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문] 이번 정부의 북방정책, 에너지 전환정책으로 인해 원자력과 석탄발전을 대체할 수 있는 천연가스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2030년까지 신재생의 비율을 20%까지 올리겠다는 3020정책의 현실성을 뒤에 놓고 이야기하더라도 신재생의 간헐성으로 인해 천연가스 발전의 필요성은 간과할 수 없다.

천연가스 발전이 원활히 가동돼 국가 경제에 필요한 전기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천연가스 발전 인프라 구축과 함께 원료인 천연가스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공급이 필수적이다.

천연가스의 안정적 공급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첫째 매장량이 충분히 보장되는 천연가스 도입계약, 둘째 공급 루트의 안전성이 확보돼야 한다. 아무리 천연가스 물량이 있더라도 수송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한다면 결국 공급은 중단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남북, 북미 화해 무드가 형성되면서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북한을 통해 들여오자는 주장들이 되살아나고 있다.

북한을 통과하는 파이프라인을 통해 천연가스를 들여오는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여러 가지 문제점들을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그리고 유럽의 사례를 통해 사전에 알아볼 수 있다.

1991년 소비에트의 붕괴 이전까지 우크라이나, 벨라루스, 몰도바는 소비에트 공화국의 위성국가였다. 따라서 소비에트에서 유럽으로 가는 천연가스의 주요 수송 루트에 존재하는 3국과의 갈등이 표면화되지 않았고 갈등이 있더라도 원만히 해결됐다. 하지만 소비에트 연방이 붕괴된 이후 실질적으로 독립한 3개 국가들과 러시아의 관계는 그때그때의 정치적 상황에 따라 달라졌다.

특히 2005년 우크라이나의 대통령이 친서방적 성향의 유스첸코로 바뀌자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관계는 심각한 상황에 이르게 됐고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중심으로 그 갈등이 표출됐다.

표면적으로는 우크라이나가 가스 대금을 지급하지 않았다거나, 러시아가 주입한 물량이 유럽에 동일하게 도달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크라이나가 해당 물량만큼을 중간에 부당하게 취득한 것이라는 주장과 이에 대한 반박들이 오고 갔다.

결국 러시아는 2006년 1월 1일 천연가스 압력을 낮추는 방식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대응 조치를 취했다. 수출국인 러시아와 통과국인 우크라이나의 갈등은 이제 유럽 전체의 천연가스 수급위기 문제, 즉 에너지 안보문제로 비화된 것이다.

천연가스 파이프라인 통과국과의 갈등은 크게 기술적인 갈등과 기술 이외의 사유로 인한 갈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2006년 우크라이나-러시아 갈등은 기술적이기보다는 정치적이면서 상업적인 갈등으로 분류된다. 만약,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관계가 우호적이었다면 유럽 전체가 혼란에 빠지는 상황으로까지는 전개되지 않았을 것이다. 그 외에도 우크라이나 파이프라인을 둘러싼 갈등은 많지만, 2013년부터 2014년까지에 발생한 사건은 지금까지도 현재진행형이다.

이런 사례들을 볼 때, 러시아의 가스가 파이프라인을 통해 북한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러시아 및 북한에 대한 서방의 제재가 해소되고, 북한에 대한 투자기관의 신뢰가 구축돼 파이프라인 사업의 경제성이 인정돼야 한다.

달리 표현하면, 북한 통과 파이프라인의 독자적 경제성이 인정돼야 하고, 파이프라인을 둘러싼 국제 정치적 관계가 원만해야 하며, 향후 발생할 수 있는 갈등은 효과적으로 해소할 수 있는 다자협약이 이루어져야 한다.

물리적 파이프라인의 노선이 문제가 아니라, 러시아, 북한, 우리나라 그리고 미국과 서방을 모두 이해관계자로 놓고 냉정하게 분석해야 한다. 그런데 무엇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그래서 걱정이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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