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문] 2016년 6월, 대한민국 국회에서 군주론으로 유명한 15세기 이탈리아의 철학자 마키아벨리를 보았다고 한다면 지나친 비약일까.

하지만 철학자의 정의를 ‘지혜를 사랑하며 실천하는 자’ 쯤으로 해석한다면 그리 말이 되지 않을 일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20대 국회가 들어서고 6개 공기업을 비롯해 전 에너지 공공기관에 대한 첫 업무보고가 있었던 지난달 27일, 기관장들을 향한 한 야당 의원의 쓴 소리가 귀에 남는다.

이번 업무보고는 원 구성 후 산업위 소속 의원들과 공공기관 기관장들의 첫 대면이어서 그랬는지 흡사 국정감사를 방불케 할 정도로 날선 지적들이 오고갔다.

문제는 정부가 추진하려는 각종 정책들이 공공기관의 존립이유인 ‘공익’에 부합하느냐에 대한 질의에서 시작한다. 정부의 정책들이 요금인상, 공공성 훼손, 민간독점에 의한 부의 편중 등을 심화시키는 것이냐, 아니면 공익을 위한 것이냐의 질문에 내로라하는 공공기관장 가운데 어느 누구도 명쾌한 답을 내놓지 못했다.

이에 한 의원이 흡사 군주론과 같은 충고를 날린다.

“여러분들은 그 동안 누릴 것 다 누리고, 꼭 여기(각 공공기관)가 아니어도 충분히 살아갈 만한 (경제적) 준비가 되어 있으신 분들 아닙니까. 공기업을 대표하는 여러분들이 정부가 하려는 일이 잘못 되었으면 진심으로 충고하고, 바른말을 해야 산업이 바로 설 것 아닙니까?”

자리에 연연하지 말고 원칙과 소신으로 당당한 CEO가 되라는 지적이었는데 복기해 보니, 그리 대단한 지적도 아닌 듯싶다.

아무튼 그 순간 군주론을 통해 “(정부를) 적으로 만드는 것이 두려워 모든 사람들과 친하게 지낼 필요는 없다”고 지적한 마키아벨리가 떠오른 것은 왜일까?

진실한 친구가 되기도 하고 진짜 원수를 만들 줄도 아는 군주, 그는 누구를 찬성하거나 누구를 반대하는지 확실하게 밝힐 줄 아는 사람이라고 했다.

CEO나 리더가 좋은 사람, 인기 있는 사람의 이미지를 얻고자 노력할 때 조직은 위험에 빠질 수 있다는 경고다.

특히 그 인기가 내 조직, 내 사람들을 위한 것이 아니라 오로지 정부 한 쪽만을 바라보는 것이라면 얼마나 초라한 인생이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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