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후 2년 협상 시기, 사안별 제안 정리 ‘중요’
저탄소ㆍ기후친화적 대전환 보조 맞춰야 ‘생존’

■ 2017년 신기후체제 전망 - 김찬우 외교부 기후변화대사에게 듣는다   

기후변화 통한 양자외교 적극 나선다 

[에너지신문] 김찬우 외교부 기후변화대사는 파리협정 발효에 대해 “새로운 역사를 쓴 것”이라고 평가했다. 지난해 11월 18일자로 부임 후 김 대사는 일단 국내에서 마라케시 COP22 회의 이후 상황을 알리고 향후 우리나라의 대응방향에 대해 설명하느라 바쁜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COP22 회의는 파리협정 이행규칙을 2018년 말 기후변화 당사국총회에서 채택하겠다고 결정했다. 이를 위해 먼저 2017년, 김 대사는 국가제안서 제출 준비 등 당장 올 상반기 작업 일정에 돌입한다.

김 대사는 “앞으로 2년간의 협상을 통해 파리협정의 운영체제가 갖추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협상 부대표를 역임하는 등 ‘기후변화협상 정통 외교관’으로 정평이 난 김 대사에게 파리협정발효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의 현안과 향후 전망 과제에 대해 들어봤다.

▶▶▶ 파리협정이 11월 발효되는 등 2016년은 신기후체제에 있어서 또 하나의 중요한 분기점이 되는 한 해로 여겨지고 있다. 신기후체제와 관련해 지난 2016년 한 해에 대한 평가와 의미에 대해 말씀 부탁드린다.
= 파리협정이 이렇게 최단시간에 발효되리라고는 예측하기가 어려웠다. 파리협정을 살펴보면 이행규칙이 먼저 만들어지고 이후에 협정이 발효되는 것을 상정한 조항들이 많다. 파리협정은 발효 측면에서 새로운 역사를 쓴 것이다.

파리협정의 조기 발효에는 유엔의 노력을 평가하지 않을 수 없다. 유엔은 2016년 4월에 파리협정 서명식을 개최했으며, 파리협정을 발효시키는 데 중요한 국가들을 대상으로 조기 비준을 요청하는 노력을 지속했다.

또 하나는 미국과 중국이 2016년 9월 G20 정상회의 직전에 파리협정을 비준하는 조치를 취함으로써 세계 각국의 비준을 촉진하는 계기를 만들었다. 우리나라도 국회의 초당적인 협력으로 11월 3일에 비준서를 기탁할 수 있었다.

▶▶▶ 이미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기후변화 협상임무를 줄곧 수행해 오셨다. 우리나라의 기후변화협상 과정과 결과에 대한 자평과, 특히 부연 설명이 필요한 부분이 있다면 말씀해 달라.
= 파리협정은 ‘고르디아스의 매듭’처럼 풀기 힘들었던 우리나라의 지위 문제를 새로운 접근법으로 풀 수 있게 했다.

우리나라는 국제사회에서의 위상을 고려할 때 온실가스 감축에 있어 나름의 기여를 해야 하지만 파리협정 이전의 체제에서는 선진국으로서 참여하는 방안 밖에는 없었다. 아직 선진국에 진입하지 못한 우리로서는 고민이 많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데, 파리협정의 자발적 약속 방식으로 이 문제가 풀린 것이다.

▶▶▶ 지난 2011년부터 2014년까지 약 3년간 주케냐 대사를 역임하셨다. 케냐 등 아프리카 국가와 비교해 우리나라 청정에너지원의 보급과 활용에 대한 현황과 비전에 대해 갖고 계신 견해를 듣고 싶다.
= 재생에너지를 잘 활용할 수 있는지 여부는 자연적인 조건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케냐의 경우 지열,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천혜의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나이로비에 소재한 유엔환경계획(UNEP)도 케냐가 재생에너지를 적극 활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기를 권고하곤 했다.

우리나라의 경우 재생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자연적인 여건이 좋은 것은 아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정부는 2035년에 신재생에너지를 1차 에너지의 11%까지 상향하겠다는 목표를 설정했다.

그리고 (지난해에는) 10년을 앞당긴 목표를 제시했다. 신재생에너지의 육성을 위해서는 장기적인 방향성을 가진 정부의 정책이 중요한데, 이러한 측면에서 과감한 목표가 설정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 앞서 기후변화대응 체제에서 한국은 선진국과 개도국의 브리지(다리) 역할을 공약했고 실질적으로 활약하고 있다고 하셨는데, 좀 더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하다.
= 파리협정 이행규칙 협상과 관련해 사안들을 두 가지 카테고리로 구분해 볼 수 있다. 첫째 그룹은 국제시장메커니즘과 같이 우리나라의 이해관계가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안들이며, 둘째 그룹은 투명성메커니즘과 같이 우리나라로서는 이행에 큰 문제가 없으나 선진국과 개도국 간에 대립하고 있는 사안들로 나누어 볼 수 있다. 협상과 관련된 쟁점 사안에 있어 해결책을 제시할 경우 우리나라의 역할이 평가받을 수 있다.

특히 둘째 그룹에 속하는 사안들은 우리나라가 중재적 역할을 할 수 있는 여지가 크다고 생각한다. 협상이 진전되어 감에 따라 이러한 사안들에서 우리나라가 기여할 수 있는 여지가 커질 것으로 생각한다. 국가 간의 기후변화 대응 노력을 일별해 보면 경제력의 차이와 비슷하게 대응을 할 수 있는 역량에 있어 차이가 많이 난다.

우리나라의 대응 역량도 더 업그레이드 돼야 하지만, 온실가스 인벤토리 구축, 기후변화 적응 대책 수립 등 개도국을 도와줄 수 있는 분야들도 많이 있다. ODA 등을 활용해 개도국의 인적자원 개발을 도울 수 있을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과 관련해 많은 국가들이 해외에서 온실가스 감축사업을 추진할 것이다. 일본처럼 이미 해외 사업을 하고 있는 국가들도 있지만 많은 국가들이 파리협정이 어떻게 이행될 것인지를 기다리며 본격적으로 뛰어든 상황은 아닌 것 같다.

그러나 향후 2년간의 협상 시기에도 우리 기업들이 해외 사업에 대한 경험을 가질 수 있도록 시범 사업들이 진행되도록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 트럼프 정부 출범이 기후변화 흐름에 미치는 영향, 외교 최일선에 계신 촌철살인적 말씀 부탁드린다.
= 제4차 산업혁명으로 대변되는 미래의 경제산업구조는 저탄소, 기후친화적이어야 한다. 이러한 대전환에 발맞추지 못하는 국가는 경쟁에서 탈락할 것이다. 미국도 예외가 아닐 것이다.

지난해 11월 말 이코노미스트지는 각국은 자국의 이익(self-interest) 때문에라도 기후변화에 대응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했다. 저 역시 이 지적에 공감하고 있다.

▶▶▶ 최근 정부는 2030 국가온실가스 감축 기본 로드맵을 확정 발표했다. 대사님의 평가와 설명, 전망 그리고 부연해야 할 부분이 있으시면 말씀해 달라.
= 이번 기본 로드맵은 온실가스 감축을 R&D, 신산업, 배출권거래시장 등 기술과 시장 중심의 수단을 통해 달성하겠다는 새 패러다임을 제시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기본 로드맵은 일종의 연동계획(rolling plan)으로 매년 보완될 전망이다.

현재 해외 부문에서 감축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방안은 파리협정의 국제시장메커니즘에 대한 이행규칙이 확정되지 않아 불확실한 측면이 있다. 향후 2년 간 있을 이행규칙 협상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며, 이와 병행해 우리나라도 해외에서 양자 차원의 감축 사업을 전개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하고 시범 사업을 적극 진행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 정부가 탄소자원화 기술 실증사업에 6년간 총 475억원을 투자하기로 로드맵을 발표했다. 관련 사업의 비전과 해외 선진국의 상황에 대해 설명해 달라.
= 로드맵에 따라 사업이 진행될 경우 실증화 단계를 넘어 상용화 단계로 진행될 것이다. 우리나라 기술수준과 관련해 부생가스 중 CO와 CH4를 전환해서 기초 화학원료와 액체 연료를 얻는 기술은 미국, 덴마크 등 선진국과 비교할 때 80% 수준으로, CO2를 활용해 그린시멘트, 폐광산 채움재, 친환경 용지 등을 생산하는 기술은 선진국과 경쟁할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되고 있다.

정부는 사업성과로 2025년에 연간 750만톤의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4.9조원의 경제적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2030년에는 연간 2500만톤의 온실가스 감축, 16.3조원의 경제적 가치 창출을 전망하고 있다. 2500만톤은 2030년 우리나라 온실가스 배출전망(BAU)의 3%에 달하는 적지 않은 배출량이다.

▶▶▶ 2017년의 계획과 일정, 특히 주요 핵심과제는.
= 2017년 전반부에는 정해진 일정에 따라 제출해야 하는 국가 제안서를 준비할 예정이다. 그리고 이를 토대로 독일 본에서 개최될 5월 부속기구회의와 11월 당사국총회에 대비하고자 한다.

이제부터 파리협정 이행규칙에 대한 협상이 본격적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초반에 우리나라의 사안별 생각을 잘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협상과는 별도로 온실가스 저감 및 기후변화 적응과 관련해 협력이 필요한 국가들과 양자 차원의 협력의 틀을 만드는 데도 주력할 생각이다.

파리협정을 이행하는 데 있어 많은 국가들이 우리나라와 같이 재원과 기술을 가진 국가와 협력하기를 원하고 있다. 기후변화를 통한 양자 차원의 외교를 적극 전개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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