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전후 연이은 악재...조직 분위기 쇄신ㆍ신뢰회복 노력
임기 1년여 남기고 퇴진, 노조 "정부의 연구원 흔들기" 주장

[에너지신문] 하재주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이 임기를 1년여 남기고 사퇴한다. 그러나 자발적 퇴진이 아닌 외부 압력에 따른 사퇴라는 점에서 논란이 되고 있다.

14일 원자력연구원은 하재주 원장의 퇴임을 알리고, 오는 20일 퇴임식을 갖는다고 밝혔다.

원자력연구원 내부 출신인 하 원장은 김종경 前 원장의 뒤를 이어 지난해 3월 17일부터 임기 3년의 원장직을 수행해왔다. 그러나 취임 직전 불거진 원자력연구원 방폐물 불법폐기 사건으로 초기부터 부담을 안고 출발했다.

하재주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
하재주 한국원자력연구원 원장.

하 원장은 어수선해진 내부 분위기를 추스르고 연구원의 대외적 신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했으나 취임 이후에도 방폐물 처리창고 화재, 연구용원자로 해체 폐기물 무단 절취 등 민감한 사건들이 연이어 터지며 여론의 질타를 받았다.

이같은 상황에서 하 원장의 돌연 사퇴 발표는 외부 압력에 의한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전국과학기술연구전문노동조합 한국원자력연구원지부 노조는 14일 성명을 내고 “정부가 탈원전 정책의 부작용을 가리고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연구원 흔들기’에 나서고 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노조는 “최근 정부는 명확한 사유나 공식적 의견 표명 없이, 정무적 판단을 이유로 연구원 원장 사퇴를 집요하게 강요하고 있다”며 “이는 점차 현실화 되는 탈원전 정책의 부작용을 가리고 핵임을 회피하기 위해 또다시 우리 연구원을 흔들어, 국민의 뜻과 목소리를 외면하고자 하는 시도임이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또 “연구원과 임단협 교섭을 앞둔 중차대한 시기에 원장 사퇴를 압박함으로써 헌법에서 보장된 정당한 노동권리를 어떠한 형태라도 침해하려 한다면, 우리는 총 단결해 현 정부의 독단적 권력횡포에 결연히 저항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 원장이 폐기물 불법처리 과정에 직접 관여하지 않은 상황에서, 개인적인 비위 사실이 없는 한 기본적인 임기가 보장되는 연구기관장에 대한 사퇴 압박이 적절한지에 대한 논란은 향후에도 이어질 전망이다.

한편 하재주 원장은 1982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원자력공학 석사 및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92년 원자력연구원에 입사해 신형원자로개발연구소장, 연구로이용개발본부장, 원자력기초과학연구본부장, 원자력안전연구본부장 등을 역임했으며 원장 취임 직전까지 OECD/NEA 원자력개발국장으로 재직한 바 있다.

연구원에서 장기간 재직한 원자력 전문가로 취임 당시 어수선한 조직 분위기를 재정비할 수 있는 인물로 손꼽혔으나 연이은 악재로 결국 취임 1년 8개월 만에 중도 퇴임이라는 불명예를 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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