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을 통한 미래 글로벌경제의 조망

[에너지신문] 북극은 온난화가 가장 급격히 일어나는 곳이면서 동시에 기후시스템의 균형을 위해 반드시 존재해야 하는 곳이기도 하다. 또한 북극은 미래를 위한 자원의 보고이자, 국경분쟁이 남아있는 군사·외교적 요충지이자 정치, 경제, 사회적 쟁점의 최전선이다.

북극을 미래 자원의 보고라고 부르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다. 북극에 영토를 가지고 있는 북극이사회 회원국 8개국 중 미국, 러시아, 노르웨이만 합쳐도 전 세계 유가스 매장량의 1/3을 차지한다. 북극권은 지구 표면적의 6퍼센트에 불과하지만 가채량 기준 약 22퍼센트의 미발견 전통 석유ㆍ가스 자원, 금, 다이아몬드, 가스하이드레이트 등 방대한 광물자원이 매장돼 있다.

2008년 미국 지질조사국 US Geological Survey, USGS 보고서에 따르면 북극해에 매장된 석유는 약 900억 배럴, 천연가스는 약 1670조 입방피트로 추정된다. 석유는 미개발 매장량의 13퍼센트, 천연가스의 경우 전 세계 미개발 매장량의 30퍼센트에 이른다.

물론 매장량에 대해서는 어느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 그 이유는 경제성이 확인된 매장량과 가채매장량 사이에 큰 간극이 존재하고, 그 기준 또한 국가나 기관마다 서로 다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무리 보수적으로 잡는다 해도 이 매장량은 십 년 이상의 미국경제를 견인하고도 남을 만큼 충분한 양이다.

-북극이사회 회원국, 전 세계 유가스 매장량 1/3 차지-
-북극, 군사외교의 중심…미래 글로벌 경제 좌우할 듯-


문제는 25곳의 석유와 가스가 매장되어 있는 곳 중 7개 지역이 경계 분쟁지역이거나 2개 이상의 국경을 공유하는 곳이다. 이들 지역은 동부 바렌츠 분지, 아메라시아 분지, 서부 그린란드-동부 캐나다 지역, 유라시아 분지, 로모노소프-마카로프 분지, 북부 추크치-렝겔 포어랜드 분지, 호프분지다. 특히 로모노소프 분지는 러시아가 국경을 주장하는 지역으로 석유와 가스가 상당량 매장되어 있는 곳이다.

이렇게 국경분쟁이 있는 지역은 갈등이 증폭되기도 하지만 때로는 러시아와 노르웨이 사이의 동부 바렌츠 분지와 유라시아 분지와 같이 2010년 경계획정 협약 체결로 분쟁이 광구통합으로 오히려 개발가능성이 높아지는 경우도 있다.

소유권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고 미국과 캐나다는 아메라시아 분지에 대해 200 해리를 넘는 대륙붕조약 외에는 양자협약이 진행되지 않고 있다. 게다가 미국 오바마 정권은 환경이슈를 내세워 북극해 개발을 지연시키고 있다.

북극해 개발과 관련해 미국이 다른 북극권국가들과 다른 노선을 선택하고 있는 이유는 미국이 현재 원유시장을 달러와 기술력으로 지배하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의 셰일가스와 셰일오일은 자국의 산업구조를 바꿀 만큼 충분하다. 미국이 원유시장의 맹주로서 자리매김한데 달러가 큰 힘을 발휘했다.

즉, 미국은 현재 글로벌경제를 달러와 유가를 무기 삼아 러시아와 중국을 견제하고 신흥국을 무기력하게 만들고 있다. 이러한 추세는 앞으로 얼마나 지속될까? 안타깝게도 이러한 추세는 상당기간 유지될 것으로 전망된다. 그 이유는 미국이 에너지와 기후 안보 면에서 두려울 것이 없기 때문이다.

미국상공회의소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미국은 에너지안보 리스크가 가장 낮은 국가순위에서 노르웨이(1위), 덴마크, 캐나다와 함께 상위권(6위)을 유지하고 있다. 2000년만 해도 미국은 에너지안보 순위가 10위 밖으로 밀려났었다.

이렇게 미국이 에너지안보에 자신감을 회복하게 된 데는 셰일가스가 큰 역할을 했다. 게다가 미국은 북극이사회 회원국 중에서 가장 완강하게 북극 에너지자원 개발에 환경이슈를 옹호하는 국가이다.

이런 미국의 입장과 대조를 보이는 북극이사회 회원국은 바로 노르웨이와 러시아이다. 노르웨이와 러시아는 북극해에 국경을 마주 보고 있다. 이는 영해 분쟁이슈가 자원개발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노르웨이와 러시아는 실리를 선택했다. 즉, 러시아를 향한 미국의 경제제재는 이를 의식한 러시아가 노르웨이와 중국을 파트너로 선택하게 유도하는 계기가 됐다.

-미ㆍ중 기후정책 공조, ‘감축잠재력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리합의문 채택을 위해 미국이 선택한 파트너는 아이러니하게도 중국이다. 교토의정서를 표면적으로 반대했던 이 두 국가는 2012년 기준 CO2 배출량이 전 세계 배출량의 40%를 차지한다. 중국의 경제성장 속도에 따라 향후 배출비중이 절반을 상회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이렇게 중요한 포지션에 있는 이 두 국가가 기후정책에 대해 공조하기로 한 것은 획기적이다. 그만큼 감축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했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중국의 셰일가스 매장량에 있다.

중국의 셰일가스 매장량은 미국과 비등한 수준이다. 미국과 상이한 지질학적 환경이 그 개발속도를 지연시키고 있지만 미국으로부터의 기술이전은 잠재력을 현실로 바꿔줄 것이다. 최근 미국이 셰일가스 혁명으로 실질적인 감축을 실현시킨 것만 보더라도 중국의 저감노력은 다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다고 판단된다.

즉, 북극은 에너지시장의 판도를 주도하는 미국과, 기후정책에 있어 탄소세와 신재생에너지정책을 성공적으로 추진한 북구유럽, 아직도 유럽권과 아시아시장의 주요 에너지공급원인 러시아를 둘러싸고 중국과 EU 등의 대외무역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는 곳이라 할 수 있다.

-파리회의,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모두 포함된 공동의 감축의무 ‘의의’-

2015년에는 많은 일이 있었다. 국내에는 온실가스 감축정책의 일환으로 배출권거래가 시작됐으며 대외적으로는 신기후체제를 위한 파리합의문이 채택됐다.

2015년 제21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는 더반플랫폼으로 알려진 2011년 기후회의에서 결정한 신기후체제의 시한이었다. 2015년 11월말 시작된 파리회의는 예정된 기간을 하루 연장하면서 2주간에 걸친 회의 끝에 파리합의문을 채택하는 결실을 얻어냈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심지어는 파리회의에 참석한 전문가들조차도 이번 회의가 합의문 채택까지 이르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견해가 상당했다. 그만큼 합의할 내용이 많았고 시간이 촉박했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회의에 참석했던 필자는 이번 회의가 뭔가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를 가졌는데 그 이유는 이번 회의만큼 각국 정상들이 많이 참석한 국제회의가 유사 이래 없었기 때문이다. 즉, 이번 회의는 신기후체제에 대한 정치적 합의가 사전에 이루어진 상태에서 출발했다는 점에서 기존 회의와 크게 달랐다.

당사국들은 이미 각국이 마련한 국가별 자발적 온실가스감축기여방안(Intended 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s, INDCs)을 회의 참가 전에 제출한 상태였다. 게다가 신기후체제는 교토체제와는 달리 선진국에 한정된 것이 아니라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이 모두 포함된 공동의 감축의무에 기반을 두고 있다.

따라서 감축목표가 높고 낮음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모두가 감축에 참여한다는 데 의의를 두고 있다.

즉, 법적인 강제조항은 없지만 감축행위에 대한 경제적 의미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파리합의문은 절반의 성공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또한 파리합의문은 유엔기구 중심의 글로벌 탄소시장이 탄생하게 되는 명분도 제공한다. 이로써 원유시장과 유사한 형태의 탄소시장이 운영되고 감축기술에 대한 경제적 유인과 가격시그널을 제공하게 된다는 점은 기술개발 차원에서 매우 고무적이다.

게다가 선진국이 개도국에 제공할 경제적 지원을 기금조성을 통해 운영한다는 기본 체계를 마련했다. 이러한 재원은 ‘감축’은 물론 ‘적응’ 프로그램 개발에도 적극 활용돼야 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는 점도 이번 합의문의 주요 성과라 할 수 있다.

이번 파리합의문 채택은 2015년을 장식한 큰 사건 중의 하나다. 이번 파리합의문의 채택여부를 긍정적으로 가늠해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에너지시장이 약세인데 비해 배출권가격이 전년 대비 크게 상승(유럽할당배출권은 2014년 11월 5.74유로/tCO2에서 2015년 11월 8.45유로/tCO로, 청정개발체제 크레딧은 동일 기간 0.11/tCO2에서 0.63유로/tCO로 5배 이상 상승)했다는 데 있다.

배출권가격은 주로 선물거래 비중이 높은데 시장참여자들이 연료대체를 온실가스 감축수단의 하나로 간주하고 있어 기회비용으로 작용한다. 즉, 석탄 대비 가스가격이 경쟁력을 확보할 경우 배출권 수요는 감소한다. 역으로 배출권가격이 지나치게 저평가되면 석탄에서 천연가스로의 연료대체는 유인력을 상실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에너지수요가 증가하면서 에너지가격이 상승하면 배출권 가격 또한 상승하고, 에너지 공급과잉으로 에너지가격이 약세로 돌아서면 배출권 가격 또한 동반 하락하게 된다.

즉, 배출권가격 상승세는 현재의 에너지 수급과는 무관하다. 그것은 바로 파리합의문 채택에 따른 신기후체제가 유럽 배출권시장의 연속성을 제공할 것이라는 기대심리로 해석할 수 있다. 파리합의문 채택으로 신기후체제에 대한 정책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확신이 섰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미국의 금리인상은 달러를 더욱 강하게 만드는 효과를 가져와 신흥국들의 자국통화 가치 하락이 가속화될 수 있다.

우리가 북극을 통해 미래의 글로벌경제를 조망하는 이유 중의 또 다른 이유는 바로 핵을 둘러싼 군사외교문제가 북극을 중심으로 대치돼 있고 현재 IS로 표면화된 정치적 대립의 근원지가 바로 북극권으로 압축되기 때문이다.

시리아 난민수용에 있어 가장 적극적인 독일과 북구유럽은 나토회원국이다. 나토는 러시아를 견제하기 위해 미국 주도로 만들어진 군사외교적 연대라고 표현할 수 있다.

※ 참고저서 : 글로벌북극(저자: 김효선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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