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규재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 정규재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우리나라와 같이 에너지자원의 대부분을 해외에 의존하는 국가가 안정적인 에너지공급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에너지국제협력의 강화가 중요하다.

그동안 에너지 부문의 국제협력 활동을 일관성 있게 추진할 수 있는 조직의 필요성이 계속 제기되어 왔는데, 최근 지식경제부에 국제협력을 전담하는 부서가 신설된 것은 바람직한 방향으로의 진전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에너지국제협력을 크게 구분하면 다자 협력과 양자 협력으로 나눌 수 있다.
 
다자 협력이란 IEA, APEC/EWG(APEC Energy Working Group), OLADE(Organizacion Latinioamericana de Energia), ASEAN, EAS와 같이 다수의 국가가 회원국으로 참여하여 에너지분야의 협력을 논의하는 것을 말한다.
 
반면, 양자협력은 이해당사국 사이에 특정한 사안에 대하여 협력하는 것을 말한다.

우리나라는 다자협력을 위해 IEA, APEC/EWG, ASEAN+3, EAS 등 협력기구의 회원국으로 참여하고 있으며, 양자협력을 위해서는 에너지자원 공급국, 에너지자원 기술보유국 등과 각급 협력위원회를 구성해 공동관심사를 논의하고 협력사업을 개발하기 위한 정기적 회합을 갖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다자협력과 양자협력 사이에 중요도를 측정하여 어느 하나가 다른 하나보다 더 유용하다거나 더 효과적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이 두 가지 형태의 국제협력 활동이 서로 독립적으로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 기능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자협력을 통해 공통인식의 확산이 이루어지고, 이를 바탕으로 이해당사국 간 상호 이익이 되는 사업이 양자협력을 통하여 구체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 반대의 경우도 나타날 수 있다.

일본을 보면 길이 보인다고 했던가?

우리는 그동안 여러 방면에서 일본을 반면서생으로 삼아 왔다.

에너지국제협력 부문에서도 일본의 활동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일본은 자국의 에너지효율 및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앞세워 IEA, APEC, G8 등 다자협력에서의 공감대 형성을 주도하고 이를 바탕으로 해외시장 진출기반을 구축해 나가고 있다.

그 일예로 APEC/EWG에서 금년부터 추진하고 있는 “저탄소모델타운 프로젝트”를 들 수 있다.
 
이 프로젝트는 일본과 중국이 협력하여 톈진의 유지아푸 국제금융허브에 다양한 에너지효율 및 신재생에너지 기술을 적용하여 그린소사이어티를 구축하는 것이다.
 
일본은 이 프로젝트의 가시화를 위하여 지난 수 년동안 APEC/EWG 내에서 에너지효율 향상과 신재생에너지 보급확대에 관한 여러 이니셔티브를 제안하여 회원국의 공감대를 형성해 나가는 한편 중국과 양자협력을 통해 톈진 신도시 개발지구 일부인 유지아푸 금융지구를 시범사업 단지로 개발하기로 함으로써 일본의 니켄세케이 같은 유수 건설기업과 설비제조업체 등 관련 기업의 진출을 이루어내고 있다.
 
나아가 일부 APEC 회원국이 이 프로젝트에 관심을 갖고 일본에 협력의사를 표명함으로써 지속적인 일본기업의 진출 기반을 마련해 나가고 있다.

이처럼 다자협력은 실질적인 양자협력 사업을 개발하고 실현시키기 위한 바탕을 마련하는 역할을 담당하는 것이다.

물론 다자협력을 바탕으로 양자협력 사업을 실현하기까지에는 때로는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는 것이 사실이다.

실제로 위에서 살펴본 저탄소모델타운 프로젝트의 경우 일본은 이 사업을 실현시키기 위해 약 5년간 APEC/EWG에서 회원국의 공감대를 끌어내는 노력을 기울였다.

그러나 이것은 오히려 효과적인 에너지국제협력 활동을 위한 중장기 전략의 수립이 필요하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장기 비전을 설정하고, 일관된 로드맵과 전략 하에 단기목표를 설정하여 대응한다면 다자협력 틀에서 다양한 형태로 제기되는 에너지국제협력의 제반 이슈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필요로 하는 분야의 이슈 제기를 통한 국제적 공감대를 형성하고 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양자 협력사업의 개발과 추진을 이루어 나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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