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권홍 원광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 류권홍 교수.
북한과 러시아의 정상회담에서 러시아 가스를 우리나라에 공급하기 위한 수송방법으로 북한을 통과하는 파이프라인을 건설하는 방안이 상당히 진전된 수준에서 논의된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에너지 안보는 공급의 안정성, 가격의 안정성을 가장 중요한 내용으로 하는데, 공급의 안정성은 공급지역 또는 공급자의 다각화를 통해 이루어질 수 있다. 따라서 현재 중동에 너무 의존하고 있는 에너지 공급문제를 러시아라는 새로운 공급지역 확보를 통해 해소한다는 차원에서 볼 때 환영할만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북한·러시아라는 다수 당사국이 관련되어 있다는 점, 남·북의 교전상태가 종료된 것이 아니라 휴전이라는 임시적 상황에 있다는 점, 가스라는 정치적 성격이 강한 재화에 대한 거래라는 점 등을 고려하면 사전에 검토하고 준비해야 하는 점들이 많다.

첫째,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누구의 비용으로 누가 건설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천연가스 공급에 필요한 비용이 상승하면 최종소비자인 우리나라 국민들이 그 요금을 부담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얼마의 비용이 발생하며 어떤 주체가 해당 파이프라인을 건설할 것인가에 대한 논의에서 우리나라가 주도적 역할을 해야 한다.

3국의 컨소시엄 형태가 예상되며, 북한은 토지에 대한 장기 사용권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참여하는 것도 생각할 수 있다.

둘째, 북한을 통과하는 파이프라인의 소유권자는 누구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만약 컨소시엄 형태라면 해당 컨소시엄의 소유가 되는 것이 정상적일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하게 검토되어야 하는 것이 북한 정부에 의한 일방적 국유화 조치의 가능성이다.

과거와 달리 국유화는 급진적 방식이 아니라 임대기간 연장의 거부, 세금의 인상 등의 조치를 통해 점진적이고 간접적인 형식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정치적 상황이 변화되는 경우 국유화는 언제든지 발생할 수 있는 고도의 위험이라는 점이 고려되어야 한다.

셋째, 북한을 통과하는 천연가스의 수송 안전성 보장이다. 파이프라인이 일단 건설되고 천연가스의 공급이 시작되면 북한이 일방적으로 파이프라인을 잠그는 행위 등을 못할 것이라고 믿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에 대한 물리적 훼손, 압력 조절설비에 대한 훼손 등을 통해 얼마든지 수송의 안전성에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 중요한 사례로,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발생하고 있는 천연가스 배관망을 둘러싼 분쟁을 음미해 봐야 한다.

2006년 1월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통해 공급되던 천연가스에 대한 공급중단 조치를 시행한 사실이 있다. 따라서 어떻게 수송의 안정성을 담보할 것인가에 대한 연구와 누가 운영에 대한 책임을 지고 이런 위험을 부담할 것인가에 대한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수송의 안정성은 파이프라인의 운영에 필요한 토지에 대한 사용기간의 문제를 포함한다.

한 번 건설된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은 수십 년 그리고 그 이상 가동된다는 것을 전제로 하기 때문에 존속기간에 대한 충분한 보장이 선행되어야 한다.

넷째, 토지 사용료와 통과 수수료를 어떻게 합리적 산정할 것인가의 문제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는 자신의 영토를 통과하도록 허용하는데 따르는 수익을 극대화하려 할 것이고 공급비용을 최소화하려는 우리의 입장에서는 이를 최소화하려 할 것이다.

한편 러시아는 제3자적 입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일단 토지 사용료와 수수료에 대한 합의가 이루어지더라도 일정한 기간의 경과에 따라 새로이 갱신되어야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분쟁이 발생하는 경우 어떻게 결정할 것인가에 대한 방안이 수립되어야 한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무엇인가? 우리나라·북한·러시아 사이의 조약(條約) 체결이 해결책이다.

러시아는 에너지헌장조약에 서명하고 비준을 하지 않고 있었으나, 2009년 8월 20일 에너지헌장조약의 회원이 되지 않겠다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만약 러시아가 에너지헌장조약의 회원이라면 우리나라와 북한이 가입함으로써 기존의 다자간 협약을 통해 이상의 문제를 논의할 수 있지만, 현재로서는 불가능한 상황이 되었다.

하지만 러시아는 기존의 에너지헌장조약과 다른 새로운 다자간 협의 틀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당사국들 사이에 깊이 있고 충분한 협의를 통해 천연가스의 국가 안보적 중요성과 산업의 특성 그리고 북한과의 특수 관계가 고려된 합리적인 방안이 모색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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