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광주 LPG소형저장탱크 파열사고 현장

[에너지신문] ‘최근 새로운 LPG공급 시스템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소형저장탱크는 과연 안전한가?’ 결론부터 말하면 관리의 문제다.

부탄과 PE(폴리에틸렌)를 원료로 PE폼을 생산하고 있는 제조공장에서 21일 오후 5시경 화재가 발생해 현장에 설치돼 있던 2기의 LPG소형저장탱크 중 1기가 폭발했다. 사고가 발생한 곳은 경기 광주시 초월읍 대쌍령리에 위치한 ㈜에프앤티솔루션으로 해당 공장에는 연료공급을 위한 2.9톤과 1.9톤 등 2기의 소형저장탱크가 설치돼 있었고 이중 1.9톤 탱크가 화재의 열기를 견디지 못하고 안전밸브가 작동한 후 블레비(BLEVE) 현상이 나타나며 완파된 것으로 확인됐다. 탱크 조각은 수십 조각으로 찢어져 비산되면서 피해를 키웠다.

하지만 이번 사고에서 주목할 점은 도심으로 진출한 LPG소형저장탱크의 안전성이다. 새로운 유통방식으로 최근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우리 생활공간 가까이로 진출해 대중화된 소형저장탱크가 폭발한 첫 번째 사례라는 점에서 이번 사고는 무엇보다 그 원인과 대책에 철저할 필요가 있다.

▲ 폴리스 라인이 쳐진 사고현장. 21일 PE폼 제조공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순식간에 공장 3개동을 전소시키고 한시간 40여분만에 진화됐다. 화재 과정에서 LPG소형저장탱크 1기가 폭발했고, 비산된 파편으로 인한 인근에 있던 26명이 부상을 입었다.

탱크폭발, 전쟁터로 변한 사고현장

국립과학수사연구소를 비롯해 관계기관의 합동조사가 예정된 22일 오전 10시 30분. 한 시간 정도 앞서 도착한 사고현장은 이미 화마가 휩쓸고 간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화재로 완소된 공장 주변 건물 유리창은 모두 깨진 상태로 바닥을 뒹굴었다. LPG 폭발 위력으로 현장에 있어야할 파이프들은 옆 건물 이층을 비롯해 등 사방으로 날아갔고, 인근 건물 벽면에 여기저기 박혀 있었다. 

관계기관의 합동사고조사를 앞두고 공장 일대를 둘러보니, 가스폭발 위력에 샌드위치 판넬로 지어진 공장 건물이 뒤로 밀리고, 잔해물이 날아가 공장 지붕에 구멍을 낸 곳도 있었다. 또 천장에 매달린 산업용 전등이 떨어지는 등 관계기관에 의한 공식적인 피해집계 외에도 주변 300m 인근까지 크고 작은 피해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저장탱크 폭발과정에서 비산된 탱크의 잔해는 수 십 조각으로 찢어져 사방으로 비산됐다. 그중 지름 1m의 파편 하나는 직선거리로 약 200m 이상 떨어진 인근 공장으로 날아가 공장내 주택 지붕을 뚫고 화재 현장을 보고 있던 사업장의 대표를 덮쳤다. 

다행히 신속한 후송으로 목숨은 건졌지만, 공장 직원은 "피해자는 절단된 한쪽팔을 살리기 힘든 것으로 안다"며, "날아든 파편에 맞아 비장이 완전히 파열되는 등 장기 전반에 심각한 중상을 입은 상태"라고 말했다.

또 다른 지름 4m이상의 탱크 파편은 화재가 발생한 바로 위 공장의 1층으로 날아 들었다. 엄청난 두께의 H빔이 비산된 잔해의 충돌 충격에 휘어져 있고,  용기 잔해가 덥친 1층내 집기들은 무게와 충격에 대부분 파손된 상태였다.

소방 당국에서 파악한 바로는 이번 사고로 중상 1명을 포함해 부상자 26명이 발생했다. 또 철골 샌드위치패널로 지어진 3개동(철골조 공장 1천320㎡·천막조 660㎡)을 태우고 약 1시간 40여분 만에 화재가 진화됐다. 재산 피해액은 부동산과 동산을 포함해 약 8억 7000여만원 상당으로 추산됐지만 인근지역 피해상황은 여전히 집계중이다.

▲ 사고 현장 바닥에 뒹굴고 있는 가스용기.

화마와 함께 폭발한 LPG탱크, 현장은 전쟁터

완파된 탱크 잔해 200m까지 비산, 1명 중태

 

화재원인과 LPG탱크 파열원인

오전 10시30분경부터 약 2시간동안 진행된 합동감식에는 국과수를 비롯해 경찰, 소방, 가스안전공사, 전기안전공사 및 산업안전공단 감식반 약 20여명이 현장조사에 참가했다. 정확한 사고원인에 대한 발표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지만 PE폼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생성된 휘발성가스 또는 유증기(부탄+PE)가 미상의 점화원으로 인해 화재로 이어졌고, 인근에 적재된 PE폼으로 확산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 조사를 담당한 소방서 조사관은 “사고발생 현장에 있던 공장장이 화재를 최초 목격했고, 바닥에서 넓게 불이 옮겨 붙는 것을 봤다”며 “정전기나 전기기기 등 미상의 원인이 점화원이 돼 화재로 이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특히 사고피해가 컸던 원인으로는 PE폼의 경우 제품 특성 때문에 성형을 마친 제품 경우 잔류가스를 완전히 제거한 후에야 출하가 이뤄진다는 점 때문이다. 더욱이 사고 당일은 적재된 제품이 창고를 가득채워 작업이 이뤄지는 소형저장탱크 인근까지 쌓여져 있었기에 인근 화재가 탱크에 직접적인 열기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 소형저장탱크 1기가 파열된 현장. 한쪽으로는 파열되지 않은 탱크가 남아 있고, 다른 한쪽은 빈공간만이 탱크의 위치를 가늠할 수 있게 한다.

조사에 참여한 가스안전공사 관계자는 “공급자를 통해 확인한 바에 따르면 현장에 있던 LPG소형저장탱크 2기중 1기(2.9톤)에는 약 30%의 가스가 저장돼 있었고, 파열된 1기(1.9톤)에는 약 60~70%의 가스가 충전된 상태였다”며 “가연물로 옮겨 붙어 공장 전역으로 확산된 화재 열기가 탱크내 가스를 가열해 블레비 현상을 일으킨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또 “현재까지 탱크 안전밸브 2개 중 파열된 탱크의 안전밸브는 찾지 못했지만 현장을 촬영한 동영상을 확인한 결과 두 탱크 모두 안전밸브가 작동한 것으로 파악됐다”고 밝혔다.

▲ 비산된 파편에 맞아 휘어버린 H빔

사고가 발생한 탱크는 가스공급자인 N사의 소유물로 지난 9월 12일 정기검사를 마친 것으로 확인됐다. 파열된 1.9톤 탱크는 D사가 2005년 12월 제조한 제품이었고, 파열되지 않은 2.9톤 탱크는 J사가 2009년 1월 제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이번 소형저장탱크 파열현상은 시설 자체의 구조적 문제 보다는 탱크 주변에 엄청나게 적재된 가연성 물질이 화재로 이어졌기 때문이다. 또 급격한 주변 온도 상승에도 화재진압 과정에서 현장의 열악한 상황으로 인해 LPG탱크의 파열을 막기 위한 냉각조치가 충분히 이뤄지지 못한 것도 탱크가 파열된 원인일 것이라는 게 현장을 찾은 관계자들의 추론이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현장에 설치된 안전밸브의 방출 용량이 충분했는지 등도 종합적으로 살펴봐야 한다"며 "동일한 사고 방지를 위해서라도 LPG소형저장탱크의 파열원인을 정확히 규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블레비 : 고압 상태인 액화가스용기가 가열돼 물리적 폭발이 순간적으로 화학적 폭발로 이어지는 현상이다. 탱크의 증기폭발과 이것에 계속하여 발생하는 가스폭발을 총칭.

▲ 화재의 피해를 면한 공장의 PE폼들. 하지만 주변열기에 제품들이 녹아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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