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 우선순위 고려하지 않은 조삼모사 법안

-녹색일자리와 온실가스 감축까지 고려한 근본적인 대책을 담은 법안이 필요하다

지난 10월 22일 지식경제부에서는 '에너지복지법' 제정(안) 입법예고가 있었다. 우리 사회의 열악한 주거형태와 저소득층의 에너지 기본권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에너지 복지를 표방한 법안은 매우 환영할만하다.

에너지 빈곤층은 2006년 120만 가구에서 2008년 130만 가구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특히 에너지 효율이 낮은 주택에 거주하는 경우 더 많은 에너지와 그로 인한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킨다. 3개월 이상 전기료를 납부하지 못해 단전을 경험한 가구는 2008년 상반기에만 84,70가구이며, 도시가스의 경우도 공급이 중단된 가구가 2008년 6월 현재 8만 7천 가구에 이르고 있다. 정부는 자구책으로 2006년 에너지 기본법을 제정했지만 법령과 제도의 미비로 인해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실효성을 발휘하고 있지 못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등장한 법안이라면 환영해야 마땅하나, 정작 법안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찬성하기가 어렵다. 내용이 텅빈 말뿐인 '에너지복지' 법안이기 때문이다. 법안의 주요 내용은 기초생활수급자와 저소득계층에게 기존의 에너지 요금 할인제도를 없애고 '에너지급여'를 제공하는 것으로 에너지를 구입할 수 있는 쿠폰을 지급하고 이를 통해 에너지를 구입하도록 하는 것이다.

우선 정부의 법안에는 에너지 빈곤층의 개념과 대상이 명확히 제시되어 있지 않다. 이에 대한 명확한 정의없이 법을 시행하는 것은 정부 정책이 매우 근시안적이라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문제는 에너지 복지의 방법이 바로 '에너지 이용권'에 국한된 법이라는 점이다. 현재 미약하나마 실시되고 있는 저소득층 주택에너지효율개선사업 같은 가장 우선 실시되어야 하는 정책들이 언급되어 있지 않다. 정책의 최우선 과제는 단지 그들이 에너지를 구입할 수 있는 비용을 보조해주는 것이 아니라 주택에너지효율개선사업을 우선적으로 실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법안에는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고민이나 에너지 복지를 통한 녹색일자리에 대한 고민은 전혀 담겨져 있지 않다. 외국에서는 오래 전부터 저소득층 주택 에너지 효율개선 사업을 통해 에너지 빈곤층 해소를 위한 노력은 물론 이로 인해 관련 일자리의 창출까지 온실가스 감축으로 세 마리 토끼를 잡는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 왔다. 1978년부터 2005년까지 미국에서 이를 통해 창출된 일자리는 5만개로 연 2만개 이상의 고용 유지 효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석유 소비량 연간 1800만 배럴 감소와 가스 난방 기구의 경우 23% 에너지 소비 절감 과 이를 통한 연간 가구당 이산화탄소 배출량 1.79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현재 정부의 에너지 복지법은 핵심이 비어있는 깡통에 불과하다. 정부의 안은 에너지 복지법이 아니라 에너지 빈곤층에 대한 조삼모사 법안이다. 향후 진보신당 조승수 의원은 향후 정부의 법을 보완하고 다양한 내용을 포괄하는 '에너지복지법'을 발의할 예정이다.

2010년 11월 8일
진보신당 정책위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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