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변하는 북극정세, 신규 쇄빙연구선으로 경쟁 필요”

[에너지신문] 에너지자원의 보고인 북극을 위해서 우리나라도 아라온호를 잇는 신규 쇄빙연구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극지연구소 책임연구원인 서원상 박사는 ‘북극자원개발 현황과 과제’ 보고서를 펴내 이렇게 주장했다. 서원상 박사에 따르면 현재 지구온난화로 북극 빙하가 녹으면서, 그동안 북극해 빙해 환경의 제약으로 시추 장비나 유전시설 등의 설치를 꺼리던 여러 국가들이 석유, 천연가스 등의 자원개발을 위해 북극으로 향하고 있다.

또한 이러한 북극개발에 집중되는 각국의 동향을 19세기 미국 서부에 금광을 찾기 위해 사람이 몰려들던 골드러시(gold rush)에 빗대어 콜드 러시(cold rush)라 부르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콜드러시 현상은 북극이 금광과 다를 바 없는 에너지 광물자원의 보고(寶庫)라는 방증이라는 설명이다.

서 박사는 북극해 석유자원에 대한 관심은 최근 급격히 진행되고 있는 지구온난화로 북극해 해빙이 10년에 약 13% 씩 빠르게 감소하면서 증대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 추세로 북극해 해빙이 감소하게 되면 2040년경에는 여름철 북극 얼음이 완전히 사라지게 될 것이 며 이에 따라 북극권 해운항로 이용과 자원개발이 가속화 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서 박사에 따르면 북극권은 지구 표면적의 6%에 불과하지만 가채량 기준 약 22%의 미발견 석유, 가스 자원이 존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아직까지도 북극권 지역의 석유 및 에너지 자원 전체 매장량의 정확한 추정이 어려운 수준에 있지만 2008년의 미국지질조사소(USGS) 보고서(2008)는 현재 북극권 내의 캐나다, 러시아, 미국 알래스카에서 400여개의 육상유전이 개발 중이며 확인된 석유 및 가스 포함 석유자원 매장량은 석유환산(BOE) 2400억 배럴에 달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이는 전 세계에 알려진 전통석유자원(conventional petroleum resources) 매장량의 10%에 해당한다.

각국, 골드러시 잇는 콜드러시 집중
러, 북극 사령부 창설로 냉기류 확산

◆북극 연안국 이외에 중국ㆍ일본도 개발나서

서 박사는 현재 러시아가 2016년 ‘러시아 북극 지역의 사회경제발전 2020계획’을 정책기반 으로 삼아, 북극 LNG 사업은 물론 물류통로인 북극항로 개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기존에는 ‘환경보호’를 북극의 최우선 과제로 삼았던 미국의 북극정책도 ‘자원개발’에 무게 싣는 경향에 접어들었다는 설명이다.

기존 미국의 ‘북극지역정책’(2009)이 북극의 환경 보호를 중심으로 △안보 △국제거버넌스 △대륙붕 한계 연장 △과학협력 △북서항로 △자원 개발 △환경보호·관리 등 다양한 스펙트럼의 북극정책 청사진 제시했다면, 트럼프 정부가 발표한 ‘미국 우선 해양에너지 전략’(2017)에 따르면 북극 대륙붕 석유시추 탐사 승인 등 개발 중심의 정책변화 기류가 감지된다.

북극해 연안국인 노르웨이도 20년 만에 북극해 미탐사 지역의 석유 탐사권을 신규 허가(2016)하는 등 북극해 자원개발에 적극적이며, 덴마크령 그린란드도 2009년의 자치권 확대와 함께 ‘그린란드 석유·광물자원 개발계획(2014~2018)’에 따라 인프라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과 일본도 북극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중국은 제13차 5개년 계획 (2016~2020)에서 북극 활동 확대를 선언한 후, 2018년 ‘북극정책백서’를 통해 ‘북극 이해, 북극 보호, 북극 개발, 북극 거버넌스 참여’를 4대 정책목표로 제시하면서도 그 핵심은 ‘빙상 실크로드’를 통한 중국-북극-유럽을 잇는 일대일로 전략의 완성에 뒀다.

서 박사는 이를 “중국의 이런 행보는 기존 ‘일대일로(一帶一路)’ 국가전략에 북극 인프라 개발 현안을 포함하고, 북극 자원개발을 위한 국제협력을 추진한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한편 일본은 2015년에 발표한 북극정책에 따라 자원·북극항로 분야에서 러시아와의 협력을 지속하고, 타 북극권 국가와의 경제·과학 협력방안 모색 중에 있다. 특히 사할린 탄화수소 탐사·개발·생산 협력협정(2016)과 LNG-2 프로젝트 협력협정(2016년)을 체결해 이를 북극진출의 전진기지로 하고 있다.

◆북극의 전략적 중요지역 부상…국가 간 갈등 초래

서 박사는 최근 북극이 국제사회에서 △자원 △해양과학 기술 △기후 △환경 △해양자원 △해운 등 전략적으로 중요한 지역으로 부상했다고 봤다. 이에 따라 북극해 해저에 묻힌 막대한 자원 개발 가능성이 증대됨으로써 석유 등 에너지자원에 관한 이권을 둘러싼 북극권 국가간의 갈등이 초래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북극해 연안국들은 현재 대륙붕에 잠자고 있는 석유를 포함한 방대한 광물자원에 국가경제의 사활을 걸고 있다.

특히 러시아, 덴마크와 캐나다는 로모노소프 해령(Lomonosov Ridge)이 자국 대륙붕으로부터 연장됐다고 주장하고 있다. 로모노소프 해령에는 100억 톤의 천연 가스와 석유, 은, 구리, 다이아몬드 등 광물자원이 풍부하게 매장돼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세 국가들은 각각 유엔 산하 대륙붕한계위원회(Commission on the Limits of the Continental Shelf: CLCS)에 자국의 대륙붕 연장 심사를 신청하고 대기 중에 있다.

서 박사는 최근의 북극에서는 법적인 대립을 벗어나 군사적인 긴장감마저 느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지난 2007년 러시아가 북극해저에 국기를 꽂을 때만 해도 상징성을 담은 퍼포먼스 정도로 여길 수 있었지만, 러시아가 북극 작전사령부를 창설하면서부터 차츰 북극의 냉기류가 심화돼 왔다는 것.

러시아는 2015년 이후 북극해 연안 활주로, 군항, 쇄빙선 등의 북극권 군비 증강, 특수부대 편성과 함께 훈련마저 크게 늘렸다. 아울러 최근에는 영국 국방장관이 해병대원 800명을 나토의 북극군사작전센터가 소재한 노르웨이에 파병하겠다고 밝힘으로써 그 긴장감이 배가됐고, 차츰 북극의 군사적 동향에 대해 제2의 냉전, 제3차 대전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마저 나오고 있다.

◆세계는 지금 쇄빙연구선 건조 중

서 박사는 “북극해의 자원과 에너지를 둘러싼 국제법적 군사적 긴장 속에서도 각국은 평화적인 협력의 틀 속에서 북극해와 그 해저 환경의 과학적 조사에 투자를 늘리고 있다”라며 “일련의 북극권 환경변화는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북극권 이해당사자들에게 북극해 중앙 공해역의 과학조사에 대한 필요성과 시급성을 암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 박사에 따르면 이미 세계 다수 국가들이 북극해역의 연구에 필요한 향상된 성능의 쇄빙연구선의 신규 건조를 진행 또는 추진하고 있다. 노르웨이는 1m 이상 쇄빙능력의 1만 900톤급 쇄빙연구선 Kronprins Haakon호를 건조했고, 영국은 1m 쇄빙능력의 1만 5000톤급 쇄빙연구선 Sir David Attenborough호가 내년에 건조될 예정이다.

독일은 2022년까지 2m 쇄빙능력의 2만 7000톤급 쇄빙연구선을 건조할 계획이다. 중국은 1.5m 쇄빙능력의 1만 3900톤급 쇄빙연구선을 내년도에 건조 예정이며, 일본 또한 1.2m 쇄빙 능력의 1만톤급 쇄빙연구선 건조를 추진 중에 있다.

서 박사는 “북극의 주요 이해당사국들이 향상된 능력의 쇄빙연구선을 신규로 건조하는 이유는 북극 중앙해의 해빙 환경을 극복하고 아직까지 확보하지 못한 과학적 정보를 선점함으로써 앞으로 어떻게 변화될지 모르는 북극해의 정치적, 과학적, 경제적 환경 변화에 선도적으로 대처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우리나라도 아라온호(1m 쇄빙능력, 7500톤급)를 뛰어 넘어 세계 각국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신규 쇄빙연구선이 필요하며, 이는 과학연구의 해상기지일 뿐만 아니라 급변하는 북극정세의 한복판을 항행하는 전략자산으로서 기능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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