 권고를 바탕으로 대내외 여건변화에 대응한 새로운 중장기 자원개발 추진계획을 올해 내 수립할 예정입니다.

▶▶▶ 정부의 수요관리정책 현황 및 계획은?
정부는 5년마다 수립하는 ‘에너지이용합리화 기본계획’을 통해 효율정책의 기본 틀을 마련하고 배출권거래제, 기자재 효율관리, 승용차 평균연비기준 설정 등 수요관리 정책을 추진해왔습니다. 그러나 기존의 정책에도 불구, 우리는 세계 8위의 에너지 다소비 국가이며 에너지원단위는 OECD 36국 중 33위를 기록하는 등 에너지 다소비·저효율 소비구조가 고착돼 온 것이 사실입니다. 반면 독일, 일본, 프랑스 등 주요 선진국은 적극적인 효율향상 노력을 통해 경제는 성장하면서도 에너지소비는 감소하는 탈동조화(decoupling)를 실현 중에 있습니다.
지난달 제시한 ‘에너지효율혁신전략’은 경제성장과 에너지소비의 탈동조화에 성공한 선진국형 에너지소비구조로의 전환을 목표로, 기존의 정책은 유지, 강화해 나가는 한편 선진국의 우수한 효율정책들을 적극적으로 도입하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산업부문은 자발적 에너지효율 목표제, 건물부문은 에너지스타 건물 인정제도 도입, 수송부문 자동차 평균연비 제고 등 규제와 인센티브 정책의 조화를 통해 부문별 효율을 혁신하고, 개별기기를 넘어 산업단지 아파트단지 등 시스템·공동체 단위까지 에너지소비 최적화를 추진할 계획입니다. 아울러 핵심 제품·설비 산업, 에너지서비스·솔루션 등 에너지효율 연관 산업을 함께 육성할 예정에 있습니다.

주영준 실장은?

- 現 산업통상자원부 에너지자원실장

- 주중화인민공화국대사관 공사참사관

- 에너지신산업정책단장

- 방산물자교역지원센터장

- 영국 맨체스터대 경영학 박사

-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졸업

- 행정고시 37회

저작권자 © 에너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