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으로 송전·계통운영 일원화해야

국회 지경위 소속 정태근 의원이 전력거래소의 계통운영기능(SO)을 한전으로 통합하는 것을 주내용으로 하는 '전기사업법' 및 '한국전력공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지난 5일 대표 발의했다.

소속의원 전원찬성으로 발의한 이 법안은 이견이 없는 한 올겨울 이전에 통과될 것이 확실하다. 이 법안은 전력거래소 계통부문만을 한전에 통합하자는 내용이지만 사실상 이 법안이 통과되면 전력거래소는 예전과 달리 기능이 대폭 축소돼 결국 전면통합으로 가는 수순을 밟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정의원을 지경위 마지막 국감이 열린 지난 6일 만나봤다.
<편집자주>

■ 한전-전력거래소 통합을 위한 법률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법안의 의미와 향후 일정을 말씀해주시기 바랍니다.

9.15 대규모 정전사태의 표면적인 원인은 전력거래소의 빗나간 수요예측과 발전설비 예방정비의 부적절한 조정 등의 유연한 대처부족에 있지만 근본적으로 전력계통망의 운영주체와 소유주체의 이원화가 낳은 결과입니다.

계통운영자인 전력거래소와 송전사업자인 한전사이에 충분한 정보공유와 사전적인 공동대응 협의 및 유기적인 협조가 이루어졌다면 순환정전과 같은 사태는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들을 해소하기 위해 전력계통 운영 경험이 풍부한 한국전력공사로 하여금 전력계통 운영 업무를 담당토록 하여 계통운영의 일원화로 효율성을 확보하고 안정적인 전력계통 운영을 할 수 있도록 하려는 것이 법안의 취지입니다.

이 법안의 경우 지식경제위원회 25명 위원 전원이 서명해 국회 통과는 무난할 것으로 생각하고 향후 정부는 법안 통과에 대비한 세부 계획을 조속히 수립해야 할 것입니다.

■ 국감에서 9.15 정전사태의 본질을 정확히 짚어주었습니다. 이번 대규모 정전사태의 원인과 문제점에 대해 정리해 주시기 바랍니다.

9월 15일은 한국 에너지사에 가장 치욕스런 날로 기억될 것입니다.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 발생했기 때문입니다. 예고 한마디 없는 상태에서 전국적으로 순환 단전이 이루어져 국민들은 많은 재산상의 피해와 함께 큰 정신적인 피해를 입었습니다. 엘리베이터와 은행 자동화기기, 신호등이 정지됐고 심지어 수술 중 정전으로 인해 피해가 발생한 개인병원만도 7곳이 있었습니다.

국민들을 이렇게까지 무시해도 되는가 하는 분노에서부터 과연 이런 한심한 수준의 위기대응 능력을 드러낸 정부를 믿고 안전하게 살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까지 정신적 피해는 물질적 피해 이상으로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9.15 정전 사고 당일 이미 오전 11시부터 예상 전력 사용량이 초과되었고 12시에는 전력예비율이 7.8%로 급격히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오후 1시가 되어 약간 개선의 기미가 보여 별 다는 조치를 취하지 않다가 오후 2시 이후 상황이 급격히 악화되어 블랙아웃을 막기 위해 예고 없이 순차단전에 들어갔다는 것입니다.

전력소비를 조금만 아는 사람이라면 여름철 전력피크가 주로 오후 2~4시 사이에 발생한다는 것은 상식으로 통합니다. 정부와 전력거래소는 국민의 생명줄과 같은 전력계통의 운영을 책임지는 공무원(지식경제부는 물론 전력거래소 역시 공공기관에 해당하는 준공무원 신분)들이 얼마나 안이한 자세로 일하는가를 단적으로 드러내는 사건이었습니다. 

전기사업법상 전력 계통 운영에 대한 권한은 전적으로 전력거래소에 있습니다. 즉 발전량과 공급량을 조정하는 권한이 전력거래소에 있습니다. 이는 전기사업법 제36조 한국전력거래소의 업무에 명시되어 있는 내용입니다.

따라서 전력 수요 예측은 1차적으로 전력거래소, 최종적으로는 지식경제부에 있는 것입니다. 과부하에 따른 단전, 에너지 사용기기 제한 등의 조치를 판단하는 것은 전력거래소와 지식경제부이고 그 실행 권한은 지식경제부 장관에게 있는데 이번 정전사고 당시 이러한 매뉴얼이 지켜지지 않은 것이 문제였습니다.

특히 800만kW가 넘는 발전설비가 계획 예방정비에 들어가 가동이 안 된 것 역시 이번 정전사고의 큰 문제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발전회사가 연간 정비 계획을 수립하여 제출하면 이를 조정하여 승인하는 권한은 전적으로 전력거래소에 있는 것인데 예측을 잘못한 전력거레소에 많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 미국이나 중국 등 면적이 큰 나라에서는 크고 작은 정전사고가 많습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서는 이같은 대규모 정전사고가 없었기에 이번 사고의 여파가 큰 것 같습니다. 문제는 과다한 전력사용에 따른 대응미비가 문제였던 것 같은데 의원님은 어떻게 보시는지요.

2009년에서 2010년으로 넘어올 때 동계피크가 420만kW 늘어나고 2010년에서 올해로 넘어올 때 하계피크도 310만kW 늘어나는 등 사실은 전력수요가 한계에 다다른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습니다.

가령 오는 12월에 완공되는 신고리 2호기가 완성되더라도 현재 예비력에 100만kW 정도 추가하는 정도밖에는 안됩니다. 따라서 에너지수요관리를 통해 전력사용량을 어떻게 줄이느냐가 중요한 시점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이 전력가격 현실화 문제입니다. 산업용(병), 농가용 등 요금을 조속히 현실화하는 가격 정책 필요합니다.

둘째로 에너지절약소비를 막연하게 할 것이 아니라 전력예비율 시계나 절약기관에 대한 인센티브 지급 등 구체적인 방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 최근 몇 년간 한전은 경영효율화 경영으로 송배전망에 대한 관리비용을 삭감한 것으로 압니다. 이로 인해 일부 노후전주에서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입니다. 올초 사당동 전신주 사고도 이와 전혀 무관하진 않았습니다. 송배전망에 이상이 발생하면 또 다른 유형의 대규모 정전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데요, 이에 대한 대책을 국회에서 지적하실 의향은 없으신지요.

이 문제는 전력전문가와 한전이 철저한 분석을 해야 할 문제라고 봅니다. 미국 등 선진국에서도 송배전망 노후로 인한 대규모 정전사태가 있었던 것으로 보아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닐 것으로 판단합니다.

특히 20년 이상 된 노후 배전망 설비 교체의 필요성이 나오고 있는 상황이기에 대비책 마련이 시급한 상황입니다. 이번 정전사태와 맞물려 이 문제도 진지하게 논의해 대비책을 세울 수 있도록 관계기관과 협조하도록 하겠습니다.  

■ 이번 정전사고로 전력 분할 민영화 정책을 전면 재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발전자회사로 분할된 조직을 한전으로 통합하자는 얘기인데요, 이에 대한 의원님의 소견은.

먼저 전력산업구조개편의 추진과정을 보면 1997년 IMF 외환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추진되었는데 2001년 발전부문을 화력 5개, 원자력1개로 분리하고 한전에서 전력계통 운영업무를 독립시켜 시장운영을 겸한 전력거래소를 출범하게 된 것입니다.

그 당시 우선적으로 남동발전을 매각대상으로 하여 발전민영화를 추진하였으나 시장여건 및 매각손실을 우려하여 2004년 매각작업이 중단되고 노사정위원회를 중심으로 배전분할이 중단되면서 현재까지 어정쩡한 상태로 그 상태가 유지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국회 지식경제위 소속 의원들의 전반적인 의견은 민영화로 더 나아가지 못할 것이면 차라리 발전자회사를 통합해야 한다는 것이 중론입니다.

이번 법안 발의에서도 알 수 있겠지만 발전자회사 통합까지 논의하기에는 이번 18대 국회 내에서 처리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다른 의원들의 생각도 대동소이합니다. 이번 정전사고를 거치면서 현재 민영화 정책을 얘기하는 사람은 일부 학자를 제외하고는 거의 없다고 봐야합니다.

따라서 일단 시일이 소요되는 발전자회사 통합문제보다 계통운영기능을 한전으로 통합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정태근 의원은?

정태근(한나나라당, 성북갑)의원은 국회 지식경제위원회 소속으로 지난 4년간 활동하며 에너지 수요관리의 중요성 및 녹색성장 등에 대한 정책적 제안을 지속적으로 해왔다.

정 의원은 △최근 단전사태의 문제점과 대안 △녹색성장에서 녹색발전 △지식경제위원회 국정감사 후속조치 △중소상공인 살리기 5대 과제(카드수수료 인하, 하나로마트 판매 물품 규제, 대기업 MRO 전면 철수, 중소가구업체 공공조달 시장 확보, 전통시장 택배시스템 100% 국고지원) 등 총 5권의 자료집을 발간했다. 

지난해 국감에서도 △수출우량 중소기업을 살린다(키코 등 환손실기업 지원 방안 마련 필요성) △동네슈퍼 전통시장 살린다 △1인창조기업 육성 △중소기업 전용 TV홈쇼핑 구축 필요 △중소벤처기업에게 공정한 지식경제부 R&D로의 도약 과제 등 10권의 자료집을 내고 중소기업을 위한 정책 제언을 하며 중소기업 호민관 및 한나라당 정책위 부의장으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등 ‘정책통’ 의원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한나라당 정책위 부의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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