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형기 한국신재생에너지학회 회장

올해 3300억달러 투자…저유가에도 세계시장 최대 성장
글로벌 경쟁력 향상 전략 필요…국내 보급 촉진 바탕돼야

[에너지신문] 최근의 저유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세계 신재생에너지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2014년에 세계 신재생에너지산업 투자액은 3100억달러로 일시적 침체에서 벗어나 신재생에너지 시장은 완전히 회복이 되었고 2015년에는 신재생에너지산업 투자가 사상 최고치인 3300억달러에 이를 전망이다.

오는 12월 파리 기후변화당사국총회(COP21)에서 2020년 이후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설정되고 선진국과 개도국이 함께 감축 행동에 참여하는 新기후 체제가 탄생할 경우 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효과적이고 기여도가 큰 신재생에너지 산업은 더욱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큰 폭의 성장이 예상되는 신재생에너지 시장은 새로운 글로벌 기업의 출현을 예고하고 있다. 신재생에너지 투자의 80%를 차지하는 태양광과 풍력분야에서 새로운 글로벌기업들이 등장하고 있다.

풍력분야에선 베스타스(덴마크), 지멘스(독일), GE윈드(미국), 골드윈드(중국), 에너콘(독일) 같은 기업들이 굳건히 자리를 잡았다. 선두주자 베스타스는 올해 매출이 75억유로(약 1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태양광분야는 세계시장의 80%를 장악한 중국 기업들의 독주체제가 굳어지고 있다. 중국의 10대 태양광 기업이 세계 폴리실리콘 생산의 89.5%, 웨이퍼의 67.3%, 태양전지의 42.2%, 모듈의 42.4%의 시장 점유율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잉리솔라나 트리나솔라 같은 선두주자들은 연간 매출이 20억달러(약 2조 3000억원)를 훌쩍 넘었다.

성장하는 세계 신재생에너지시장에서 한국기업의 이름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다. 한국과 중국은 뒤늦게 신재생에너지산업에 뛰어들었지만 중국은 선진국을 따라잡거나 추월하는데 성공한 반면 한국은 기술력을 향상하는데도 몸집을 키우는 데 실패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 풍력을 제2의 조선 산업으로, 태양광을 제2의 반도체 산업으로 육성하겠다는 비전이 수립됐었지만 결과는 초라하다. 국내 시장의 규모와 육성 정책의 차이가 중국과 비교해 매우 다른 결과를 낳았다.

중국과 독일 기업을 인수하면서 태양광 분야에 진출한 한화큐셀과 폴리실리콘 분야의 OCI를 제외하면 국제 경쟁력을 가진 기업을 찾기 어렵다. 태양광과 풍력산업은 가격경쟁력은 물론 기술경쟁력 면에서도 중국에 밀리는 신세로 전락했다.

현실을 인정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세계시장을 포기 할 수는 없다. 우리나라는 이미 많은 산업분야에서 뒤늦게 참여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 경쟁력을 세계적 수준까지 끌어올린 경험이 있다. 철강, 조선, 자동차, 전자, 반도체 등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분야들도 끊임없는 도전과 인내의 결실이었다.

적절한 선택과 집중 전략도 난관 극복에 기여를 했다. 다행히 아직 기술의 격차가 두드러진 것은 아니다. 가격경쟁력의 영향 요인도 끊임없이 변화할 수 있다.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계획으로 신재생에너지분야의 글로벌 경쟁력을 키우는 산업전략을 펼쳐야 한다.

신재생에너지산업은 명확한 ‘수출 주도형’ 산업이다. 국내 시장은 협소하기 때문에 세계시장을 보고 육성해야 한다. 하지만 최소한의 국내 시장은 필수불가결하다. 중국의 사례처럼 세계시장이 침체하고 변동이 클 때 안정적인 국내 시장은 위기를 극복하는 디딤돌이 될 것이다.

국내에서 신재생에너지 보급이 촉진될 수 있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사회적 수용성을 높여가야 한다. 동시에 다수의 글로벌기업이 신재생에너지 산업분야에 출현하기 어렵다는 점도 분명하다. 한 때 세계 조선산업을 선도하는 국내 대부분의 조선 및 해양플랜트 기업들이 앞 다퉈 풍력터빈 제조에 뛰어들었지만 크게 실패한 경험이 있다.

영세 태양광 기업들은 글로벌 경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각 분야에서 세계 10위권 기업을 육성하려면 과거 자동차나 반도체, 철강산업 등을 육성할 때처럼 정부가 전략적으로 개입해 분야별로 기업을 육성해야 한다. 국내 시장에서 육성 정책에 힘입어 몸집을 키운 국내 기업이 해외 시장에 진출하던 방식이 신재생에너지 산업분야에도 절실하다.

또한 기술경쟁력을 제고하려면 연구에서 생산으로 연결되는 긴밀한 협업체계가 구축돼야 한다.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등 국내 신재생에너지 기술개발은 상당한 진전을 이뤄냈지만 산업화와 연계는 상대적으로 매우 뒤쳐진다.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산업분야는 각각의 고유한 가치사슬로 구성돼 있고 단계별로 대기업, 중소기업, 대학, 연구소의 역할이 있기 때문에 여러 구성원의 협업이 필요하다. 긴밀한 산학연 협력과 다양한 기술융합을 통해 제품 경쟁력과 산업화 가능성을 적극적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태양광, 풍력, 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산업은 부가가치, 생산유발, 고용효과가 높기 때문에 새로운 성장동력이 절실한 한국 경제가 재도약하는데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기후변화의 시대, 기후변화 대응의 효과적 수단인 재생에너지는 에너지분야의 대세이고 신재생에너지산업의 앞날은 밝다. 지금은 비록 세계 경쟁에서 잠시 밀려나 있지만 다시 신발끈을 고쳐매고 새롭게 도전해야 한다.

신재생에너지와 에너지신산업의 융합, 혁신적인 기술개발, 보급과 산업 육성 관련 규제 개선, 해외 틈새시장의 개척 등을 통해 우리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세계 시장에서 점유율을 높여 나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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