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가는 NGV 정책, 장기적 안목 필요하다

[에너지신문] ■수송용 연료로서 천연가스 역할 증대

지난해 9월 폭스바겐의 디젤파문으로 유럽을 중심으로 10여년 전부터 퍼져온 ‘클린디젤’이란 슬로건이 무의미해졌다.

얼마 전 독일정부 조사에서 폭스바겐 외에 메르세데스 벤츠 등 독일과 일본 자동차업체들도 디젤차량의 질소산화물이 인증 기준을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천연가스차량(NGV)의 장점은 휘발유와 경유 차량에 비해 깨끗하고 안전하며 더 경제적이라는 점이다.

해외 주요국들은 대략 5∼6년 전부터 일기 시작한 셰일가스 혁명으로 NGV에 대한 정책적 지원을 확대하고 최근의 유가하락으로 전기차나 수소차 시장이 확대되기 전까지 비용효과적인 천연가스의 이점을 당분간 더 향유할 계획이다.

하지만 국내 NGV 시장은 자동차 구입보조금이 축소되고, 친환경적인 CNG(압축천연가스) 버스에 연료비 보조금이 지원되지 않는 등 시장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이에 전 세계 NGV 보급 현황 및 전망을 살펴보고 국내 NGV 시장 활성화를 위한 시사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2030년 전 세계 천연가스차량 1억 4000만대 보급 예상

전 세계 CNG 및 LNG를 연료로 사용하는 NGV는 2014년 4월 기준, 1982만대가 보급됐고 충전소는 2만 259개소가 설치 및 운영되고 있다. 보급된 천연가스차량의 84%는 승용차 등의 소형차량이며 중대형 버스는 7.3%, 중대형 트럭은 3.2%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까지 CNG 및 LNG 충전 인프라 미비가 NGV 보급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으나 타 에너지가격 대비 저렴한 천연가스 연료가격과 오염물질 저감, NGV 기술 향상 등으로 IGU(국제가스연맹)는 전 세계적으로 2020년까지 약 5000만대, 2030년까지 약 1억 4000만대의 천연가스 차량이 보급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먼저 중국은 저렴한 천연가스 연료 가격, 대기오염물질 감축과 수송용 에너지 독립성 확보를 위한 정책적 지원에 힘입어 NGV 시장에서 전 세계적으로 유래를 찾아볼 수 없을 정도로 강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의 총 NGV 수는 2007년 27만대에서 2013년에 300만대로 급증했고 현재 전 세계 NGV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다. 현재도 강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2030년까지 수송용 천연가스 수요가 급증할 것으로 예상되며, 단일시장으로는 가장 큰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석유(CNPC) 경제기술연구원은 2030년 중국의 자동차용 천연가스 수요가 75bcm(5500만톤)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35개 유럽 국가들의 총 NGV 보유량은 148만 여대이며, CNG 충전시설 개수는 총 3891개, LCNG 충전소를 포함한 LNG 충전소는 총 100여개이다.

유럽은 자동차 연비 향상, 세제 감면과 차량 구입 및 개조시의 보조금 지원 정책을 확대하고 있다. 또한 2013년 5월부터 EC(유럽공동체)가 추진하고 있는 ‘LNG Blue Corridors’는 LNG 인프라 확충 프로젝트로서 LNG 충전소를 구축하고 100대의 LNG 중대형 트럭을 운행할 예정이다.

유럽천연가스차량협회(NGVA Europe) 자료에 따르면 현재 CNG/LNG 트럭은 1만대인데 2020년에는 5만∼7만대, 2030년에는 약 30만대가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 CNG 하이브리드버스.

-시내버스, CNG에서 경유로 역전환 가속화-
-편중된 시각 버리고 정책적 지원 절실-


불과 10년 전만 해도 LNG 수입국이 될 것으로 예상됐던 미국은 셰일가스 붐을 통해 저렴한 가격에 천연가스를 공급할 수 있게 됨에 따라 미국 천연가스 시장의 패러다임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수송용 천연가스 시장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지금까지는 높은 차량 가격과 부족한 가스 충전소 네트워크로 인해 미국 총 2억 3000만대의 차량 중 단지 약 25만대가 천연가스를 연료로 운행할 정도로 보급이 저조했다. 하지만 셰일가스 급증에 따라 천연가스 가격이 하락함으로써 NGV의 구매력이 높아지고 있다.

특히 통산 주행거리가 긴 LNG 트럭은 자가용 천연가스차량 대비 더 높은 이용율로 투자비 회수기간이 짧기 때문에 화물차 등 대형차를 중심으로 디젤 차량에서 NGV로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다.

향후 미국의 NGV 시장은 셰일가스 생산 급증에 따른 낮은 연료비용과 배출가스 및 연비 규제 강화 측면에서 잠재력이 매우 크다. 또한 증가량의 대부분은 트럭 및 버스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미국 수송부문에서 천연가스 수요가 2012년 43조Btu(90만톤)에서 2040년 863조BTU로 급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경유차는 지원되나 CNG는 제외되는 연료보조금

2014년 기준 국내 천연가스차량의 총 누적보급대수는 3만 7374대이며, 이중 버스가 3만 6162대, 청소차가 1212대이다. 정부는 2000년부터 도심 대기환경 개선을 위해 매연배출이 심한 경유차를 매연배출이 없고, 대기오염물질이 적은 천연가스차(버스, 청소차)로 교체, 보급하기 시작했다.

환경부는 경유버스를 천연가스버스로 교체해 연간 대기오염물질 398kg/대를 저감하고, 2014년까지 누적 1만 5575톤의 대기오염물질 배출을 저감했다고 밝히고 있다. 현재 정부의 수송용 차량 보급 정책 방향은 전기차,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차, 수소차 등의 친환경차 보급에 역점을 두고 있다.

또한 정부는 전국의 모든 시내버스를 CNG 버스에서 CNG 하이브리드버스로 교체하고, 장기적으로는 HCNG(수소-천연가스 혼합) 버스 기술개발 및 보급을 유도해 나갈 방침이다. 이와 같이 정부 정책방향은 친환경차 위주로 보급을 확대할 방침이다.

하지만 천연가스자동차는 ‘환경친화적 자동차의 개발 및 보급 촉진에 관한 법률’ 제2조에 따른 환경친화적 자동차임에도 불구하고 ‘2016년도 친환경차 보급 예산현황’에는 포함돼 있지 않다. 구입 보조금도 정부의 천연가스자동차 보급사업에 관한 보조금 지침에는 명시돼 있으나, 그 규모도 버스 1대당 2차례 축소됐다.
 
또한 정부는 천연가스자동차 구입 보조금과 더불어 연료비보조금제도를 마련해 왔으나 2015년부터 CNG 연료 보조금도 폐지했다. 특히 지금까지 CNG의 연료비보조금은 지원된 적이 없으며 지난해에는 이 지원기준마저 삭제한 것이다.

무엇보다도 경유버스에 비해 CNG버스가 경쟁력을 상실하는데 결정적인 원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CNG 연료 보조금 기준은 삭제된 반면 경유는 380원/ℓ의 보조금이 지원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와 같이 경유 유가 보조금으로 NGV의 경쟁력이 상실됨에 따라 2015년 상반기 천연가스버스의 경유버스 전환 대수는 263대인 반면, 경유버스에서 천연가스버스로 전환된 차량은 단 8대이다.

▲ LCNG 복합충전소.

■NGV 보급에 대한 정책적 뒷받침 절실

미세먼지로 국민피해가 가중되고 있는 상황에서 친환경차에 대한 관심이 더욱 증가하고 있다.

해외 선진국들은 천연가스차량이 지구온난화 및 대도시 대기질 개선과 석유자원 이외의 대체에너지원으로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한 전기차 및 수소연료전지차 등 무공해차 시장이 확대되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천연가스차량이 그 가교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NGV에 대한 정부 지원을 축소하고 있다. 이는 세계 수송용 천연가스 시장의 추세와 각국의 정책과도 배치되며, 국가적인 수송용 에너지 믹스 차원에서도 편중된 정책 방향이라고 판단된다.

또한 환경에 악영향을 미치는 경유 시내버스에는 유가 보조금이 지원되는 반면, 친환경적인 CNG 시내버스에는 연료비 보조금이 지원되고 있지 않고 있어 현재 CNG 버스에서 경유버스로 역전환이 이뤄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투자했던 공급설비와 충전소와 같은 인프라가 유휴시설로 전락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NGV 보급에 대한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세계적인 추세에 발맞춰 LNG 차량 보급 사업에 대해서도 재검토가 필요하다.

지난 2011년 LNG 화물차 관련 정부 지원을 중단한 것은 고유가로 인한 LNG 도입가격도 상승하고 있는 상황에서 불가피한 정책적 결정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그 당시는 미국의 셰일가스 생산 급증에 대한 기대감이 막 시작되는 시점으로서 그 이후 시장 상황이 급변하고 있기 때문에 연간 대기오염물질 배출량이 가장 큰 경유 화물차를 LNG 화물차로 전환하는 것이 시급하다.

유럽에서는 육상뿐만 아니라 해상 수송용 천연가스 시장 확대를 위해 다수의 소규모 LNG 기지 건설 계획을 추진하고 충전시설을 확충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LNG 화물차뿐만 아니라 LNG 벙커링 사업과도 연계해 LNG 충전시설을 확충하는 등 장기적 안목을 갖고 육·해상 수송용 LNG 이용 관점에서 사업을 육성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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