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조사연구단 20일 공식 발표 "자연지진 아닌 지열 촉발지진"
산업부, 영구 중단 및 원상복구 약속...향후 손해배상 규모 관심

[에너지신문] 지난 2017년 11월 발생한 규모 5.4의 포항지진이 지열발전 실증시험의 물 주입 과정에서 발생한 ‘촉발지진’이라는 정부연구단의 결론이 나왔다.

대한지질학회는 20일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항지진 정부조사연구단의 조사 결과를 공식 발표했다.

국내 최초 MW급 지열발전 프로젝트로 추진된 포항지열은 지난 2010년 에너지기술평가원이 발주한 정부과제로 시작됐다. 당시 건설기술연구원과 지질자원연구원, 서울대, 포스코, ㈜넥스지오 등이 컨소시엄을 구성, 사업수행 주체로 참여했다.

이후 컨소시엄이 포항시와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 협력 업무협약을 체결, 탄력이 붙을 것으로 기대됐으나 2017년 11월 규모 5.4의 포항지진 발생에 따라 즉각 사업이 중지됐다.

현재까지 포항지진은 국내 발생 지진 가운데 2016년 9월 발생한 경주지진(규모 5.8)에 이어 역대 두 번째로 강력한 지진으로 기록되고 있다.

지진 발생 당시 포항지열발전소 실증시험이 원인이라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었다. 이에 정부는 17명의 국내외 전문가로 구성된 정부조사연구단은 지난해 3월부터 약 1년 간 연구를 진행해 왔다.

건설 중인 포항지열발전소 전경.(사진제공: 넥스지오)
▲실증시험 당시 포항 지열발전소 전경.

►고압의 물이 진앙지점 단층 움직였다

정부연구단 단장을 맡은 이강근 서울대 교수는 “‘유발지진’은 자극이 된 범위 내에서, ‘촉발지진'은 자극이 된 범위 너머에서 발생한 지진을 뜻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연구단에 참여한 해외조사위원회는 “지열발전을 위해 주입한 고압의 물이 알려지지 않은 단층대를 활성화해 포항지진을 촉발했다”고 분석한 바 있다. 즉 포항지진은 자연지진이 아니라, 지열발전 위해 주입된 고압의 물이 원인이라는 결론이다.

지열발전은 수 km 지하(심부)에 물을 넣고 땅의 열로 데운 뒤, 이때 발생한 증기로 터빈을 돌리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하 4∼5km까지 땅을 깊게 파는 데다 지하에 물을 주입하고 빼내는 과정에서 지반이 약해지고 단층에 응력이 추가될 우려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포항지진 발생 직후 학계는 진앙지가 지열발전소와 불과 수백m 거리였다는 점 등을 이유로 관련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지하에 주입한 고압의 물이 진앙지점의 단층을 움직이게 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정부조사단의 공식 발표에도 일부에서는 물 주입 중단 후 약 2달 뒤 지진이 발생했다는 점을 들어 이에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지진 발생은) 물 주입 자체가 원인이 아니라 점차 높아지는 수압에 따른 것”이라며 “수압이 임계점에 도달할 때까지 걸리는 시간은 2달이 아니라 1년이 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산업부 “향후 조치 최선…사업 영구 중단”

정승일 산업통상자원부 차관은 같은날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통해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한 정부 입장을 전달했다.

정 차관은 “조사연구단의 연구결과를 겸허하게 받아들여 피해를 입은 포항시민들께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조사연구단의 연구결과에 따라 정부가 앞으로 취해야 할 조치를 최선을 다해 추진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 정승일 산업부 차관이 20일 정부조사단 발표 직후 정부 세종청사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 정승일 산업부 차관이 20일 정부조사단 발표 직후 정부 세종청사에서 브리핑하고 있다.

산업부는 포항시와 협조해 현재 중지된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 사업을 관련 절차를 거쳐 영구 중단시키고, 해당 부지는 전문가와 협의해 안전성이 확보되는 방식으로 조속히 원상 복구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현재 감사원의 국민감사가 청구된 이번 사안과 별도로 산업부는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개발 사업의 진행과정 및 부지선정의 적정성 여부 등에 대해 엄정 조사할 계획이다.

정 차관은 “올해부터 향후 5년간 총 2257억원을 투입하는 포항 흥해 특별재생사업을 통해 주택 및 기반시설 정비, 공동시설 설치 등을 신속하고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라며 어떤 조치가 추가적으로 필요한지에 대해서도 관계부처 및 포항시 등과 긴밀하게 협의하면서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약속했다.

►향후 손해배상 과정에 귀추 주목

지진발생 원인이 지열발전 실증사업으로 판명나면서 향후 포항지역 피해주민들에 대한 손해배상이 어떻게 이뤄질지에 벌써부터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미 지역주민 1300여명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가운데 이번 발표로 소송 참여 인원은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포항 시민 전체가 물질적 또는 정신적 피해보상을 요구한다고 가정할 경우 소송 규모는 수조원대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사업자인 넥스지오는 현재 법정관리 상태로, 사실상 손해배상 능력을 상실한데다 사업 자체가 산업부가 발주한 기술개발 프로젝트인 만큼 정부가 손해배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정부가 조사한 피해규모는 약 500억원 수준인데 반해 지역주민들은 최소 3000억원 이상의 피해를 주장하고 있어 차이가 크다. 정승일 차관이 “손해배상은 법원의 판결에 따르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손해배상 판결에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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