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세진 (사)한국석유일반판매소협회 사무총장

▲ 강세진 (사)한국석유일반판매소협회 사무총장

[에너지신문] 현 정부 핵심과제인 ‘지하경제 양성화’ 1호 목표물로 ‘가짜석유 근절’이 지목되면서 정부, 지자체, 경찰청 국세청, 석유관리원 등 단속권한 단체들이 전방위로 무자료 및 가짜석유를 단속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짜석유는 가짜휘발유에서 가짜경유로, 주유소에서 석유일반판매소로 유형을 달리하면서 끊임없이 유통되고 있다.

한국석유관리원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가짜석유, 품질부적합 석유 유통, 난방등유를 차량용 연료로 판매한 행위 등으로 적발된 석유일반판매소는 총 105곳에 달한다.

그 전년 같은 기간 총 31곳이 적발된 것에 비해 1년 사이 3배 넘게 증가한 것이다. 지난해 하반기 불법행위로 적발된 주유소는 총 157곳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총 177곳 적발된 데 비해 20곳이나 줄었다.

주유소에서는 가짜석유 판매 등의 위법행위가 줄어드는 반면 석유일반판매소 적발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단속과 처벌 강화로 가짜석유 판매가 어려워진 가짜석유 유통업자와 일부 주유소 사업자들이 임대가 용이한 판매소를 위장 운영하면서 불법을 저지르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석유일반판매소협회 자체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기준 불법행위를 하다 적발돼 행정처분이 진행 중인 판매소 105곳 중 83%인 87곳이 최근 2년 사이에 판매소를 임대받아 가짜석유 유통에 이용했다.

석유일반판매소는 2000년 7212곳에서 매년 서서히 감소해 2014년 기준 2974곳만 영업하고 있다. 이마저도 휴업소 273곳이 포함된 수치이며 2014년 기준 완전 폐업(용도폐기) 영업장은 358곳이나 된다.

겨울철 난방용 등유를 주로 판매하는 석유일반판매소는 대부분 10월부터 다음해 3월까지 6개월간 영업을 한다.

농협이 직영하는 일부 판매소만 여름에 영업을 할 뿐, 영세 개인사업자 다수는 난방수요가 적은 4월부터 9월까지 손을 놓는다. 때문에 이 시기 70% 이상의 판매소가 경영난을 겪고 있으며, 공사장을 전전하는 사업자들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월평균 수입도 매우 낮다. 전체 일반판매소의 45% 가량이 월 100만원 미만의 수입을 얻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다 보니 매년 300~400여곳이 휴업하고 300여곳은 아예 폐업을 선택하고 있다.

이같이 심각한 경영난은 정부의 도시가스 확대 정책의 영향이 크다. 도시가스 난방이 일반화되며 도시가스 가설 지역을 중심으로 90% 이상의 판매소가 폐업했다.

문제는 일반판매소 폐업 시 1500만원에서 2000만원 이상의 비용이 든다는 점이다.

월 100만원도 채 벌지 못하는 사업자들인 만큼 폐업비가 없어 문만 닫은 채 방치하는 경우가 많다. 바로 이런 업소들이 가짜석유 유통업자들의 표적이 되고 있다.

휴·폐업한 영업장을 임대받아 가짜석유를 유통하는 것이다. 주유소 대비 임대료도 저렴해 적발되더라도 문을 닫으면 그만이다.

지난 8월 27일 백재현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최근 6년간 전국에 약 3000개 가짜석유판매소가 연간 212만 5000㎘의 가짜석유를 만들어 팔았고, 연간 탈루세액만 약 1조 910억원에 이르고 있으며 이로 인해 국민의 피해가 심각한데도 정부의 제제조치가 미흡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한 같은 기간 주유소들의 가짜석유 불법유통 적발건수는 대폭 줄었는데도 전체 적발 건수는그대로다는 점은 가짜석유가 점점 일반대리점, 석유일반판매소 등에서 집중적으로 유통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산업부 등 관리당국의 보다 집중적인 단속을 요청했다.

그러나 단속만으로 가짜석유 유통을 근절하기는 어렵다. 가짜 석유업자가 발을 붙일 수 있는 환경에 대해 사전에 방지하는, 예방 차원의 구조조정이 필요하다.

불법업자들이 가짜석유 유통에 석유일반판매소를 악용하고 있음이 사실로 드러난 만큼 석유일반판매소를 위한 대책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부의 ‘지하경제 양성화’가 구호에 그치지 않고, 영세 석유일반판매사업자의 폐업지원으로 이어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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