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보험협회, 2019 춘계세미나 ‘ESS화재 안전관리 및 대책’
전문가, ESS전용 화재보험상품 개발 및 보험료 절감 등 제안

[에너지신문]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ESS(에너지저장장치) 화재사고에 대응하기 위한 다각적 법‧제도 보완이 필요하다는 전문가들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특히 ESS 전용 화재보험상품 개발 및 특화된 지원방안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한국화재보험협회(이사장 이윤배)는 17일 협회 강당에서 ‘ESS(에너지 저장시스템) 화재 안전관리 및 대책’을 주제로 2019 춘계 세미나를 개최했다. 화재보험협회와 리스크관리학회가 함께 주최한 이번 세미나에는 손해보험업계, 보험학회, 화재소방학회 및 특수건물 관계자 200여명이 참석했다.

이윤배 화재보험협회 이사장은 인사말을 통해 “ESS에서 원인을 알 수 없는 화재가 잇달아 발생하고 있어, ESS의 화재원인과 문제점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관련 보험의 손해율 개선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며 “이번 세미나가 국내 안전관리업계와 손해보험산업의 발전에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세미나는 △ESS 설치현황 및 문제점 △ESS 화재원인 및 사고예방대책 △ESS의 방호대책 △ESS관련 보험현황 및 언더라이팅 방향에 대한 주제 발표와 종합토론, 질의응답 순으로 진행됐다.

국내 ESS용 배터리 설치량은 전세계 설치량의 25%에 이른다.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에 따라 태양광, 풍력 등 재생에너지 설치가 급증하면서 재생에너지의 간헐성을 보완할 수 있는 ESS에 대한 수요 역시 크게 증가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2017년 8월 전북 고창변전소 ESS 화재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총 21건의 크고작은 ESS 화재가 발생해 시장 확대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 정부와 제조사가 민관합동 TF를 구성, 화재 원인을 분석하고 있으나, 아직 명확한 원인 파악은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이날 발표에 나선 노대석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ESS 화재는 특정 원인이 아닌 복합적인 요소로 인해 발생한다”며 “전례 없는 다수의 화재 발생은 결국 시스템적인 문제로 볼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송길목 전기안전공사 부장은 이에 앞선 발표를 통해 “제조, 설계 및 시공, 관리운영 등 전주기에 걸친 안전관리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르면 제조 부문에서는 다양한 공인시험 검증체계를 구축하고, 배터리의 취약점을 극복할수 있는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또 설계‧시공에서는 외기에 영향을 줄일 수 있는 구조물의 설계를 의무화하는 한편 열 확산 방지를 위한 대책마련도 필요하다.

아울러 공인시험 및 인증확인을 위한 제도 확립, 이동설치 중 파손 등에 대한 안전성 확인, 온습도 영향을 고려한 구조물 환경관리 등도 필수적이다.

패널토론에서 이기형 보험연구원 박사는 “리튬이온 ESS 화재는 여러 가지 원인이 있으나 특히 외부 충격이나 전기적 과부하에 민감하기 때문에 자주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들어 화재가 연이어 발생함에 따라 많은 경제적 피해가 발생하고 있으나, ESS 관련 보험상품은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이 박사는 “ESS설비에 대한 보험료 부과는 목적물 자체의 리스크 정도를 판단하는게 맞다”며 “이를 위해 화재보험협회, 전기안전공사 등 전문기관에 의뢰해 리스크에 따른 전용 보험상품 개발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전문가들은 종합적인 안전관리 규정 마련을 위해서라도 현재 진행되고 있는 민관합동 화재원인 조사가 명확히 이뤄져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이들에 따르면 그나마 다행인 것은 안전관리 규정이 미국, 일본 등 선진국 수준으로 만들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기형 박사는 “저장장치별 안전규정을 별도로 만들 필요가 있는지도 검토해야 한다”며 “일본의 경우 ESS에 전용 소방설비를 설치토록 법제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도 종합적인 방안 검토와 동시에 신뢰성 있는 기관이 점검, 인증하는 제도 마련 필요하다는 것이다.

SK TNS에서 ESS 설계를 맡고 있는 박영길 부장은 “열화상카메라로 ESS를 정밀 조사해 화재 발생을 예방한 적도 있다”면서도 “그러나 투자비가 올라가기 때문에 영세업체들은 이를 도입하는 것이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열화상카메라 등 자체검사장비 설치 시 화재보험료를 대폭 절감해주는 등의 방안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박 부장의 설명이다.

이같은 전문가들의 견해를 들은 정홍영 소방청 ESS 화재안전대책 총괄담당(안전기준계장)은 “업계가 리스크 및 원인 파악에 나서는 것은 상당히 고무적”이라며 “소방청은 중재자 입장으로, 제도개선과 관련해 가장 효율적인 방안을 찾고자 다양한 의견에 귀를 기울이고 있다”고 언급했다.

그는 “그간 (정부, 업계가) 화재안전관리에 소홀한 측면이 있었다”며 “기술적, 시공 노하우 등도 부족했다”고 밝혔다. 특히 현재까지 발생한 ESS 화재 21건 가운데 1건을 제외하고는 모두 옥외시설물에서 발생한 점을 언급하며 화재 진압이나 감시에도 한계가 있었다고 토로했다.

정홍영 계장은 “실증시험을 계속하고 있으나 대부분 전소돼 원인 밝히기가 쉽지 않다”면서도 “여러 제도개선 방안을 마련 중이다. 옥외컨테이너를 특정소방산업물로 지정하는 것과 함께 ESS 배터리를 발전설비로 분류하는 것도 법제화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ESS 특화된 전용 화재안전기준 마련을 위해 현재 방재시험연구원의 연구용역이 진행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현재 소방청은 ESS 화재지침을 일선 소방서에 하달했으며, 현재 ESS 배터리 화재를 신속 진화할 수 있는 전용 소화약재 발견을 위한 실증 시험이 소방산업기술원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국의 경우 관련 기관들이 꼼꼼히 점검해 인증을 통과하면 화재보험료를 파격적으로 할인해주고 있다”며 “우리도 그러한 방식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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