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OIL 반기 영업익, GS칼텍스 앞서
현대오일뱅크, 내수 2위 턱밑 추격

▲ 현대오일뱅크 윤활기유 공장
[에너지신문] 정유4사의 견고한 순위가 흔들이고 있다. 만년 3,4 위였던 현대오일뱅크와 S-OIL의 약진 때문이다. 이들은 선발주자의 턱밑까지 추격하며 아성을 위협하고 있다. 정부의 경쟁 촉진 정책과 저유가 기조로 SK에너지와 GS칼텍스가 점유율 하락, 영업익 감소의 어려움을 겪는 반면 이들 후발주자들은 연속 흑자 및 내수 점유율 향상을 통해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선두 SK, 나머지 3사 각축전
정유4사의 순위는 주로 정제능력과 내수 점유율로 평가한다. 우선 정제능력을 살펴보면, 지난 2014년 기준 국내 정유사의 정제능력은 하루 303만 9000배럴이다. 정유사 별로는 SK가 하루 111만 5000배럴로 가장 많다. 이어 GS칼텍스 78만5000배럴, S-OIL 66만 9000배럴, 현대오일뱅크가 39만 배럴 순이다.

내수 점유율은 여러 기준이 있지만, 대개 주유소 시장에서 브랜드 비율로 추산한다. 주유소 수가 곧 매출 규모와 직결되기 때문이다.

한국주유소협회에 따르면 5월 기준 브랜드별 주유소 수는 SK가 3730개로 선두를 달리고 있으며 GS가 2537개, 현대오일뱅크가 2219개, S-OIL이 2083개, 무폴 1509개가 뒤를 이었다.이에 따른 시장 점유율은 SK가 31%로 유일하게 30%를 상회했다. GS칼텍스 21%, 현대오일뱅크 18%, S-OIL 17% 등 나머지 3사는 근소한 차로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이를 종합해보면 선발주자인 SK와 GS칼텍스가 1,2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현대오일뱅크와 S-OIL가 약진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균열’ 부른 정부 경쟁 촉진 정책
사실 정유업계 내 각 사의 영향력은 수십년간 큰 변동이 없었다. 하지만 최근 상황이 달라졌다. 절대적 1위를 고수하던 SK는 한 때 점유율 30%가 붕괴돼 시장의 충격을 안겼고, GS칼텍스와 현대오일뱅크의 순위가 월간단위에서 몇 차례 뒤집히기도 했다.

이같은 변화는 정부의 경쟁촉진 정책에서 출발했다. 정부는 2012년 고유가 시기, 치솟는 국내 기름값을 잡기 위해 석유유통시장을 대대적으로 손질했다. 특히 정부는 정유사의 독과점 구조의 폐해를 잡기 위해 알뜰주유소와 석유제품 전자상거래 제도를 통해 신규사업자의 시장 진출을 집중 지원했다.

그 결과 한화토탈(구 삼성토탈)이 제5정유사로 불릴 정도로 석유공급물량을 확대했고, 수입사들도 영향력을 키웠다. 그에 비례해 정유4사는 흔들렸다. 알뜰주유소 공급권을 확보, 안정적 판로를 확보한 현대오일뱅크와 S-OIL가 약진한 반면 견고했던 SK와 GS칼텍스의 아성에 균열이 일었다. 특히 막강한 1위 SK에너지의 점유율 하락을 충격을 안겼다.
 
2013년 점유율은 29.8%을 기록, 점유율 30%를 밑돌았다. 점유율 하락은 1위를 움직였다. 위기의식을 느낀 SK에너지는 비판을 지속했던 2014년 알뜰주유소의 공급권 확보에 나섰다. 입찰에서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결과 공급권을 따냈다.
 
주유소 영입에도 열을 올렸다. 그 결과 지난해 점유율 31.4%를 기록하며 30%대를 회복했다.2위 GS칼텍스는 3위 현대오일뱅크의 매서운 추격을 받고 있다. 20% 후반대에서 머물던 GS칼텍스의 점유율도 2013년 24.2%까지 떨어졌다. 2014년 24.9%로 올랐으나 지난해 24.8%로 점유율이 소폭 감소했다. 정유 4사 중 유일하게 점유율이 줄었다.

반면 현대오일뱅크의 점유율은 2013년 22.2%에서 2014년 22.0% 소폭 감소했다가 지난해 22.2%로 반등했다. GS와 차이가 2% 안팎에 불과한 셈이다. 특히 2014년 월간 점유율에서는 몇 차례 GS칼텍스를 앞지르기도 했다.

S-OIL 역시 2013년 17.9%에서 2014년 18.3%, 지난해 19.0%로 점유율을 확대해 가고 있다.

SK가 30%대를 탈환하며 시장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2~4위의 경유 점유율 차이가 크지 않다. 최근까지 SK에너지와 GS칼텍스가 30%대와 20% 후반 즉 상위에 머물고, 현대오일뱅크와 S-OIL은 10% 대로 한참 밑이었음을 고려하면 상당한 변화다.

▲저유가 폭격에 구조조정VS내수확대 갈려
정부의 경쟁 촉진 정책과 더불어 2014년 하반기 시작된 국제유가 폭락도 정유업계에 변화를 몰고 왔다. 배럴당 100달러를 넘나들던 국제원유가격이 반 년만에 50달러대로 추락하면서 정유4사는 막대한 재고손실을 입었다. 이는 곧 경영실적 악화로 이어졌다.

2014년 SK, GS칼텍스, S-OIL이 입은 적자 규모는 약 1조 원에 달한다. 이같은 적자폭은 외환위기 이후 처음이다. 하지만 현대오일뱅크는 2262억 원의 흑자를 내며 웃었다.
 
상대적으로 작은 규모가 오히려 강점이 됐다는 평가다. 재고를 최소화하며 탄력적으로 운영하면서 하반기 대규모 재고손실을 빗겨갔다는 분석이다. 유례없는 유가 급락은 정유사내 구조조정을 부추겼다.

특히 직영주유소 매각을 가속화했다.GS칼텍스의 경우 2014년 영업 실적이 알려진 2015년 4월, 대규모 직영주유소 매각 계획을 밝혔다. GS칼텍스는 당시 보유하고 있던 직영주유소의 절반 수준인 100개를 매각할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2008년 771개에 달했던 GS칼텍스의 직영주유소는 지난 5월 말 기준 235개로 급감했다.
SK에너지도 2008년 965개의 직영주유소를 운영했지만, 5월 현재 748개만 남았다.

사실 직영주유소 매각은 저유가 도래 이전부터 이뤄졌다. 주유소시장이 과포화되면서 주유소의 수익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유가 이후 SK에너지와 GS칼텍스가 더욱 주유소 매각에 적극적으로 나섰고, 이들이 매각한 주유소 중 상당수를 후발주자인 현대오일뱅크와 S-OIL이 영입하면서 점유율 변화가 가속화된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고유가에서 저유가로 급속히 전환하는 과정에서 소비자가 판매 ‘가격’에 민감해진 것과 각종 규제 완화로 원적지 기준 완화 등 각종 규제 완화 조치로 상표 변경도 한결 용이해 진 것도 현대오일뱅크와 S-OIL에 기회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2015년 상표별 휘발유 판매가격(리터당)은 SK에너지 1528.9원. GS칼텍스 1518.7원, 현대오일뱅크 1499.3원. S-OIL 1501.7원, 알뜰주유소 1480.2원이다.

석유업계 관계자는 “SK와 GS는 자체 포인트카드 등을 쓰기 때문에 비교적 가격을 높게 책정하고 있는데, 운전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남성들은 직관적으로 가격이 싼 주유소를 선호한다”며 “정유사별 품질도 거의 같기 때문에 가격이 저렴한 현대나 S-OIL의 경쟁력이 더욱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 S-OIL 아로마틱 전경
▲화학 늘리고 고도화율 확대…반란은 끝나지 않았다
현대오일뱅크와 S-OIL의 선전은 깜짝반란에서 머물지 않을 전망이다. 양사가 상대적으로 부족한 석유화학, 윤활기유 비중을 높이고 고도화율 신장을 위한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발 앞서 석유화학 및 윤활기유 분야 투자를 선제적으로 진행한 S-OIL의 선전이 눈에 띈다. S-OIL은 상반기 사상 최대 규모인 1조 1347억 원의 영업이익을 시현, GS칼텍스를 앞섰다.

GS칼텍스는 2분기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역대 두 번째로 많은 7663억 원을 기록하며 선전했지만, 1분기 부진을 떨쳐내기 못하고 반기 영업익에서 2위 자리를 내줬다. S-OIL의 선전 비결은 비정유 부문의 생산능력차, 즉 석유화학 분야의 높은 비중에 기인한다.

반면 S-OIL은 2분기 실적에서 윤활기유와 석유화학 등 비정유부문이 차지하는 비율이 40%에 달해 GS칼텍스에 앞선다.

대표적인 기초 석유화학 제품인 파라자일렌의 경우 S-OIL의 생산능력은 연 180만 톤, GS는 135만 톤이다. 윤활기유의 경우 S-OIL은 일산 4만 2700배럴, GS칼텍스는 2만 6000배럴로 알려졌다. 이것이 수익으로 직결, 상반기 영업실적 순위를 뒤짚었다는 평가다.

유가변동 및 정제마진의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 정유사업은 저유가 시기 리스크가 큰 반면, 석유화학과 윤활기유의 경우 정유사업에 비해 외부 변수에 의한 리스크가 적고, 국내 정유사가 생산하는 고급품의 수요가 견조해 향후 정유사의 수익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특히 전문가들은 S-OIL이 울산공장에 8조원을 들여 대규모 고도화와 석유화학 복합시설인 중질유 고도화 및 올레핀 다운스트림 콤플렉스를 건설 중이라는 점에서 향후 S-OIL과 GS칼텍스의 실적 격차가 벌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16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한 현대오일뱅크도 수익성 강화를 위해 고도화 설비 확대 및 합작사를 통한 사업다각화를 진행 중이다. 현재 39.1%의 높은 고도화비율을 바탕으로 알짜수익을 낸 현대오일뱅크는 고도화시설에 집중 투자할 계획이다.

오는 2018년까지 약 5000억원을 투자해 설비 용량을 증설, 고도화비율을 40% 중반대로 끌어올릴 예정이며 합작투자를 통한 석유화학 및 윤활기유 시장에 진출한다. 롯데케미칼과 합작해 추진 중인 현대케미칼은 올 하반기 본격적인 상업가동에 나설 예정이다.

혼합자일렌(MX)을 직접 생산해 최근 늘고 있는 자일렌(BTX)의 수요에 선제적으로 대응, 수익을 내겠다는 전략이다. 윤활기유 사업을 맡고 있는 현대쉘베이스오일은 지난해 상업가동을 개시했으며, 향후 쉘의 글로벌 유통망을 이용, 연간 1조원 정도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부의 경쟁촉진 정책과 저유가라는 글로벌 이슈가 복합적으로 작용, 수십년간 고정됐던 정유업계에 균열은 이미 시작됐다는 평가다. 브렉시트와 중국 찻주전자 정유사와 중동 정제시설 증설 등 굵직한 글로벌 이슈 속에서 정유업계가 어떻게 생존할지, 어떤 변화를 겪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에너지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