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기계연구원/그린카연구센터장 정동수 박사

-시대흐름·기술변화 여부 등 살펴야-
-수소연료전지·전기차 세계 속도 맞추자-

한국기계연구원/그린카연구센터장 정동수 박사.
우리나라에는 전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 볼 수 없는 독특한 자동차 보급 정책이 오랫동안 뿌리 깊이 박혀 마치 당연시 되고 있는 특이한 현상이 유지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시내버스는 100% CNG(압축천연가스) 만 사용하도록 하고, 택시에는 100% LPG만 사용하는 강제 보급 정책이다.

처음 도입 당시 국내 여건 상 어쩔 수 없이 시작된 정책이었지만 세월이 흘러 시대의 요구조건과 기술이 변화하여 이제는 시대 흐름에 역행하는 정책이라는 전문가의 지적이다.

우선 시대의 흐름을 살펴보면 90년대의 친환경 규제시대에서 2000년대로 들어와 지구온난화와 고유가 시대가 시작되면서 CO2와 연비 규제가 추가로 강화되어 이제는 친환경, 온실가스, 연비의 세가지 기본요소를 모두 충족해야 하는 그린카 시대를 맞이하게 되었고, 그린카로는 크게 ‘클린디젤차, 하이브리드차,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로 분류하고 있다.

즉, 가솔린 자동차나 연료가 친환경적이라고 했던 LPG나 CNG자동차는 연비를 만족하지 못해 그린카 대열에 끼지 못하고, 연비 면에서는 우수하나 반환경적이라 천대 받았던 디젤자동차는 그 동안 연료품질과 엔진기술의 발전으로 클린디젤이라는 이름 하에 그린카 대열에 포함되는 시대로 변하였다.

● 거꾸로 가는 CNG 버스 보급 정책

CNG버스가 국내에 보급된 지 약 10여년의 세월이 흘러 대폐차할 시점이 오고 있지만 환경부나 서울시는 여전히 CNG버스 보급에는 친환경성을 내세워 막대한 금전적 지원을 쏟고 있는 반면 그린카이면서 정부 지원이 필요없는 클린디젤버스는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친환경성 : 1990년대 당시의 디젤은 연료의 품질이 나빴고 디젤엔진의 기술수준도 낮아 배출가스 성분 중 입자상물질(PM)과 질소산화물(NOx)이 많이 배출되었던 반면 천연가스는 가장 청정한 연료였다. 특히 2002년 한일 월드컵 개최가 확정된 이후 대도심 대기질 개선방안으로 디젤버스 대체 수단으로 CNG버스가 보급되었고 대기질 개선에 일조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현재 유로5급 클린디젤자동차는 연료품질의 개선과 디젤엔진의 기술수준 향상, 후처리장치의 부착 등으로 입자상물질(PM)과 질소산화물(NOx) 배출이 많이 줄어들어 CNG버스와 대등한 수준의 친환경성을 갖추고 있다.

온실가스 배출 : 연료 자체만 놓고 보면 CNG에 비해 디젤의 CO2 발생량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디젤의 연비가 상대적으로 좋다는 측면을 감안하면 디젤 소모량이 더 적기 때문에 오차범위에서 거의 비슷한 수준이다. 그러나 CH4의 경우는 온실가스 효과가 CO2의 20배 이상이므로 디젤은 0 상태인데 비해 CNG버스는 대량 배출되고 있어 온실가스 배출 총량은 CNG버스가 훨씬 많은 셈이 된다.

연비 : 디젤에 비해 CNG의 연료소비율이 20~30% 정도 나쁘기 때문에 CNG버스가 그린카 대열에 끼지 못하는 결정적인 요소이다.

운행 경제성 : CNG버스는 연료비가 저렴하여 차량 운영경제성이 우수, 고유가 시대의 대안으로 적합하다고 하나 정부로부터 차량차액 보상, 연료세 인하, 부가세 면제 등 지원혜택이 없을 경우는 디젤버스의 운영경제성이 더 우수하다.

세계시장 유망성 : 디젤버스 시장은 전 세계에 90%이상 고루 분포되어 있으나 세계 주요 시장에서 CNG버스의 수요는 거의 없고, 주로 천연가스 생산국 중에서 개발도상국 위주로 일부 시장이 활성화 되고 있고 규모도 작다.

에너지 다변화와 안보성 : 천연가스는 에너지 다변화 차원에서 산업용, 가정용으로는 매우 적합하나 수송용으로는 불편하며 효율저하로 인해 보조연료 개념으로 사용되어야 하는 연료이다.

국가 재정 안정성 : CNG버스를 10년간 운행하기 위해 1억원 짜리 디젤버스를 기준으로 차량 구매 보조비, 부가가치세와 취득세 면제, 연료세 인하, 충전소 건설 자금이나 관련 부품 수입 면세, 장기저리 융자 등의 혜택까지 포함해 1대당 7000만원 이상의 정부 보조가 이뤄지고 있다.

CNG 폭발 사고가 발생하면서 정부는 용기 등 안전점검을 강화해야 하는데 그 과정 역시 정부 예산 투입이 불가피하며 향후 유로6 기준을 대비해서 천연가스에 수소를 혼합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시설추가와 폭발 대비 안전성 강화를 위해 또 정부 예산 투입이 불가피하므로 재고해야 한다.

● 전시성 전기차 양산 보급 가속화 정책

최근 미국이 전기자동차 보급 활성화에 관심을 보이자 세계 각국 정부 및 업체들이 앞 다투어 전기차 개발 및 보급을 위해 정부차원에서 막대한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미국은 클린디젤, 하이브리드 기술에서 뒤져 수소연료전지차에 승부 걸었다가 실패로 끝나고 전기차에 집중하지만 세컨카 개념을 벗어나지 못하여 다시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카로 방향을 전환하는 추세로 2015년까지 100만대의 전기차 생산보급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 일본은 자국 운행용 보다는 미국이 스스로 만들어 놓은 시장을 겨낭해서 2020년까지는 각각 200만대, 100만대, 50만대의 생산을 목표하고 있다.

지경부도 당초 2017년 준중형급 전기차를 양산할 계획이었으나 세계 전기차시장 선점을 위해 3년 앞당겨 2014년에 양산체제를 구축키로 하는 44개 기관 참여, 1000억원 규모의 준중형급 전기차 개발 프로젝트를 발표했다.

이미 서울시는 ‘전기차 마스터플랜 2014’를 수립하여 2014년까지 전기버스, 전기택시와 공공ㆍ민간 전기승용차 용으로 총 3만대의 전기차 보급에 나섰고 또 배달용 전기이륜차는 1만대를 대체보급하고 5분 이내 급속 충전할 수 있는 충전기 8000대를 설치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서울시는 전기차 도입 배경으로 도시 환경오염 개선 및 온실가스 감축, 저렴한 전기동력 사용으로 교통비용 절감, 신성장 산업 육성 및 신규 일자리 창출 효과까지 얻을 수 있고, 석유의존 에너지의 다변화로 에너지 위기에 적극 대비하며, 또 우리기술 상용화를 위한 테스트베드 역할도 기대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이에 대한 문제를 지적하고자 한다.

친환경성 : 먼저 전기자동차의 장점이 ‘무공해, 온실가스 CO2 저감’이라고 하는데, 도심지 주행과정에서 공해가스가 배출되지 않는다는 것이지 자동차가 도로를 주행하는 그 자체가 타이어 마모로 인한 분진 발생과 도로상의 미세먼지 부유 유발로 미세먼지 발생의 원인이 되며 또 폐 배터리의 발생 등은 배출공해가스보다 더 심각한 공해임을 인정해야 한다.

CO2 배출 : 전기자동차에 의한 CO2 발생은 연료의 생산에서 발전, 공급, 운행 등 전 과정에서 나오는 공해물질과 CO2를 총량적 개념으로 산출하는 시대이므로, 일반 화력발전소의 전기를 사용할 경우 경유차가보다 오히려 30% 이상 CO2가 더 많이 배출되고 있다.

운행 경제성 : 전기자동차의 운영비가 저렴하다고 하지만 현재 원가이하의 저렴한 가정용 전기값으로 계산한 것으로 전기자동차 수가 확대될 경우 자동차 충전용 전기에는 휘발유나 경유처럼 많은 세금이 부과되어야 한다.

그리고 국내 운행 자동차 1700만대를 모두 전기차로 바꾸면 자동차용으로만 전기를 공급하기 위해 원자력발전소 22기를 추가로 건설해야 하기 때문에 발전소 건립비용도 합산해야 하고, 급속충전은 전기소비를 더 가중시키고 시설비용도 소요되므로 이런 비용을 합산해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하면 결코 운영비가 저렴할 수 없다.

또한 전기차는 운행 시작 10년 이내에 기존 엔진자동차의 신차 가격보다 더 비싼 배터리를 교체해야 하는데 그 비용부담도 당연히 고려해야 하므로 운영비용은 오히려 비싸질 수밖에 없다.

산업 육성과 일자리 창출 : 전기자동차에 의한 신성장 산업 육성과 신규 일자리 창출 효과에 대해서도 기존 엔진자동차 산업에 전기자동차 산업이 추가되는 것이 아니라 대체되는 것이고 또한 부품수가 훨씬 적은 전기자동차는 고용 창출보다는 오히려 실업자 증가를 유발시켜 자동차 산업은 전반적으로 침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에너지 다변화와 안보성 : 석유의존 에너지의 다변화로 에너지 위기에 적극적인 대비 가능성에 대해서도 기존 엔진자동차는 사용연료가 다양하므로 전기 한 종류에만 의존하는 전기차가 오히려 에너지 위기나 발전소 사고 발생 시 대비 가능성 면에서 불리하다.

기술 상용화 위한 테스트베드 역할 : 우리기술 상용화를 위한 테스트베드 역할에 대해서도 선진국 사례처럼 특정 시범지역에서 소규모로 추진하면서 문제점을 보완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상식화 되어 있는데,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아직 기술개발이 진행 중인 전기차를 대규모로 양산보급을 시행하게 되면 문제가 생겨 중단해야 할 경우, 막대한 충진시설 철거비와 폐차 비용 등의 직접 손실과 자동차산업 위축의 간접 손실을 입게 된다.

국가 재정 안정성 : 초기 공공기관 대상 시범보급 단계도 문제겠지마는 일반인 대상 양산보급 시 전기차의 가격이 현재 기존 엔진차량의 5배에서 3배로 줄어든다 하더라도 차액의 50%를 정부가 지원해 줄 경우 기존 차량 1대 가격에 해당되므로 정부 재정의 지출이 보급량의 증가에 따라 심각해지고 충전을 위한 급속 충전시설과 발전소 건설까지 고려하면 엄청난 예산 지출이 예상된다.

전기자동차가 장점이 ‘무공해, CO2 저감, 저렴한 운영비’라는 것이 사실이라면 차량가격이 기존 엔진자동차보다 몇 배 비싸더라도 장래를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투자를 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단점이 많고 또 기존 자동차에 비해 여전히 출력저하와 짧은 주행거리, 긴 충전 소요시간 등으로 인해 불편함이 크기 때문에 시장형성이 불안한 실정에서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지원해야 할 명분이 매우 약한 셈이다.

● 우리 실정 고려한 단계별 실속 정책 추진해야

향후 세계 자동차산업이 어떻게 진행될 것이고, 우리나라는 어떤 방향으로 가야하는 지를 정확히 판단한다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궁색한 명분을 앞세워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정책을 고집한다 든지 단점을 장점으로 왜곡하면서 너무 앞서가는 전시성 정책이 무리하게 추진된다면 정책 오판으로 인해 자국 자동차산업이 몰락한 미국의 전철을 밟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우리와 여건이 다른 선진국의 자동차 정책을 맹목적으로 추종하기 보다는 우리나라 실정에 적합한 그린카 정책을 선택하고 효율적으로 신중하게 집행해야 한다.

단기적으로는 우리나라는 현재 기술경쟁력이 상대적으로 우수하고 향후 10년 이상 세계시장의 확대가 보장되어 있는 클린디젤차를 양산보급해서 세계시장에서의 점유율을 확대해 나가고, 아직 아무도 선점하지 않은 최고 효율을 자랑하는 디젤하이브리드차를 집중적으로 개발하여 국가 브랜드화 해야 할 것이다.

장기적인 전략으로는 아직 한창 기술개발 중이어서 향후 시장형성이 불투명한 수소연료전지나 전기자동차의 경우 차량 생산보급에 인력과 돈을 낭비하기 보다는 핵심원천기술 연구에 집중하여 국제경쟁력이 있는 독자기술을 확보하고 향후 세계시장 형성이 어느 정도 가시화 될 시점에 가서 본격적인 양산보급으로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선진국들이 다들 가고 있으니까 우루루 따라 가다 보면 주요 핵심부품은 수입하게 되고 생산하면 할수록 남 좋은 일만 시켜주어 결국 남는 건 무역역조로 그 때 다시 핵심부품 개발 운운하면서 뒷북치는 악순환을 계속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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