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문] 드디어 수면 위로 부상했다. 주유소업계, 정확히 말하자면 한국주유소협회의 공제조합 설립을 두고 정부와 국회까지 본격적인 논의에 나섰다. 이 조합은 과포화 시장에서 경영한계상황에 내몰린 주유소에 대한 전·폐업 지원을 위한 것이다.

국내 주유소 수는 2010년 1만 3004곳로 정점을 찍은 후 지난 6월 1만 2355개까지 떨어졌다. 특히 방치된 휴업주유소는 가짜석유 유통과 안전 사고 우려까지 제기된다. 국회가 주유소 구조조정 방안을 본격적으로 검토한 것도 이 같은 사회적 문제에서 비롯됐다.

주유소 폐업 시 통상 1억 5000만원 안팎의 비용이 발생한다. 시장 정상화를 위한 적정선인 1만곳까지 주유소 수를 줄이려면 필요한 재원만 2600억원이 넘는다.

사업자들의 자체 조합 출자금만으로는 이를 감당키 어렵다. 영업이익률이 1% 수준일 정도로 경영난이 심각하기 때문이다. 이에 업계는 공익적 측면은 물론 경쟁촉진정책으로 현 상황을 야기한 정부가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해보자. 8월 초 내년 최저시급이 6030원으로 결정됐다. 시급 450원(8.1%) 인상에 대기업 보다 더 반발한 곳은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이었다.

여론은 싸늘했다. ‘을’로써의 연대 보다 ‘갑’, 즉 정부와 대기업, 건물주에게는 침묵하고 상대적 ‘을’인 노동자에게 또다른 ‘갑질’을 한다는 것. 당시 주유소협회도 최저임금 인상이 과도하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다시 공제조합으로 돌아오자. 정부는 형평성 문제가 있다며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 무엇보다 세금 지원에 대한 여론 설득이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특히 수십년간 윤택함을 누린 주유소 사업자의 사회적 기여는 눈에 띄지 않는 편이라 막대한 예산 지원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하다는 후문이다.

주유소업종은 국민 생활과 밀접한 업종 특성, 영세 소상공인의 보호 등 공익적 측면에서 정부와의 긴밀한 협조 아래 신중한 구조조정을 시작해야 한다.

하지만 남의 빈 곳간은 안타깝지만 내 주머니를 열어 달라면 누구나 인색해지기 마련이다.

주유소 업계는 막대한 예산 지원의 책임을 정부에 일방적으로 떠넘기기 전에 내부 자금 충원 노력과 더불어 여론을 설득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한 고민부터 선행 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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