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학 한국도시가스협회 영업전략실장

[에너지신문] 2002년 월드컵 개최를 준비할 즈음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된 경유버스 대신, 정부가 주도적으로 보급 확대에 나선 천연가스버스는 2016년 1월 현재 약 2만 7000여 대가 보급됐다.

이러한 천연가스버스 보급결과는 탁월한 대기개선 효과를 가져왔다. 서울시의 경우 2000년 65㎍/㎥이던 미세먼지 농도가 2013년 현재 43㎍/㎥으로 감소해 34%라는 놀라운 대기개선 효과를 이뤄냈다.

그러나 파리(20㎍/㎥), 뉴욕(22㎍/㎥) 등 선진외국 도시에 비하면 서울시의 미세먼지 농도 수준은 여전히 2배 이상으로 미세먼지에 대한 추가적인 대책이 필요한 실정이다.

최근 폭스바겐 배출가스 조작사건으로 경유의 유해성 논란이 확대되고 있고, 국내 미세먼지 악화에 대한 영향은 중국보다는 국내에 의한 영향이 더 큰 것으로 분석하고 있으며, 이중 경유차의 배출가스에 대한 영향이 가장 큰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특히 국립환경과학연구원은 수도권 미세먼지의 41%가 경유차에서 배출된 것이라고 발표하는 등 경유차의 배출가스가 미세먼지의 주범으로 나타나고 있다.

미세먼지는 보이지 않는 살인자로 불린다. 세계보건기구에서는 2012년 경유차의 배출가스를 1급 발암물질로 지정하는 등 인체에 매우 유해한 물질로 규정하고 있다.

이에 정부에서는 정기검사에 항목에 미세먼지를 일으키는 NOX를 추가하고, 실도로조건 배출가스 관리제도를 도입하는 한편, LEZ(Low Emission Zone) 도입을 통해 대도시에 노후 경유차의 진입을 억제하는 등 대책을 시행 또는 검토하고 있다.

미세먼지에 대한 정부의 많은 대책에도 불구하고, 대도시 대기질 개선에 혁혁한 공을 세운 천연가스버스가 가격경쟁력 열위로 경유버스로 전환이 확대되고 있어 시급한 대책이 요구된다.

2014년부터 지속되고 있는 국제유가 하락에 따라 경유가격이 인하돼 경기도 등 준공영제를 실시하지 않는 지역을 위주로 점차 천연가스버스에서 경유버스로 전환이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2015년까지 680대, 올해 600대 추가로 더 전환할 예정이라고 한다.

경유버스로 전환되는 주요한 이유는 경유가격 인하에 더불어 경유버스에만 지원해주고 있는 유가보조금의 역할이 매우 크다. 이는 천연가스버스에는 지원되지 않고 있어 운수업체 입장에서는 당연히 천연가스버스보다는 경유버스를 선호하는 것이다.

폭스바겐 사태로 미국, 유럽 등 선진외국에서는 경유자동차 보급이 급감하고 있지만,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확대되고 있다.

정부는 경유차 배출가스 저감을 위한 대책 마련과 더불어, 미세먼지가 발생하지 않는 천연가스버스의 보급을 확대하기 위해 정책적으로 지급되고 있는 경유버스의 유가보조금 체계를 개정해야 한다.

또는 과거 연료간 가격차를 일정하게 유지토록 한 지원제도를 부활해 천연가스버스의 경쟁력을 확보토록 하는 등 추가적인 재정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현재 경유차는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촉진에 관한 법률에 따라 친환경적 자동차에 포함돼 있다. 발암물질을 내뿜는 차가 친환경차라니, 상식적인 수준에서 이해되지 않는다. 경유차를 친환경차 범주에서 반드시 제외해야 한다.

프랑스 파리에서도 천연가스버스 보급정책을 시행하고 있는 등 전 세계적으로 천연가스차의 보급이 확대되고 있으나, 우리나라의 경우는 거꾸로 가고 있는 추세다.

최근 천연가스버스는 유가보조금, 경유가격 하락 등 경제논리에 밀려 미세먼지의 주범인 경유버스에 위협을 받고 있다. 많은 투자 및 정책지원을 통한 천연가스버스 보급정책으로 개선된 대기질이 다시 악화될 것이 자명하다.

오염된 대기환경을 정상수준으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수 십 년이 걸릴 것이며, 막대한 재원이 다시 투입돼야 한다. 이러한 시행착오를 겪지 않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서둘러 미래를 생각하는 대기환경정책이 정립돼야 할 것이다.

미세먼지에 대한 정부의 그 어떤 정책보다도 과거 탁월한 대기질 개선효과가 있는 것으로 판명된 천연가스버스 보급정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미세먼지를 줄여 국민건강을 지키는 지름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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