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문] 6.25전쟁 후에 폐허만 남았을 때였다. 미국 에디슨사의 회장을 지낸 워커 리 시슬러 박사는 당시 이승만 대통령을 만난 자리에서 원자력을 개발하라고 조언했다고 한다. 박정희 대통령은 1962년 제1차 경제개발 5개년을 계획할 즈음 값싸고 안정적인 에너지를 얻기 위해 원자력발전건설을 결심했다.

1979년에 스리마일섬 원전사고로 미국 내의 모든 원전기술이 중단되면서 컴버스천 엔지니어링(CE)사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한국에 기술전수를 약속했다. 이것은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그 결과 우리나라는 최단기간 내에 원전기술력을 배워서 조기에 국산화를 달성하기에 이르렀다. 이 때가 우리에게는 산업의 중흥기로 전후방산업이 힘차게 일어나는 동반성장의 시기였다.

1986년 구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사고는 유럽 국가들의 모든 원전건설을 전면 중단시켰다. 원전건설 중단으로 선진국들의 원자력산업기반이 급격히 붕괴됐다. 그러나 2000년대 후반에 이르자 때 아닌 ‘원자력 르네상스’에 대한 기대가 높아졌다. 아프리카와 중동의 산유국을 포함해서 새롭게 원자력 발전을 시작하려는 나라도 나타났다.

미국과 유럽에 건설된 수백 기의 원전의 교체수요도 우리의 기대를 부풀렸다. 그러나 불행히도 2011년 3월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터졌다. 이 엄청난 사고로 인해 희망에 부풀어 있던 원자력 르네상스의 불이 서서히 꺼져갔다.

미리 투자한 아레바는 핀란드 원전 건설이 예상보다 9년이나 지연된 탓에 할 수없이 프랑스 전력공사에 인수되고 말았다. 웨스팅하우스 조지아주 보틀 원전건설도 5년이 지연됐다. 그 결과 도시바는 엄청난 손해를 안고 웨스팅하우스를 캐나다의 헤지펀드에 매각했다. 이러한 어려운 상황에 한국이 UAE에 수출한 원전은 순조롭게 건설됐다.

우리나라의 전통적인 3대 수출산업은 반도체, 자동차, 조선이다. 하지만 조선은 이미 무너졌고 자동차도 예전 같지 않다. 반도체도 중국의 맹렬한 추격이 거세게 밀려오고 있다. 이러한 때에 우리에게 남은 경쟁력은 바로 원자력 기술이다.

우리는 UAE에 원전4기를 수출해 20조원을 벌어들였다. 사후관리용도로 앞으로 대개 60년간을 관련 부품과 핵연료를 꾸준히 공급하면 10조원 이상을 추가로 벌 수 있다. 또 우리가 운전을 지원해 60조원을 더 벌어들일 수 있다. 원전과 관련된 정비시장에도 진출해서 더욱 많은 일자리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다. 우리 앞에 높인 전망은 밝은 것이다.

이러한 우리의 원자력 기술이 폐기되고 사장될 위기에 놓여있다. 정부가 현재 밀어붙이고 있는 탈원전 일변도의 에너지정책 때문이다. 한국수력원자력은 2022년까지 이미 운영허가를 받은 월성1호기 원전을 조기 폐쇄키로 전격적으로 결정했다. 또 경북 영덕 등지에 짓기로 계획한 신규 원전 4기의 건설도 동시에 백지화했다.

이 여파는 대학에까지 강하게 미치고 있다. KAIST 원자력과 양자공학과는 학부과정에 개설 27년 만에 처음으로 지원자 제로라는 처참한 사태를 맞았다.

실로 원자력은 우리나라 산업발전의 획기적인 모멘트였고 동시에 하늘이 내린 홍복(洪福)이었다. 우리 원전 수출의 유일한 경쟁자는 러시아와 중국뿐이다. 세계의 거대한 원전수출시장이 우리 앞에 놓여 있다. 우리는 이러한 좋은 기회를 절대로 놓쳐서는 안 된다.

원전은 값싸고 환경친화적 에너지라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정부는 멀쩡한 원전을 폐쇄하고, 신규 원전건설계획도 줄줄이 취소, 백지화 하는 우를 범하고 있다.

후쿠시마 사태를 겪은 일본조차도 그 동안 폐쇄했던 원전을 속속 재가동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지난달 원전을 10배 늘리는 에너지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탈원전의 오류를 바로잡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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