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경유차 퇴출·CNG버스 보급 박차
현실적 대안 ‘LPG차’, 규제완화가 관건

▲ 미세먼지 해결책으로 LPG차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사진은 지난 2013년 경유차 배출가스의 유상을 지적함 경유택시 도입을 반대하는 시민집회 현장.

[에너지신문]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면서 정부가 대대적인 대책 마련에 나섰다. 특히 미세먼지의 상당부분이 수송용 도로에서 발생하며, 국민 생활과 근접해 보다 큰 피해를 야기한다며 대대적 손질을 예고했다. 이는 전기차 등 친환경차 보급 확대 및 노후 경유차 폐차를 골자로 한 친환경 교통체계 구축을 골자로 한다. 정부가 대대적인 정책전환을 예고한 만큼, 수송용 연료시장의 희비도 엇갈릴 전망이다.

정부, 미세먼지 주범 경유차 ‘방빼라’
정부는 지난 6월 3일 황교안 국무총리 주재로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개최, ‘미세먼지 관리 특별대책’을 발표했다.갈수록 심각해지는 미세먼지 오염과 이에 따른 국민 불안을 고려한 조치다. 대책의 빠른 시행과 효과를 위해 같은 달 30일 ‘미세먼지 관리 특별 세부이행계획 수립안’도 확정했다.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은 친환경 교통체계 구축에 방점이 찍혔다.

경유버스와 노후 경유차 퇴출과 친환경차 보급 확대를 내세웠다. 노후경유차는 2019년까지 조기폐차를 완료하고 경유 버스 역시 단계적으로 CNG버스로 전환하는 한편, 친환경차의 보급은 대폭 확대한다는 계획이다.

대책 이행을 위해 2020년까지 친환경차 150만 대 보급에 3조 2000억 원, 전기차 충전기 3000기·수소차 충전소 100개소 등 충전인프라 구축에 7598억 원, 노후경유차 조기폐차에 1837억 원 등 약 5조 원의 예산도 우선 배정했다.

이어 8월에는 수도권 대기관리권역의 노후경유차 운행제한 제도(LEZ Low Emission Zone) 도입도 확정했다. 환경부는 6월 28일 차관 주재로 서울시, 인천시, 경기도 등 3개 시·도 관계자와 수도권의 노후경유차 운행제한제도 시행방안을 논의, 제도의 단계적 확대 시행에 의견을 모은 이래 몇차례 회동 후 지난 8월 4일 최종 협약에 이르렀다.

이에 따라 서울시는 당장 내년부터 노후경유차의 도심 운행을 제한하며, 인천시와 경기도 17개시는 2018년, 나머지 권역은 2020년부터 제도를 도입한다. 대상 차량은 2005년 이전에 권역에 등록한 104만대다. 운행제한조치에 따라 수도권 연간 초미세먼지 배출량(2016년 기준 3769톤)의 28%인 1071톤(2020년 기준)이 감소될 전망이다.

아울러 노후경유차 대수는 현재 104만 대에서 2024년에는 77만 대로 줄고, 저공해조치 차량은 현재 14만 4000대에서 2024년 42만 3000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이같은 정부의 교통정책은 장기적으로 연료시장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일단 미세먼지 문제에서 경유차에 낙인이 찍혀 대중 선호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또 친환경차 구입시 보조금 지원 등을 통해 구입을 독려하고 있는 만큼 관련 시장의 활성화 가능성도 있다. 특히 연료업계는 정부의 에너지상대가격 조정안이 이번 대책에 포함된 것을 유의미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경유차가 배출하는 미세먼지의 유해성이 속속 발표됐고, 지난해와 올해 폭스바겐이 배출가스 조작 및 인증서류 위조 등의 불법 행위가 공표되면서 신뢰성을 손상받았지만, 이와는 별개로 경유차는 꾸준히 증가했다. 이와 관련 현재 경유가격이 지나치게 낮게 설정돼 소비자들이 선호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경유값 인상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정부가 이번 대책에서 경유차 저감을 위한 경유와 휘발유, LPG 등 에너지 상대가격의 합리적인 조정방안을 국책연구기관의 공동연구를 바탕으로 검토, 내년 6월 공청회 등을 거쳐, 에너지상대가격을 조정하겠다고 공표했다. 만약 경유가격이 상향조정될 시 향후 민간에서 경유차 인기가 사그라들 가능성이 높다.

반면 CNG버스의 경우, 요금 상승 및 구입보조금 폐지로 시장 위축됐으나 이번 대책으로 시장이 활성화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또한 서울시 등 일부 지자체에서 일반 버스나 관광버스 외에 마을버스나 스쿨버스 등에도 보조금을 지원해 달라고 요청해 시장 확대 가능성도 적지 않다. 전기차 역시 시장이 대폭 확대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미세먼지 대책이 자동차에 집중된 이유
정부의 미세먼지 대책이 교통체계 개편에 집중된 이유는 차량 배출가스가 미세먼지의 주 배출원이기 때문이다. 환경부는 미세먼지를 미세먼지(PM10)와 초미세먼지(PM2.5)를 구분하고 있는데 특히 PM2.5는 비강에 걸러지지 않고 폐속에 바로 침투한다.

때문에 순환기는 물론 심혈관기, 중추신경계에서 최근에는 뇌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나 ‘침묵의 살인자’라고 불린다. 이들은 주로 에너지산업 연소·제조업 및 연소·생산공정 사업장과 도로이동오염원에서 배출된다.

환경부에 따르면 국내 전체 배출량으로 봤을 때 자동차가 포함된 도로이동오염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PM10의 경우 10.8%, PM2.5는 15.6%로 제조업 연소에 이어 두 번째로 높다. 서울, 경기 등 수도권은 산업시설보다는 교통수단에 따른 미세먼지 오염이 더 심각하다.

PM10의 수도권 배출량 9812톤 중 73%(7166톤), PM2.5 수도권 배출량 8362톤 중 79%(6593톤)이 도로이동오염원으로 가장 비중이 높았다.전문가들은 도로이동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의 대부분이 경유차에서 발생한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실제 경유차는 PM2.5 발생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NOx의 배출량이 가장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환경부가 지난 5월 국내 경유차 20차종의 실도로주행시 NOx 배출량을 조사한 결과 실내 인증대비 최대 20배가 높았다.

조사 대상에 오른 20차종 중 BMW 520d 1종만 실내 인증기준 이내인 0.9배였고 나머지 차량은 평균 10배 이상 배출량이 많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정용일 한국기계연구원 박사는 최근 한 심포지엄에서 “국내에서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경유승용차는 실도로 주행시 NOx 배출 초과량이 대형 경유화물차나 CNG버스보다도 많았으며, 고출력 구간 운전시에는 실내 인증기준보다 최대 20배 많이 배출했다”며 “매연여과장치(DPF) 관리 대책의 부재가 경유차의 대기오염 기여도를 높이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특히 도로에서 발생한 미세먼지는 운전자는 물론 보행자의 건강을 위협한다. 무엇보다 수도권의 경우 인구밀도가 높아 도로에서 발생한 미세먼지에 대한 접촉도가 높다. 환경보건 분야의 세계적 석학인 프랭크 켈리(Frank Kelly) 런던 킹스칼리지 교수는 런던 내에서만 4267명, 영국전체 2만 9000명, 유럽에서 수십만 명이 차량 배출가스 때문에 조기사망하며,

이는 경유차의 확산이 상당부분 기여했다고 밝힌 바 있다.정부 대책이 경유차를 제한하고 친환경차 보급에 집중된 배경이다.

▲“LPG차 풀어라” 요구 봇물
하지만 정부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이 적지 않다. 특히 경유차 저감에 대해 의지가 약하다는 지적이다. 기준에 적합한 차량이 단 1대도 없는 클린디젤 차량을 여전히 환경친화적자동차에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중 지원이라는 특혜 논란도 불거졌다. 정부는 노후경유차 폐차를 위해 올 하반기부터 조기폐차시 개소세를 전액 감면해준다고 밝혔다. 친환경차에 대한 추가 지원이 없고, 신차 구매 대상을 제한하지 않아 오히려 경유차 구매 확대로 이어질 수 있는 셈이다.

정부가 이미 노후경유차에 대한 조기폐차 및 엔진개조 비용을 세금으로 보조해주고 있는 상황에서 폐차 후 경유차를 신차로 구매했을 시에도 혜택을 주고 있다는 점에서 친환경차와의 역차별 논란까지 일었다.

또한 친환경차 보급의 방향은 옳지만, 인프라나 기술 등 여러 문제가 산적한 만큼 현실적 대안이 필요하다는 주장도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현 상태라면 경유차 감소와 친환경차 확대까지 수년이 걸릴 수밖에 없어 오히려 피해가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때문에 LPG자동차가 주목받고 있다. LPG차는 CNG와 같은 가스차량으로 환경성이 우수해 세계적으로 보급이 확대되고 있다. 특히 경유차에 비해 1/30 정도 미세먼지 배출량이 적고, 최근 북미 셰일가스 혁명 이후 연료가격이 하향 안정화되고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기술적 완성도가 높으며 충분히 구축된 충전 인프라, 상대적으로 다양한 제작차 라인업 등 당장 미세먼지 저감을 위한 대안으로 가장 적합하다는 평가다. 때문에 장기적으로 전기·수소차로 가되, 그 징검다리로 LPG차량의 보급을 확대해 당장 도로에서 배출되는 미세먼지를 저감시켜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LPG차량의 경우 사용제한 정책으로 일반의 사용이 어려운 만큼, 규제 완화가 선결돼야 한다. 국회에서는 여야를 막론하고 규제완화에 대한 주문이 이어지고 있으며, 정부 부처에서도 환경부, 국토교통부, 기획재정부 등 유관부처들은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밝히고 있다.다만,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가 부정적인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규제 완화가 실현되기 까지 난관이 클 전망이다.

실제 정부의 미세먼지 특별대책에서도 LPG차량의 사용제한 규제 완화 추진이 포함됐으나, 막판 산업부의 반대로 관련 내용이 삭제된 것으로 알려졌다.

산업부 측은 “유관부처와 협의 중”이라며 “다만, 이산화탄소의 경우 LPG가 취약하고, 사용제한 완화시 에너지상대가격 재조정에 따른 경쟁력 상실 등의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한 환경단체 관계자는 “도심 대기환경은 차량 배출가스의 영향이 높은데, 산업부가 환경성이 뛰어난 LPG차량에는 이유 모를 인색한 정책을 이어가고 있다”며 “현 상황에서 가장 현실적인 친환경차로 LPG차량의 가치가 충분한 만큼, 사용제한을 없애고 보급을 장려해 대기환경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할 때”라고 말했다.

정나래 기자jeong@ie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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