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 훼손 낮은 해상풍력 장려ㆍ바이오는 퇴출 수순
태양광 늘리겠다며 임야 가중치 하락은 ‘모순’ 지적

[에너지신문] “문재인 정부는 환경과 재생에너지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으려 한다. 그러나 이들 두 가치는 서로 상반된다는 것을 정부도 잘 알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가 지난 18일 공개한 REC(신재생에너지공급인증서) 가중치 조정안을 두고 신재생에너지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다. 이번에 발표된 내용을 보면 대기오염 및 산림훼손 등을 반영한 정부의 가중치 조정 노력이 엿보인다는 평가다. 정부가 환경과 재생에너지 사이에서 고민한 흔적도 드러났다는 게 업계의 견해다.

그러나 이와 별개로 정부의 발표대로라면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치는 상황이 될 수도 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기도 하다.

■키울 수밖에 없는 해상풍력

이번에 발표된 REC 조정안에 따르면 가장 큰 수혜를 입는 분야는 해상풍력이다.

정부는 해상풍력 가중치를 기존의 1.5∼2.0에서 2.0∼3.5로 상향조정했다. 연계거리 5km 이하와 5~10km의 해상 풍력 가중치를 현행 각각 1.5, 2.0에서 2.0, 2.5로 0.5씩 높이기로 했다. 연계거리 10~15km의 경우 2.0에서 3.0으로 높였고 연계거리 15km를 초과할 경우 가중치는 3.5를 적용, 기존보다 1.5 높였다. 거리에 따라 가중치가 최대 75% 늘어나는 ‘파격적 우대’다.

정부가 이처럼 해상풍력 키우기에 나선 이유는 재생에너지 3020 목표 달성을 위해서다.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 20%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최소 14GW 규모 이상의 해상풍력을 설치해야 한다.

1기당 1.5~3GW 수준의 설비용량을 갖춘 해상풍력 단지가 늘어날수록 3020 목표달성이 수월한 것은 당연한 이치다. 육상풍력과 비교시 건설에 따른 환경훼손이나 민원 문제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롭다는 점도 해상풍력 보급 확대 당위성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그간 연계거리 15km 이상은 수심이 깊어지면서 발전단가가 급격히 올라 경제성이 없었으나 이번 REC 조정안으로 이를 극복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육상풍력이나 태양광만으로는 재생에너지 확대에 한계가 있기 때문에 조력 등을 제외하고 설비용량이 가장 큰 해상풍력을 육성할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 해상풍력은 이번 조정안의 최대 수혜자로 꼽힌다.

■바이오는 ‘버리는 카드(?)’

이번 발표로 해상풍력과 정 반대의 상황을 맞게 된 것은 바이오연료 발전이다. 가중치가 폐지되거나 크게 내려가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RPS 의무이행의 특정 에너지원 쏠림방지 등을 이유로 가중치를 대폭 내렸다. 현재 목재‧우드칩 및 고형폐기물(SRF) 등 바이오연료를 이용한 발전 비중은 전체 신재생에너지 발전의 약 37%를 차지한다.

석탄과 바이오매스를 혼합하는 석탄혼소는 기존에는 가중치 1.0을 받았지만 조정안에서는 아예 폐지된다. 또 전소 전환설비는 기존 1.0에서 0.5로, 전소도 기존 1.5에서 1단계 1.0, 2단계 0.5로 각각 줄어든다.

바이오 SRF 역시 가중치 1.0에서 이번에 아예 제외됐다. 전소전환은 1.0에서 0.25로 75% 하향됐으며 전소는 가중치 단계별로 1.5에서 0.5, 0.25로 단계별로 하향된다. 폐기물의 경우 일반 폐기물은 0.5에서 0.25로, 폐기물가스화발전은 1.0에서 0.25로 각각 줄인다.

이같은 가중치 하향 조정은 정부가 바이오매스 발전을 신재생에너지 시장에서 사실상 퇴출시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가중치 하향이 기존 사업자들에게는 적용되지 않으나 신규 진입을 막으면서 사실상 퇴출 수순을 밟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정부가 바이오연료를 퇴출시키려는 또다른 이유는 대기오염 등 환경문제 때문이라는 견해가 많다. 태양광, 풍력과 달리 바이오연료는 연소기반으로 연소 과정에서 오염물질 발생 우려가 있어 유럽 등에서는 이를 신재생에너지에서 제외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환경 문제로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의 가중치 하향은 이를 고려한 측면이 크다는 결론이다.

■태양광 임야 가중치 하락은 ‘모순적 행태’

태양광은 대부분 가중치를 현상 유지하는 것으로 결정했으나 임야 설치 시 가중치(최대 1.2)의 경우 0.7로 줄였다. 무분별한 난개발로 인한 산림 훼손을 막겠다는 취지다.

그러나 대부분 MW급 이상 태양광 설비는 임야 외에는 마땅히 설치할 장소가 없기 때문에 현실을 반영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는 비난 여론도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태양광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번 가중치 조정안의 경우 대규모 태양광발전 사업자에게는 타격이 될 것”이라고 우려하며 “정부가 태양광발전의 규모를 키우겠다고 공약한 상황에서 동시에 이에 제동을 걸고 있는 모순적 행태를 보이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도 해야 하고, 환경 훼손도 막아야 하는 상호 배치되는 상황에 직면했다고 보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형 특성상 산림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재생에너지를 확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환경 보전과 재생에너지 비중 확대는 동시에 진행되기 어렵기 때문에 먼저 재생에너지 확대에 집중하고, 훼손된 산림 등은 추후 복구하는 방향으로 나가는 것이 맞다”라고 견해를 피력했다.

▲ 태양광 발전의 경우 임야 설치 시 가중치를 줄여 태양광 사업자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저작권자 © 에너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