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문] 지난 11일 15시, 최대전력수요가 8449만kW를 기록하며 앞서 8일 세웠던 8370만kW를 넘어섰다. 2시간 후인 17시, 최대전력은 8497kW를 기록하며 또 다시 신기록을 세웠다.

11일 하루 동안 최대전력이 두 번이나 경신된 것이다.유례없는 폭염에도 누진제 때문에 에어컨을 마음대로 가동하지 못하는 국민들이 불만을 쏟아내기 시작하며 누진제 개편은 폭염만큼이나 뜨거운 이슈가 됐다.

대다수의 국민들은 물론 학계 전문가들과 시민단체, 야당, 심지어는 ‘정책적 동반자’인 여당 조차 시대에 맞는 누진제 완화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정부에 압박을 가했다. 정부 당국을 제외한 모두가 누진제 완화를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이같은 목소리에도 정부는 요지부동이었다. 지난 9일 채희봉 산업부 에너지자원실장은 “현행 전기요금 누진제를 개편할 경우 저소득층의 부담이 늘 뿐만 아니라 소비 급증으로 수급위기 상황을 맞을 수 있다”며 “현재 누진제와 관련, 어떠한 제도 변경 계획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나 불과 이틀 뒤인 11일, 정부와 새누리당의 당정협의회에서 한시적 누진제 완화가 긴급 결정됐다. 결국 의지만 있었다면 사전에 충분히 검토, 보완할 수 있었던 사안이었음에도 여론의 압박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백기를 들었다는 결론이 나온다.

이번 완화 결정에 따라 각 가정의 에어컨 이용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는 있으나 어디까지나 한시적·임시적인 조치일 뿐이다. 근본적으로 기존 누진제의 단계와 누진율을 그대로 적용하고, 단계별 허용 용량만 늘인 것이기 때문이다.

산업부에 따르면 200kWh 사용시 기존 월 1만 9570원에서 개편 후 1만 6310원으로 약 3200원이 절감되며 600kWh를 사용할 경우 기존 19만 1170원에서 15만 8730원으로 3만 2440원을 덜 낸다. ‘요금 폭탄’은 위력만 조금 약해졌을 뿐, 여전히 존재한다.

누진제 개편이 불가능하다던 정부의 ‘확고한 의지’를 꺾을 만큼 이번 폭염은 무섭다. 이번 조치로 비난의 화살을 일단 피한 정부.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누진제 개편을 추진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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