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훈 녹색에너지전략연구소 소장

[에너지신문]  영국, 일본 등 FIT도입 후 발전량 크게 증가
소규모 재생 자원 효율적 활용 위해 도입 시급

‘재생에너지 발전차액지원제도 도입’, 20대 국회의 개원을 앞두고 시민단체들이 가장 기대하는 입법 과제 중 하나다.

국내 주요 환경단체, 소비자단체, 여성단체들이 참여하는 ‘핵없는 사회를 위한 공동행동’은 그동안 발전차액지원제도의 도입을 강력하게 요구해왔다. 이미 19대 국회에서 김제남 의원은 다른 야당의원들과 함께 2012년부터 폐지된 발전차액지원제도를 소규모 재생에너지 설비에 한해서 다시 도입하기 위해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시민단체와 야당이 발전차액지원제도의 재도입을 요구하는 가장 주된 이유는 이 제도가 OECD 최하위인 한국의 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데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세계적으로 주된 재생에너지 보급 정책은 기준가격구매제(Feed-In Tariffs: FIT)와 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Renewable Portfolio Standards: RPS)로 구분된다. 재생에너지 설비에 대한 직접 보조나 융자, 재생에너지 설치 의무화 같은 직접 개입 방식도 있고 순계량(Net-Metering) 같은 프로그램도 있고 국내에서도 병행되고 있지만 재생에너지 설비 투자를 이끌어가는 것은 기준가격구매제와 재생에너지의무할당제다.

재생에너지네트워크(REN21)에 따르면 세계적으로 FIT가 더 널리 채택되고 있다. 한국은 2002년부터 FIT를 시행하다 2012년부터 그것을 폐지하고 RPS로 대체한 반면에 영국, 일본, 중국 등은 과거에는 RPS를 시행했다가 최근에 FIT로 전환하였다. 이 세 국가는 최근 재생에너지 보급이 급증했다.

FIT는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을 우선적으로 에너지원별로 표준비용을 반영한 ‘기준가격’으로 구매하는 제도다. 전력사업자나 공공부문에서 전력망으로 보내는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에서 생산된 전력을 기준가격으로 구매해 주거나 계통한계가격(SMP)과 기준가격 사이의 차액을 지원한다.

국내에서는 발전차액지원제도라고 명명됐다. 발전사업자는 15~20년간 생산된 전력을 기준가격에 판매해 안정적 수익을 확보할 수 있다. 기준가격은 정부가 정하는데 정부는 기술개발추이, 시장 여건 등을 감안해서 기준가격을 계속해서 낮춰간다. 기준가격이 높으면 재생에너지 신규 설비가 급증해 계통연계 문제나 전기요금 인상 같은 문제가 나타나고 기준가격이 낮으면 신규 설비량이 급감하기 때문에 적절한 기준가격의 설정이 매우 중요하다.

FIT는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에 매우 효과적이다. 독일은 FIT를 통해 2000년 전력소비 중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2000년 6.2%에서 2015년 32.6%로 크게 늘었다. 2015년 말 기준으로 독일은 45GW의 풍력설비와 39.7GW의 태양광 설비를 보유하게 됐다.

중국은 2011년부터 FIT를 시행하면서 수력은 물론 풍력과 태양광 보급량도 세계 1위로 올라섰고 일본도 2011년 후반기부터 유럽의 두 배에 달하는 태양광 기준가격을 적용하면서 태양광 보급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해 34GW에 이르렀다.

RPS는 판매하거나 생산하는 전력의 일정 비율을 재생에너지원에서 나오는 전력으로 구성하도록 전력회사에 의무를 할당하는 제도이다. 정부는 재생에너지 의무 비율을 정하고 가격은 발전사업자들 사이의 경쟁을 통해서 결정된다. 이 제도가 널리 활용되는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주로 전력판매회사에 이 의무를 할당하고 전력망에 재생에너지 발전설비의 연계를 보장하는 방식인데 국내에서는 발전사업자에게 재생에너지 전력 생산의 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기준가격구매제든 RPS든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한 추가적인 비용은 전기요금에 반영돼 소비자가 부담을 한다. 재생에너지 보급이 급증한 국가들은 소비자들의 부담도 증가하는 경향이 있다. 2013년 소비자가 부담한 독일의 재생에너지 부과금 총액은 204억 유로(약 26조원)에 달한다.

가구 당 평균 월 16유로(약 2만원)을 추가로 부담했다. 일본 당국은 FIT 정책에 따른 2016년 부과금 총액이 1.8조엔(약 18조원)에 이를 것으로 평가한다. 가구 당 평균 월 675엔(약 6750원) 정도가 전기요금에 추가된다.

국내에서는 과거 발전차액을 정부 예산에 포함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에서 지출하면서 재정 부담에 대한 논란이 발생하였다. 2015년에 기존 설비에 대한 발전차액지원으로 약 3200억원이 전력기금에서 지출됐다. 하지만 태양광을 비롯해 재생에너지 발전원가가 하락하면서 재생에너지 보급에 따른 추가 비용 부담도 점차 줄어드는 추세다.

한편 독일 정부는 과거 45년 간 재생에너지에 대한 정부 지원보다 원자력산업이 2배, 석탄산업이 4배 더 지원을 받았음을 밝히고 있다. 재생에너지만 특별 한 지원을 받은 것은 아니라는 의미이다.

RPS는 원별 경쟁을 통해서 경제성이 우수한 재생에너지 설비가 먼저 전력망에 연결되기 때문에 전기요금 인상 부담을 다소 줄일 수 있지만 이것은 재생에너지 시장 공급 잠재력이 풍부한 경우에 국한된다. 바람이 매우 좋은 텍사스는 RPS 의무 이행을 원가가 저렴한 풍력으로 채우면서 전기요금 인상을 최소화했다.

하지만 일본이나 한국처럼 경제적인 재생에너지 자원이 풍부하지 않는 경우에는 태양광, 풍력, 바이오에너지, 해양에너지 등 다양한 재생에너지원을 활용해야 하는데 이런 여건에선 RPS의 장점을 살리기 어렵다.

국내에서는 태양광, 풍력, 바이오매스 발전, 폐기물, 수력, 조력 등 모든 재생에너지원별로 또 설치 유형별로 발전원가를 고려한 공급인증서 가중치가 존재하는데 이것은 경쟁(원간 경쟁 포함)을 통해 비용을 최소화한다는 RPS의 취지와는 맞지 않는 셈이다. 국내 RPS는 전기요금 고지서에 따로 항목으로 표시되지는 않지만 이행 비용을 전기요금 총괄원가에 반영하고 있는데 2014년 연간 약 6000억원 정도가 추가됐다고 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2012년부터 발전차액지원제도(FIT)를 폐지하고 RPS를 도입한 결과 시행 4년만에 기존 설비 보급량의 약 6배인 6GW(태양광 2.5GW, 비태양광 3.5GW)가 보급됐다고 RPS 성과를 홍보한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초기보다 여건이 개선됐기 때문에 FIT를 유지했더라도 재생에너지 보급이 크게 증가했을 것이라고 본다.

특히 태양광 분야는 정부가 보급량을 정하지 않고 적절한 기준가격만 제시한다면 독일, 일본, 중국이 경험한 것처럼 보급량이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있다.

어떤 나라든 재생에너지 보급이 확대될수록 발전시설 입지 갈등과 소비자 부담이 중요한 이슈로 부각된다. 누군가 재생에너지 보급을 위해 비용을 부담하고 태양광, 풍력, 바이오에너지 설비의 입지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면 재생에너지 확대는 공염불에 불과하다. 흔히 덴마크와 독일을 재생에너지 전환의 모범 사례로 말하는데 이것은 시민들이 재생에너지 확대를 위한 비용을 분담하고 입지 문제를 현명하게 풀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시민들이 재생에너지 사업에 출자하거나 회사나 조합을 만들어 재생에너지 사업을 통해 수익을 얻는 시민발전소 등 이익공유시스템이 매우 긍정적인 역할을 했다.

소규모 재생에너지 자원의 효율적 활용과 시민 참여 확대라는 맥락에서 적어도 소규모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에 대해서 FIT를 적용할 필요가 있다. 현행 RPS 시장은 전문 발전사업자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는 구조라 평범한 시민들이 지붕을 이용하거나 주민들이 공동부지를 활용해 소규모 발전사업에 참여하기가 쉽지 않다.

판매사업자 선정제도를 통해 소규모 사업자(100kW 이하)를 위한 별도 시장이 마련되었지만 이것 역시 전문적인 사업자로 매달리지 아니면 진입하기가 어렵다. 소규모 자가용 설비에 대한 현행 보급보조 사업은 보급량 확대와 예산 효율성 면에서 계속 유지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3kW든 10kW든 지붕을 이용해서 개인이나 단체가 태양광발전을해 배전망에 물리면 투자비를 안정적으로 회수할 수 있도록 사업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 평범한 많은 시민들이 주변의 재생에너지 자원을 활용하여 프로슈머로 참여하고 이익을 누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FIT 도입은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소규모 설비의 보급을 촉진할 수 있고 이를 통한 시민 참여 확대는 재생에너지에 기반한 에너지 전환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사회적 공론화를 거쳐 만약에 제한적으로 FIT가 병행된다면 과거와 달리 현행 RPS와 마찬가지로 추가적인 비용을 전기요금에 반영해야 한다.

현재 2%에 못미치는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빠른 기간 내에 20%까지 높이려면 15% 정도 전기요금이 인상돼야 할 것이다. 국내 전기요금이 일본이나 독일의 1/2~1/3 수준임을 감안하면 시민들이 수용하기 어려운 수준은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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