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상환 한국석유유통협회 업무총괄실장

[에너지신문] 현재의 석유유통 정책은 알뜰주유소 확대 등을 중심으로 2011년 MB의 ‘기름값이 묘하다’라는 한마디에 급조된 포퓰리즘의 산물로서, 정책효과를 달성하지 못함에도 관행적으로 5년 넘게 추진되고 있다.

특히 정부는 석유대리점, 주유소 등이 자율적으로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되는 대표적인 민간시장인 석유유통시장에 대해 각종 특혜를 부여받은 알뜰주유소를 앞세워 정책적으로 개입했고, 이로 인해 석유유통시장 혼란과 지방주유소 몰락 등 현재까지의 평가는 많은 문제점을 야기하고 있다.

그럼에도 현재 정부는 알뜰주유소 확대 정책을 계속 고수하겠다는 입장이다. 실제 지난달 27일 국회에서 열린 실무 당정협의에서 정부와 여당인 민주당은 이명박 정부 때부터 추진해 온 알뜰주유소 정책을 계속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문가들의 이러한 알뜰주유소에 대한 평가는 정책적으로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이유는 효과가 지원에 비해 미미하고 시장혼란의 부작용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과연 알뜰 기름값 인하효과 있나

먼저 첫 번째로 과연 인하효과가 있는 것인가? 전문가의 평가는 효과 측면에서 당초 정부가 목표했던 국민 후생을 위한 기름값 인하 효과는 미미한 반면 알뜰주유소라는 특정 석유사업자의 잇속만 챙겨주는 심각한 문제점만 노출시켰다는 분석이다.

그동안 알뜰주유소 사업자 대상 시설개선 지원, 소득세·법인세·재산세 감면 등 국민의 세금으로 각종 혜택과 특혜가 제공돼 왔다. 하지만 일반주유소와 비교했을 때 가격인하 효과 경우 당정에서 주장하듯이 리터당 35원 보다 낮고 거의 모든 알뜰 노선의 주유소 가격이 일반주유소와 대동소이한 상황이다.

■세금으로 지방주유소 생태계 파괴했다는데

둘째는 알뜰주유소 확대에 따른 치열한 가격인하 출혈 경쟁으로 내몰린 일반주유소의 휴·폐업이 가속화 됐다는 점이다. 알뜰주유소 정책도입으로 주유소 영업이익률은 큰 폭으로 감소했으며, 이로 인해 휴업주유소와 폐업주유소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특히 알뜰주유소가 주로 분포한 지방의 경우 주유소 경영환경이 최악으로 영업 환경이 더욱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한 정부의 각종 지원 및 석유공사를 앞세운 알뜰주유소의 저가격정책으로 인해 대도시보다는 지방주유소의 경영난이 심각해지는 시장상황이 전개되는 등 지방의 석유유통시장 생태계가 파괴되는 심각한 위기 상황이라는 것이 전문가의 지적이다.

■저가격 입찰공급의 한계점은 없는가?

셋째는 최근 한국석유공사가 주관하는 알뜰주유소 2부 시장 사업자 선정이 두 차례 유찰되면서 포퓰리즘 정책인 알뜰주유소의 한계가 드러났다는 점이다. 이번 유찰의 원인은 지난해에 비해 대폭 줄어든 2부 시장 공급물량과 석유공사의 턱없이 낮은 기준가격 제시다.

알뜰주유소는 정유사가 주유소까지 직접 공급하는 1부 시장과, 석유공사가 직접 공급하는 2부 시장으로 나뉜다. 1부 시장은 정유사가 유류를 직접 공급하는데 비해 2부 시장은 석유공사가 석유대리점처럼 유통을 담당하는 구조다. 석유공사가 대리점 역할을 하려니 저장탱크 임대와 수송 등 비용부담이 생긴다.

전문가들은 석유공사가 턱없이 낮은 가격기준을 제시해 유찰된 만큼, 재입찰을 불투명하게 내다보고 있다. 재입찰을 해도 기준가격이 조정되지 않는 한 낙찰 받는 사업자가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2부 시장의 경우 지난해 입찰물량이 휘발유는 1억 9000만 리터, 경유는 1억 3000만 리터였던 것이 올해는 휘발유 3000만 리터, 경유 3000만 리터로 20~30% 줄었다. 이는 한 개 석유대리점이 공급할 수 있을 정도의 적은 물량인데 정유사 입장에서는 낮은 가격을 감수하면서까지 참여할 필요가 없다고 보는 것이다. 석유공사 희망 가격과 정유사의 시장 사격이 더 이상 합치될 수 없는 수준에 다다른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문가 “알뜰주유소 2부시장 재입찰 불투명”

지방주유소 휴·폐업으로 유통단계 피폐화

■공공기관 활용한 불공정 시장 조장은 어떻게 했나

마지막은 석유공사와 도로공사 등 거대 공기업인 공공기관의 민간시장 진입 및 개입을 통한 불공정한 시장 조장의 문제가 심각하다는 점이다.

우선 한국석유공사는 공공기관으로서 민간이 해야하는 알뜰주유소 공급, 입찰에서 시설지원 등 민간 석유유통시장에 사실상 진출, 기름값을 콘트롤하고 있다.

한국도로공사는 ex주유소에 대한 운영평가 지표라는 강력한 권한을 갖고 계약연장을 무기로 민간사업자인 ex주유소 임대사업자를 좌지우지하면서 저가격정책을 강요하고 있다. 특히 한국도로공사의 ex주유소 저가격 강요정책으로 고속도로 인근 국도변 골목상권 주유소들을 폐업의 구렁텅이로 몰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도로공사는 계약연장 권한을 남용해 고속도로 주유소의 출혈경쟁을 강요하고 있는데 ‘도로공사 주유소 운영서비스 평가지표’를 만들어 고속도로 주유소 운영자들에게 최소한의 영업수익 조차 포기하도록 강요하는 등 고속도로 주유소 판매가격에 부당하게 개입해 왔다.

이처럼 알뜰주유소 사업을 실행하는 공기업이 본연의 기능을 벗어나서 불공정 경쟁을 조장하고 시장개입은 물론 시장왜곡 및 불공정경쟁으로 정상적인 석유사업자들을 어렵게 만들고 있다.

실제 한국경제연구원 연구자료인 ‘공공기관의 시장참여 기능 분석(2014)’에는 “제도도입 취지가 석유가격 인하라고 하더라도, 현격히 낮은 수익을 가격에 반영하는 것은 시장 결정 가격의 붕괴를 유발해 장기적으로 시장질서와 공정경쟁에 부정적”이라고 공공기관 저가격이 가격붕괴를 유발, 시장질서와 공정경쟁을 저해 하고 있다는 결과다.

한국경제연구원의 연구자료인 ‘석유제품 산업구조와 시장경쟁(2013)’에는 “시장원칙 훼손 등 국민경제 전체적 이익침해까지 감안할 경우 정부가 인위적으로 석유제품시장에 개입하려는 정책은 편익보다는 비용이 훨씬 더 클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향후 알뜰주유소 정책 개선점은 무엇인가

최근 알뜰주유소는 정부 지원정책에도 불구하고 가격인하 효과는 미미(최초 정책목표 100원/리터)하고 이마저도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다. 특히 1997년 국내 석유시장 전면 개방 이후 세계적 메이저인 엑슨모빌, BP 등 외국인 사업자 진출이 없을 정도로 국내 주유소 간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정부의 각종 지원을 앞세운 알뜰주유소의 시장진입은 민간주유소의 휴·폐업 가속화 등 국내 석유유통시장의 생태계를 파괴하고 있다는 평가다. 따라서 향후 알뜰주유소 정책의 핵심은 알뜰 등 석유유통정책 전반에 대해 원점에서부터 다시 접근, 대안을 만들어 내야 한다.

알뜰주유소는 석유대리점과 주유소의 바잉 파워를 최대한 늘려서 정유사로부터 싼 가격에 기름을 대량으로 구입해 시장에 공급함으로써 유가를 인하하겠다는 의도로 출발했다. 하지만 알뜰정책 시행후 지금까지 기대 만큼 효과는 없고 반대의 결과를 낳았다.

지방 주유소들의 휴업과 폐업은 갈수록 증가하고 도매역할의 석유대리점 또한 그 기능을 현재 석유공사가 상당부분 흡수하는 바람에 영업이익이 0.2 %대에도 못 미쳐 유통단계의 피폐화를 가져왔다.

정부는 알뜰 정책이 가격인하 효과가 있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하고, 업계에서는 시장을 왜곡하는 정책이니 만큼 하루 빨리 개선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는 지금, 한 전문가는 MB의 말 한마디에 기존 정부에서 급조된 알뜰주유소 정책은 과거정권의 대표적 실패 사례로 반드시 개선돼야 할 정책이라고 강조한다.

정부가 개선해야 할 알뜰주유소 정책의 첫 번째는 공공기관의 알뜰 운영의 부당개입부터 없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한국석유공사는 불공정경쟁 및 시장왜곡을 야기하는 석유 유통사업 진출을 철회하고, 석유비축 및 자원개발 지원 등 본연의 임무에 보다 충실해야 하며 한국도로공사는 소비자 후생을 명목으로 우월적 지위를 남용해 주유소의 판매가격에 부당하게 개입하고 간섭해 온 만큼 석유시장을 교란시키는 이러한 불공정한 행위를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은 알뜰 주유소 대상 정부의 예산낭비 및 각종 특혜를 중단하고 각각의 자율적 경영을 유도하는 정책으로 전환이 필요하다.

정부는 직접적인 석유유통시장 개입보다 공정한 시장경쟁을 위한 시장 감시자로서 역할과 Self 주유소 육성, 유류세의 탄력세 자동적용 등 소비자의 직접적인 혜택을 확대하는 정책을 통해 석유유통시장의 경쟁력 강화 및 자연스러운 시장 경쟁에 의해 가격이 인하되는 효과적인 정책을 시행해야 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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