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철근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에너지신문] 최근 수년간 경험하고 있는 우리나라 대기오염물질의 증가는 대기환경 개선에 대한 큰 국민적 요구로 이어졌는데 그 중 수송부문에서는 경유소비가 미세먼지 등 오염물질 증가의 주요 배출원으로 지목됐다. 이에 정부는 대기오염물질 저감 방안 중 하나로서 경유세율 인상을 고려한 바 있다. 본 고에서는 대기오염물질 저감 대책의 방안으로서의 수송용 경유세율 인상 정책의 효과성에 대해 짚어 보기로 한다.

먼저 본격적인 논의에 앞서 수송용 유류 소비에 리터당 부과되는 세율과 유종간 가격 비율을 살펴보기로 하자. 우리나라의 수송용 연료에 부과되는 소비세는 개별소비세와 교통에너지환경세가 있는데 자동차용 LPG 부탄에는 개별소비세가 부과되며 휘발유와 경유에는 교통에너지환경세가 부과되고 있다.

이상의 소비세에 부가해 교육세와 주행세가 추가 부과되고 있는데 현재 휘발유의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및 주행세의 합은 745.89원이고 경유의 해당 합계는 528.75원이며 LPG부탄의 개별소비세 및 교육세 합계는 293.25원이다. 최종 소비자들은 각 연료의 공장도 세전가와 이상에 열거된 정액세와 유통비 등을 합산한 금액 및 동 금액의 10%에 해당하는 부가가치세를 지불하게 된다.

2017년 10월 기준 우리나라의 수송용 연료 소비자가격(석유공사 Petronet 참조)은 휘발유, 경유, LPG부탄 순으로 리터당 1504.49원, 1295.61원 및 841.19원이어서 이들의 상대비율은 100:86.1:55.9로 나타나는데 이는 우리나라 2차 에너지 세제개편의 목표 비율인 100:85:50에 근접한 수치임을 확인할 수 있다.

OECD 국가들의 2016년 기준 연료 간 평균 상대비율이 100:89.1:47.6임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경유가격의 휘발유가격 대비 상대비율은 OECD 평균 보다 조금 낮고 LPG부탄은 해당 비율이 OECD 평균보다 조금 높은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연료 간 상대가격 비율은 2016년 시점 기준으로는 OECD 평균과 큰 차이가 없지만, 향후 몇 년 후에는 적지 않은 차이를 보일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이유는 다수의 유럽국가들이 최근 수년간 수송용 연료 세제개혁을 단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도 환경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는 가운데 최근 수년간 미세먼지 등으로 인한 대기질 악화를 해결해야 하는 정책적 필요성이 대두됐다.

오염물질 고려시 경유세 인상은 올바른 정책

부담 비해 미세먼지 저감 효과 낮을 수 있어

이에 대한 정부의 대응으로 여러 가지 방안들이 고려된 가운데 특히 수송부문에서는 미세먼지 배출이 심한 수송연료인 경유에 대한 세금인상을 통해 수송용 경유소비를 줄이는 방안이 본격 논의된 바 있다. 경유가 타 연료보다 더 많은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한다는 사실은 국립환경과학원의 CAPSS자료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근의 CAPSS 도로이동오염원 대당 대기오염물질 배출량 자료에 따르면 휘발유 차량과 경유 차량의 연간 차량 1대 당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은 차량의 유형과 대기오염물질 종류에 따라 상이하게 나타난다. 일산화탄소(CO) 배출량은 휘발유 승용차는 12.623kg, 휘발유 승합차는 20.454kg인데 반해 경유 승용차는 0.774kg/대, 경유 버스는 145.031kg, 경유 화물차는 14.396kg으로 추정됐다. 질소산화물(NOx)은 휘발유 승용차는 2.062kg, 휘발유 RV차량은 0.964kg인 반면 경유 승용차는 19.677kg, 경유 RV차량은 18.668kg으로 나타나 경유차량의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휘발유 차량보다 많다.

더욱이 경유 화물차와 버스의 배출량은 각각 63.251kg, 590.786kg으로 보고돼 대형 경유차량의 배출량은 일반 승용차 등과 비교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국민의 가장 큰 관심 오염물질인 미세먼지(PM2.5) 배출량은 경유와 휘발유차량 간에 더 큰 차이를 보인다. 휘발유 승용차가 0.003kg을 배출하는데 비해, 경유차량은 버스, 화물차, RV, 승용차 순으로 5.556, 1.957, 0.602, 0.084kg을 배출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경유차량에서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의 양을 고려하면 경유 소비가 휘발유 소비보다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을 유발한다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따라서 정부가 고려했던 것처럼 경유에 부과되는 세금을 인상하는 것은 사회적 비용을 더 많이 유발하는 요인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게 한다는 점에서 올바른 정책 방향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정책시행에 앞서 보다 중요한 점은 세금인상 등의 정책 변화를 통해 대기오염물질 저감과 같은 원래의 정책 목표를 얼마나 실현할 수 있는가이며 이를 위해 정책 효과의 효과성을 평가하는 작업이 필수적이다.

이와 관련해 올해 한국조세재정연구원 등이 진행한 ‘수송용 에너지 상대가격 합리적 조정방안 검토(2017)’ 연구의 결과를 눈여겨 볼만하다. 해당 연구에서는 수송용 유종별 세금 조정의 다양한 시나리오 하에서 대기오염물질별 배출량 변화를 추정했다. 그 중 휘발유 가격을 리터당 1510.4원(2015년 연간 평균가격)으로 하고 휘발유, 경유, LPG부탄의 소비자가격 상대비율을 100:120:70으로 만드는 시나리오 하에서의 분석결과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경유에 부과되는 교통세 등이 88.2% 인상하고 이로 인해 경유 소비자가격이 약 39% 인상하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적정한 경유소비의 감소로 미세먼지 배출량은 현재 도로이동오염원 미세먼지 배출량 대비 11.2%∼12.8% 감소할 것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도로이동오염원을 통한 배출량이 전체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 대비 비중이 대략 15%인 점을 감안하면 저감되는 배출량의 전체 국내 배출량 대비 비중은 1.4%에 불과하다. 현재 휘발유가격의 86% 수준인 경유 가격을 휘발유 가격 대비 120%로 조정하는 다소 큰 가격변화임에도 불구하고 전체 국내 배출량 대비 저감 효과는 썩 만족스럽지 않아 보인다.

그 이유로는 첫째, 수송용 유류소비의 가격탄력성이 크지 않아 차량 운전자들의 유류소비 변화가 가격 변화폭에 비해서 크지 않다. 둘째, 유가보조금을 지급 대상이 되는 다수의 화물차와 노선버스 등의 경유소비는 경유세율 인상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앞서 언급했듯 도로이동오염원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 배출량은 국내 전체 배출량의 15%만을 차지하는 점도 유류세율 인상의 정책효과를 제한하는 기저요인으로 작용한다. 참고로, 제조업 연소 부문은 국내 미세먼지의 48%를 배출하고 있으며 비도로 이동오염원에서는 14.57%를 배출하고 있다. 더욱이 중국 등 해외에서 유입되는 오염물질까지 고려한다면 유류가격 변화정책의 실질적 체감 효과는 더욱 작아질 수 있음을 쉽게 짐작 할 수 있다.

이상의 논의는 유류가격 인상으로 인한 소비자 부담 증가는 적지 않은데 반해 대기오염물질 저감 효과는 기대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말해 주고 있다. 도로이동오염원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의 유해성이 제조업 연소나 비도로이동오염원 등 타 오염원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의 유해성보다 질적으로 충분히 더 심각하다는 전제가 없는 한, 세금인상으로 소비자들의 경제적 부담만을 증가시키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한 정책 결정으로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

다만 경유세 인상 등을 추진한다면 그와 더불어 더욱 적극적인 친환경차량 보급정책 및 노후경유차 교체 의무화, 신차 적용 환경규제 강화, 매연저감장치 장착 의무화 등과 같은 규제적 방안들이 함께 실행돼야 소기의 목표를 달성할 것으로 보이며 보다 중·장기적으로는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및 영국 등에서 추진되고 있는 자국내 휘발유 및 경유 신차 판매 금지 입법과 대기오염물질 초저배출차량의 생산 및 보급 지원 정책 등을 참고해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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