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석주 에스파워(주) 기술본부장

[에너지신문] 복합화력은 대용량 석탄화력발전에 비해 투자자금이 적고, 설비도 패키지 타입으로 간단해 건설기간이 짧기 때문에 민간사가 주도적으로 추진하기에 적합하다.

하지만 대용량 가스터빈이 해외 다국적 기업에 의해 독점되고 있고, 제작사별 설비특성 및 효율의 차이 등으로 인해 경쟁입찰에 의하더라도 선택의 한계 및 발주자가 요구하는 것을 전부 관철하기는 어려운 시장구조에서 공급자 우위의 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 할 수 있다. 복합화력발전소의 건설 및 운영이 결코 만만치 않다.

또한 현시점에서 보면 가스를 직도입하는 발전사 외에는 대부분의 민간발전사가 많은 적자를 보고 있고, 복합화력의 수익성은 이용률이나 연료비의 변수에 영향을 받기 보다는 우리나라의 전원구성(원자력, 석탄화력, 복합화력의 구성비)에 더 큰 영향을 받고 있어 복합발전 사업자들이 취할 수 있는 전략도 한계성이 있다. 따라서 경제성 측면에서 부정적인 전망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 복합화력발전소 건설에 대해

복합화력 사업은 건설사가 사업을 개발한 뒤 투자자가 참여하는 방식의 경우 건설사가 설계관리, 기자재 발주 등을 주도하게 된다.

또 처음부터 발주사(SPC)가 구성돼 사업을 주도하는 경우에도 운영비의 절감 등을 위해 건설사에 EPC를 전부 위탁 발주하고, 자금관리, 계약관리나 공정관리 등에 치중하게 되는데, 어느 방식이던 SPC가 발전소를 인수받았을 때는 당초 계획보다 많은 하자나 설비의 품질저하 등으로 사업에 많은 차질이 발생하게 된다.

이는 건물을 지을 때 건물주가 건축업자에게 알아서 지어 달라는 것과 다를 바 없기 때문에 처음부터 신뢰성 있는 설비가 구성되기 어렵다. 건설사의 속성상 수익성과 공기단축을 우선으로 하게 되고, 시공 외 설계분야 나 엔지니어링 분야에서는 전문성이 떨어지다보니 E(엔지니어링), P(기자재 구매)관리의 한계성이 발생하는 것이다.

또한 대부분 엔지니어링사의 경우도 제작설계, 발전소 운영, 정비에 대한 지식과 경험부족으로 주설비나 주요 기자재를 발주함에 있어 입찰안내서 등에서 꼭 명시해야 할 ‘Design Criteria’가 누락되는 경우가 많고, 이것이 결국 제작사로 하여금 설비 제작에 있어 설비신뢰성을 제고시키도록 유도할 수 있는 구속력을 약화시키게 된다. 특히 제작에 들어가기 전 설계도를 제대로 검증하지 못함으로써 결국 주설비나 주요 기자재의 신뢰성이 떨어져 하자 발생이나 설비의 부실화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게 된다.

향후 준공 시 설비를 인수, 직접 운영해야 하는 SPC의 경우 사업초기부터 필수인력 구성없이 모든 것을 건설사에 일임하고 계약관리나 공정관리 위주로 사업을 수행함으로써 제작용 설계서, 엔지니어링 도서에 대한 해석이나 검증을 할 수 있는 기술적 베이스가 없어진다.

사실 처음부터 건설사를 맹신한 나머지 최소한의 기술인력 확보나 기술자문을 통해 제작사, 엔지니어링사의 설계내용을 검증해야 한다는 인식을 가지지 않았기 때문에 당연한 결과라 볼 수 있다.

결국 건설사나 엔지니어링사가 떠나고 나면 여기저기서 발생하는 문제에 속수무책이 되는 경우가 많을 것이다.

따라서 사업을 계획·주도하는 SPC는 설비의 신뢰성을 제고하고, 상업운전 단계에서 최적의 운영을 하기 위해 설계 및 기자재 발주 단계부터 최소한의 전문인력을 구성해야 한다. 아울러 설계전문가의 자문 추진 등을 통해 발주 단계에서 필수적인 Design Criteria를 명시하고 제작단계에서는 제작사의 설계내용에 대한 검증 등을 시행, 제작에 대한 오류나 허위는 없는지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면서 자체 기술인력을 육성해나가야 한다.

건설사 주도로 기자재 등을 모두 발주하고, 뒤에 투자자가 참여한 A복합화력의 경우 수년간 900여건에 달하는 하자처리로 손실이 수백억에 달하기도 했다. 주설비 자체도 실증되지 않은 신규 모델(Prototype)이다보니 발전소가 테스트베드로 전락했고, 전체설비가 신뢰성이 떨어지고 운영비마저 과다하게 들어 이중삼중의 어려움을 겪게 됐다.

설비의 신뢰도는 개념설계(Concept Design) 단계에서 80∼90% 정도가 정해진다고 한다. 발전사업을 계획, 추진하는 경우 대부분의 경영자는 단순 경제논리만 앞세우는 경우가 많아 A발전소와 같은 사례가 발생하게 된다. 특히 복합발전사업을 추진하는 경영자들 중에는 전문기술을 경시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는 향후 엄청난 비용을 치를 수도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사업초기부터 최소한의 필수 기술인력을 구성하고 외부 설계전문그룹 등의 자문을 통해 Cross Check를 수행토록 하는 등 이중, 삼중의 조치를 통해서만 설비의 신뢰성이 확보되고 시운전 및 상업운전 시 설비 트러블로 인한 비계획손실을 최소화 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을 EPC사에 맡기고 ‘알아서 해주겠지’라는 식의 생각은 결국 저품질의 하자투성이 발전소를 만들게 된다.

■ 시운전은 어떻게?

시운전은 상업운전 시 다발하는 트러블로 인한 손실을 막을 수 있는 전 단계로 향후 상업운전 중 예상되는 문제점이나 설비의 문제점을 최대한 검증해야 한다.

복합발전의 경우 전체건설 기간이 24개월 정도로, 시운전을 할 수 있는 기간은 수개월에 불과하다. 이 짧은 기간에 전 설비에 대해 검증을 할 수는 없다. 아무리 부실한 설비라도 몇 개월 내에 손상이 발생되지는 않는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결국 주기기나 보조기기 발주단계에서 발주자가 설계사양을 제대로 제시해 제작단계에서 신뢰성이 확보되도록 하고, 제작 전 제작사가 제출한 설계내용을 외부 설계전문가를 통해 검증하는 것, 그리고 충분히 검증된 실적을 가진 기자재가 구매되도록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다.

다만 시운전 과정에서 충분히 거쳐야하는 프로세스만은 제대로 거쳐야 한다. 한국의 발전소 건설 현장은 경영자부터 일선 실무자까지 모두가 마치 공기단축만이 최고의 목표인 것처럼 조급한 것이 현실이다. 이는 운영 단계에서 큰 손실을 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증기배관세척(steam blowing), 오일배관 세정(oil flushing)이 전체 건설 공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보니 대부분의 사업자는 기준치만 어느 정도 만족하면 종결하거나, 이마저도 단축하려고 애를 쓰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그 후유증은 상업운전 단계에서 밸브의 마모 등 쉽게 규명하기 어려운 현상들로 나타나게 돼 결국 많은 손실로 이어지게 된다.

■ 상업운영 단계에 들어섰다면

복합화력의 상업운영 단계에서 큰 영향을 미치는 것은 설비의 신뢰성, 가스터빈의 장기정비계약건(LTSA), O&M사의 선정, 가스터빈 모델별 설비특성 등이 있다.

설비 신뢰성의 경우 건설초기부터 적극적이고 디테일한 접근을 했다면 기본적으로 안정적인 운전을 할 수 있는 조건을 구비하게 된다.

복합시장이 적자가 많이 나고 있는 현실에서는 LTSA(가스터빈 장기정비계약) 비용이 회사 운영비에 상당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초기입찰 단계에서 유리한 LTSA 계약조건이 관철되도록 입찰조건에 명시, 향후 상업운전 단계에서 큰 부담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신규사업자는 이점에 대해 많은 다각도의 방안모색을 통해 관철이 되도록 해야 할 것이다.

현재 국내 정비사들은 가스터빈 구형 모델에 대한 정비경험이 대부분이고 신규 복합발전소의 정비사 외에는 최신 복합설비에 대한 경험을 쌓을 기회가 거의 없다. 또한 제작사가 가스터빈에 대해서는 LTSA 계약을 통해 핵심설비의 정비 자체를 독점하고 있어 복합발전 운영사로서는 이중, 삼중의 애로사항이 발생하고 있다.

또한 대부분의 정비회사가 가스터빈 분해·조립 등 정비능력을 확보하지 못해 턴키로 제작사에 발주를 하는 실정이다. 이런 식이면 설비의 설계수명이 끝날 때까지 제작사에 종속돼 정비비를 줄일 수 있는 방안도, 정비기술을 올릴 수 있는 방안도 없어질 것이다.

국내 정비사들이 과당경쟁보다는 특정모델에 대한 전문화를 통해 숙련된 정비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발주자나 정비회사 모두 생존할 수 있는 길이라 생각된다.

특히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은 각 발전소 마다 주변 환경이나 여건이 다르므로 가스터빈 모델에 대한 특성과 구성방식(SINGLE, MULTI TYPE), 가스터빈 블레이드의 냉각방식, 성능 등을 전부 연계해 사업계획 단계에서 종합적으로 심도 있게 검토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따라 사업성이나 설비운영 결과가 많은 차이가 발생하므로 아주 중요한 사항임을 명심해야 한다.

발전소가 비용을 최소화 하고 수익성을 제고하려면 초기 설계단계, 건설, 시운전, 상업운전 단계에서 도출된 문제점에 대한 종합적 검토가 이뤄져야 한다. 가장 적합한 설비구성 형식과 설비 기종이 선정되고 SPC 발족 단계부터 치밀한 준비를 해야만 어려운 복합발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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