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출가스 조작 파문 확산…승승장구 경유차 제동
“클린하지 않은 클린디젤, 고연비도 허구” 지적
환경규제↑ㆍ표시연비↓예고…경유차 전성기 종식(?)

[에너지신문] 폭스바겐의 경유차량 배기가스 조작 파문이 세계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특히 수송용연료 시장에서 ‘클린디젤’ 대신 배출가스의 유해성이 재조명되고 있는 형국이라 최근 국내 차량 점유율 40%를 돌파하며 승승장구 하고 있는 경유차의 성장세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폭스바겐 사건 경과

지난 2014년 4월 미국 웨스트버지니아대학은 폭스바겐 배출가스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ICCT로부터 위탁받은 연구 결과에서 2012년형 제타와 2014년형 파사트 모델에서 두드러지게(signigicantly) 오염물질이 많이 배출되고 있는 것을 발견하고, 미국 환경보호청(EPA) 및 캘리포니아 대기 자원 이사회(CARB)에 알렸다.

당시 폭스바겐은 CARB와 EPA에 복잡한 기술적 사유와 예상치 못한 테스트 조건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답변했으며 같은해 12월 해당 차량을 자진리콜 하겠다고 제의했다.

이에 EPA와 CARB는 일반도로주행과 실험실환경 테스트를 공동 실시했다. 하지만 실험결과 리콜 효과가 매우 제한적일 것(limited benefit of recall)으로 나타났다.

CARB는 차량 성능이 저하된 기술적인 이유를 정확히 판명하고 OBD가 배출가스 증가를 감지하지 못하는 이유를 파악하기 위해 테스트를 확대했다. 하지만 폭스바겐이 언급한 잠재적인 기술적 조건(사유 및 테스트 조건)을 입증할 내용을 발견하지 못했다.

결국 CARB와 EPA는 폭스바겐에 명확한 설명을 요구하는 한편 2016년 모델에서는 동일 문제가 발생하지 않겠다는 보증을 하기 전까지 형식승인을 거부하겠다고 통보했다.

이후 지난 9월 폭스바겐은 차량 테스트 상황에서 이를 감지하는 정교한 소프트웨어 알고리즘을 가지고 있는 장치(Defeat device=Mode Detection), 즉 차량검사시 배기가스를 제거하는 저감장치 소프트 웨어를 장착했다고 실토했다.

이 장치는 ‘스위치’라는 프로그램에 의해, 핸들위치‧속도‧시동시간‧기압고도 등을 분석해 미 연방시험절차 상황(dyno cal)과 일반도로 상황(road cal)을 판단한다.

차량 검사시에는 가스 배출 여부를 탐지해 가스를 제거하는 시스템을 최대한 가동하도록 조작하고, 일반 도로 상황에서는 SCR 또는 LNT 작동을 임의로 줄여 연비를 늘린 것.

미 환경청은 이같은 조작장치로 인해 실제 도로 주행시 검사 상황보다 이산화질소(NOx)가 10배~40배이상 더 검출됐다고 밝혔다. NOx는 오존을 생성하는 물질로 대기 중에 농도가 짙어질수록 호흡기질환에 영향을 주거나 산성비를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지난 1995년 GM 에어컨‧히터 동작시 CO 과다배출, 1998년 포드 ECU 조작, 1998년 혼다 OBD 규정 위반, 1998년 대형차 7개 제작사 ECU 조작 등 대규모 배출가스 및 연비 조작 사태가 발생함에 따라 Emission Defeat Device 금지 조항(CFP86.000-16)을 신설해 규제 하고 있는 상태다.

사건이 알려지자 폭스바겐은 당초 ‘스위치’가 약 50만대 경유차에 한해 장착됐다고 발표한 것과 달리, 전세계에 팔린 1100만대의 차량 모두 장착됐다고 실토했다. 이에 현 폭스바겐 CEO는 사태를 책임지고 25일 이사회에서 사퇴할 예정이다.
 

■국내외 파문 일파만파

이와 관련 세계 각국에서 폭스바겐 디젤차량에 대한 전면 조사 및 판매 중지, 리콜 명령이 검토되거나 시행되며 파문이 확산되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 21일 미 환경청은 폭스바겐이 2009~2015년 미국에서 판매한 차량 48만 2000대에 대해 리콜 명령을 내렸으며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했다.

리콜명령을 내린 차종은 2009~2015년 생산된 폭스바겐의 ‘제타’ ‘비틀’ ‘골프’와 2014·2015년형 ‘파사트’다. 또 2009~2015년 제작된 아우디의 ‘A3’도 리콜 대상에 포함됐다.

이와 별도로 캘리포니아주 CARB는 폭스바겐그룹 아메리카, 폭스바겐 AG, 아우디 AG 등을 조사할 예정이며 조사 결과에 따라 최대 180억달러(한화 약 21조원)의 벌금을 부과할 계획이다.

독일 정부는 폭스 바겐의 모든 디젤차량을 대상으로 광범위한 조사에 착수했으며, 이탈리아 역시 자체 조사 계획을 밝혔다. 캐나다 정부는 딜러들에게 폭스바겐 디젤차량의 판매 중지를 요청한 상태다.

국내에서도 환경부의 조사가 착수됐다. 폭스바겐 코리아 측은 국내법상 휘발유 차량은 미국의 LEV, 경유차량은 유럽의 EURO 기준이 적용돼 미국과 한국에서 판매되는 디젤 모델 자체가 다르다고 해명했으나 우리 정부는 조사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환경부는 정밀검사 형태로 1개월 이내에 해당 모델에 대한 임의조작장치 부착여부 확인, 배출가스 측정 등을 시행할 예정이다.

현행법에 시험 조건과 다르게 일반적인 운전 때 배출가스 저감 기능을 변조하는 ‘임의 설정’ 행위에 대한 기준이 있는 만큼 폭스바겐이 설정한 소프트웨어가 이에 해당될 경우, 판매 정지 같은 강력한 조치를 취할 방침이다.

아울러 미국에서 문제가 된 4개 차종을 조사한 뒤 벤츠와 BMW 등 다른 수입 자동차 업체와 국내 업체들의 경유차에 대해서도 조사를 확대할 계획이다.
 

▲ 폭스바겐 골프

■승승장구 클린디젤 타격 불가피

특히 이번 폭스바겐 사태는 ‘클린디젤’을 내세우며 시장을 키우고 있는 관련 업계에 적지않은 타격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폭스바겐이 ‘클린디젤’을 표방하며 친환경성을 강조해 디젤 전성시대를 열었던 장본인이기 때문이다.

8월 현재 국내 경유차 등록대수는 837만 8425대로 지난 연말(793만 8627대) 대비 43만 9798대가 늘며 높은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전체 차량 중 점유율도 40.51%를 기록, 40%를 돌파했다.

지난 2008년 고유가 시기, 휘발유보다 저렴한 가격과 높은 연비를 내세우며 시장에 돌풍을 일으키며 성장세를 이어온 결과다.

배출가스에 대한 유해성 논란이 적지 않았지만, 관련 업계는 기술개발로 인해 CO2 배출이 가솔린 대비 낮고 NOx 배출을 최소화했다는 점, 높은 연료효율 등을 자랑하며 ‘클린디젤’의 친환경 이미지를 구축, 시장을 꾸준히 확대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NOx 배출량 감소가 거짓말임이 들통났고, CO2 배출의 경우 기본적으로 디젤엔진이면 가솔린 대비 낮을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지적도 이어지고 있어 클린디젤에 대한 신뢰도 하락이 불가피하다.

실제 관련업계는 실제 주행에서 NOx 배출량이 기준치를 초과하는 일이 폭스바겐 차량에만 나타나는 문제가 아닐 수 있다며 긴장하는 모양새다.

지난 8월 국립환경과학원이 한-EU 공동 실주행 배출가스 시험 방법에 의거해 진행한 조사에서 수입 경유차 일부가 기준의 7.5~ 8.3배의 NOx를 배출한 바 있다.

이에 앞서 지난 6월 교통환경연구소가 2011년 5월부터 4월까지 국내 실정에 맞는 실도로 주행조건에서 자동차 배출가스 특성을 평가한 결과에서도 지난해 10월부터 올 2월까지 유로6 환경기준을 만족하는 경유차 4대 중 3대가 허용 기준보다 최대 2.8배 많은 NOx를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 3월부터 2014년 10월까지 유로5 환경기준을 만족하는 경유차를 대상으로 시험했을 때는 시험대상 8대 모두 기준을 초과했다.

이를 두고 일부 환경 관계자들은 “절대 친환경이 될 수 없는 디젤자동차를 배기가스 후처리시설을 설치했다고 ‘클린디젤’이라고 주장한 것부터가 문제”라며 “실도로 주행 기준으로 엄격한 배출가스 관리제도입이 시급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배출가스의 유해성이 재조명, 클린디젤의 허구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힘을 받으면서 경유차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나오고 있는 셈이다.

또한 각국에서 경유차량의 배출가스 기준을 대폭 강화하고, 실도로 주행 검사 등의 조기 도입 등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신기술 개발‧제작비용 상승 등 제작차업계의 경제적 부담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아울러 배기가스와 관련해 연비 문제도 부상하면서 국토교통부 역시 재조사를 실시하겠다고 입장을 밝혔다. 조사대상 21개 차종 중 폭스바겐 그룹의 아우디 A3, A7이 포함됐다. 국토부가 자동차 연비 검사를 합격 처리했다가 재조사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업계는 조사 결과에 따라 연비가 조정될 수 있으며 장기적으로 경유차 자체의 표시연비가 대폭 하락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있다. 경유차의 가장 큰 경쟁력인 연비까지 상실하게 되면 시장에서 한계에 봉착할 수밖에 없다. 그린카 및 경유택시 등 정부의 경유차 보급 확대 정책도 수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국내에서도 클린디젤에 대해 연료(경유)가 깨끗한 것이 아니라 기술, 즉 저감장치가 발달한 것이며 이마저도 실내 검사와 실도로 주행시 성능 차이가 크고, 장치의 유지‧관리 및 가격 경쟁력 등에서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많았다”며 “이번 폭스바겐 사태에서 문제가 제기된 배출가스 및 연비에 대한 마땅한 해결책도 없는 상황이고 파문이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어 이번 사태가 클린디젤차의 종식을 불러올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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