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훈 국회 미래에너지연구회 책임의원

전기료 비현실적…가격체계 합리화 필요
배출 감소 선제적 대응, 구조개혁 신호탄

▲ 강석훈 국회 미래에너지연구회 책임의원.
[에너지신문] 지난해 6월말 정부는 이산화탄소 감축 목표를 당초보다 강화해 2030년 배출 전망치(BAU, business as usual) 대비 37% 감축하기로 결정했다. 목표치는 국내에서 25.7%, 국제시장 매입 배출권으로 11.3%를 각각 감축할 방침이다.

이는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는 정부의 정책적 기조와 녹색기후기금(GCF) 사무국 유치 등 국제적 위상을 고려한 조치로 평가된다.

그러나 산업계는 “경제의 발목을 잡는 암덩어리 규제”라며 강력히 반발하고 있다. 정부는 이를 감안, 산업부문에서 감축률이 12%를 넘지 않도록 한다는 단서조항을 달아 산업계의 부담을 완화했다.

물론 산업적 측면에서 보면,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를 위해서는 생산 감소, 오염저감 시설 도입, 생산기술 변경 등으로 대응해야 하기 때문에 생산비용 증가가 불가피하다.

따라서 거시적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와 같은 환경규제가 경제에 미치는 1차적 영향은 공급충격에 따른 소득감소와 물가상승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러나 미시적 관점에서는 환경규제가 경제적 후생을 증진시킨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환경규제가 경제에 존재하는 부정적 외부성을 내부화함으로써 경제 전반의 효율성을 증진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현재의 경제상태가 환경오염으로 인해 국민들의 편익을 심각하게 훼손시키고 있다면 비록 공급충격으로 인해 실질소득의 감소가 있더라도 환경오염 축소로 인한 편익증진이 이를 상쇄할 수 있다는 주장이 가능하다.

그러나 환경오염 완화로 인한 부정적 외부성의 내부화와 이에 따른 편익의 증가는 계측하기 어려워 대체로 실질소득을 감소시키는 부정적 영향이 부각되기 쉽다.

우리나라는 제조업 비중이 높고, 특히 에너지 다소비 업종인 정유, 화학, 1차금속, 고무·플라스틱산업 비중이 높은 특성을 갖고 있어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이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더 클 수 있다.

우리나라 제조업 비중은 부가가치 기준으로 31%에 달한다. 이는 OECD 국가 중 최고 수준이며, 에너지 다소비 업종 비중 역시 7%에 육박하고 있다.

더욱이 우리나라 철강, 석유화학 등 주요 산업의 에너지 효율수준은 이미 매우 높은 수준으로 더 저렴한 에너지 사용량 저감 방식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예를 들어 철강산업의 경우 우리나라의 에너지 사용량을 100이라고 봤을 때 미국은 118, 캐나다는 124에 이른다.

마찬가지로 석유화학산업에서도 우리가 100이라면 유럽은 145, 북미지역은 167로, 이미 우리 산업의 에너지 효율은 전 세계적으로도 매우 높은 수준임을 알 수 있다.

비록 우리나라가 단기적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할 수는 있으나, 절망하기에는 이르다. 위기를 기회로 전환시킬 수 있도록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축 목표의 적극적 설정이 장기적으로 경제성장에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현재의 생산기술이 그대로 유지된다는 전제 하에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 규제는 공급충격일 것이나, 친환경 생산기술의 발전은 장기적으로 새로운 산업의 경쟁력이 될 수 있다.

이러한 시각은 현정부의 창조경제 프레임과 궤를 같이 한다. 창조경제는 민간의 창의적 아이디어가 성장의 모멘텀이 돼 새로운 산업과 일자리, 소득을 창출하는 경제구조를 만들어 가자는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

따라서 친환경 생산기술의 발전을 통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하고, 이를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제도적으로 민간 스스로의 자발적 감축 노력을 극대화하고 정부는 민간의 투자와 기술개발을 지원하는 인센티브 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경제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총량적 규제방식을 지양하고, 시장에서 스스로 가장 효율적인 방식의 오염저감 방법을 강구할 수 있도록 인센티브에 기초한 제도설계가 바람직할 것이다.

나아가 에너지 가격 왜곡을 바로잡고, 민간에 의한 에너지 절감 시장이 형성될 수 있도록 다양한 유인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특히 과세체계 정비 등 에너지 가격체계 합리화에 대한 고민이 반드시 필요하다.

현재 전기에 대해서는 부가세와 전력산업기반기금 외에는 세금이 부과되지 않고 있고, 전기요금에 대한 강력한 가격통제로 전력 과소비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격대비 세금 비중으로 볼 때 휘발유는 62.5%, 경유 56.7%, 실내등유 23.2%에 이르는 반면 전기는 12.8%에 불과한 실정이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 조사에 따르면 1990년 이후 2014년까지 등유가격이 641% 상승하는 동안 전기료는 49.7% 상승하는데 그쳤다.

▲ 주요국들의 기초에너지 공급량 대비 재생에너지 비중.

그 결과 우리나라는 기초에너지 공급량 대비 재생에너지 비중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 만큼 에너지 분야의 비효율이 제도적으로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우리 경제는 현재 구조적 위기 상황에 처해 있으며, 지금의 구조개혁 완수 여부가 향후 경제의 성장 정도를 결정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조개혁 없이 지금의 저성장세를 벗어나기는 어려우며, 향후 생산가능인구 감소 등 잠재성장률 하방압력이 심화될 경우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게 될 수 있다. 구조개혁은 이미 피할 수 없는 당면과제인 것이다.

이와 같은 구조개혁 요구는 비단 우리만의 상황은 아니며, IMF(국제통화기금)도 선진국, 신흥국을 막론하고 모든 국가에서 구조개혁의 정책처방을 권고하고 있다. 바야흐로 글로벌 구조개혁 전쟁은 이미 시작됐다.

글로벌 구조개혁 전쟁에서 우리의 최대 경쟁상대는 중국이다. 중국은 2025년까지 독일, 일본 수준의 제조업 강국에 오른다는 목표로 ‘중국제조 2025’를 발표하고, 저기술-저임금-저부가가치 제품의 대량생산 구조를 고기술-고임금-고부가가치 제품의 맞춤형 생산구조로 전환해 나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지금 진행 중인 구조개혁의 속도를 더욱 높여야 할 때다.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의 선제적이고 적극적 대응은 저탄소 경제구조로의 전환을 추구한다는 측면에서 중요한 구조개혁의 하나로 생각할 수 있다.

공공, 노동, 금융, 교육 등 지금의 구조개혁과 함께 저탄소 경제구조로의 전환이 시너지를 발휘해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가져올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최근 윤성규 환경부 장관은 “환경산업의 성장이 2030년까지 2만 6000여개의 신규 일자리를 창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다 구체적으로 환경산업의 성장이 배출권거래제 관련 일자리 9600개, 통합관리제 관련 3600개, 자원순환법 1만 1000개, 피해구제법 1500개 등 총 2만 5736개의 일자리를 새롭게 창출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그만큼 이산화탄소 배출량 감소가 구조개혁과 함께 긍정적 효과를 발휘한다면 경제성장에도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무엇보다 환경문제는 특정 국가가 아닌 세계가 힘을 합쳐 해결해 나가야 할 공동의 문제인 만큼, 관련 기술을 선도적으로 확보하는 것은 분명 우리나라 미래 성장엔진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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