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집약적 ․ 고부가가치 ․ 지식서비스 사업

지난해 국내 기업 해외 수주액 1조원 돌파

한국 엔지니어링 세계시장 점유율 0.4% 불과

혁신 시스템 구축 및 정부 적극 지원 필요


‘산업 위의 산업’
엔지니어링 산업을 부르는 또다른 이름이다.

엔지니어링 산업은 고도의 과학적 기술 응용을 토대로 하는 산업이기 때문에 화학, 기계, 전기, 토목, 건축 등의 분야별 전문기술을 유기적, 통일적으로 종합, 응용해 일련의 기술 활동을 추구하는 동시에 새로운 산업 시스템을 창조하는 제 4차 산업이다.

엔지니어링 산업은 시장의 영역을 특정 지울 수 없는 광역시장형 산업이며 여러 분야의 경험과 기술이 요구되는 고도의 기술집약적 산업이다.

또한 사회적 과제 해결과 관계를 갖는 프로젝트를 수행하는 사회적 과제 해결형 산업이며 수요자인 발주자의 주문에 따르는 수주(受注)형 산업이자 고급 기술인력에 의한 인적자원이 주 경영요소로 작용하는 고부가가치 산업이다.

이에 본지에서는 엔지니어링 산업에 대해 조망해 보고 에너지산업의 시작부터 완성까지 모든 업무를 포함하고 있는 대표적인 국내 엔지니어링사의 현주소를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 주


엔지니어링 산업

엔지니어링을 한마디로 정의하면 인간의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과학 기술을 적용해 자연적인 원료를 최적의 상태로 변환시키는 전문적인 기술이라고 할 수 있다.

엔지니어링 기술 진흥법 제2조(정의)에서는 “엔지니어링 활동이라 함은 과학기술의 지식을 응용하여 사업 및 시설물에 관한 기획, 타당성조사, 설계, 분석, 구매, 조달, 시험, 감리, 시운전, 평가, 자문, 지도, 시설물의 검사, 유지 및 보수와 그 활동에 대한 사업관리를 말한다”고 정의되어 있다.

즉, 엔지니어링은 인간을 이롭게 하기 위해 자연의 엄청난 힘을 통제하는 기술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엔지니어는 유용하고 경제적인 목적을 위해 자연 현상을 어떻게 통제할 것인가에 대해 관심을 갖기 때문에 순수 과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과 차별화된다.

엔지니어링은 항상 ‘창조력’을 필요로 한다.

그 창조력은 바로 자연현상을 이용한 유용한 응용을 어떻게 혁신시킬 것인가에 대한 창조력을 의미한다.

따라서 엔지니어링은 항상 기존의 방법과 장비에 만족하지 못하고, 우리 삶의 수준과 질을 높이고 고통을 줄이기 위해 자연자원, 에너지, 물질적 자원을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을 찾기 위해 노력한다.

엔지니어링 업무는 사업의 타당성 조사에서 기본 계획, 기본 설계, 상세 설계, 구매 조달, 건설 시공에 대한 감리, 시운전, 유지 보수에 이르기까지 사업 수행을 위한 거의 모든 업무를 수행한다.

직접 제작이나 건설을 하지 않더라도 제작 및 건설에 필요한 기술지도 및 관리, 공정 관리, 제작/ 건설 수준 관리, 품질 관리 등의 업무가 엔지니어링의 주업무인 사업관리업무(Project Management)에 속하기 때문에 사실상 프로젝트의 시작에서 완성까지의 모든 업무가 포함된다고 할수 있다.

엔지니어링 산업은 사업과 시설물에 관한 연구부터 기획, 설계, 구매 조달, 시험, 조사, 감리, 시운전, 유지 보수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에 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지식서비스 산업인 것이다.

엔지니어링의 현주소

엔지니어링 산업은 광범위한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엔지니어링 서비스업은 기계 선박 항공우주 금속 전기전자 통신정보처리 화학 광업 건설 섬유 환경 농림 해양수산 산업관리 응용이학 등 15개 분야로 분류된다.

세계 엔지니어링 시장은 2003년 이후 매년 20~30%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위상은 여전히 약하다. 우리나라의 해외 수주는 2004년 3255억원에서 2년 뒤 1748억원으로 줄었들기도 했다.

플랜트ㆍ건설 분야 해외수주는 크게 늘고 있지만 엔지니어링 분야는 아직도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여전히 노동집약분야는 중국 등 개도국에 잠식당하고, 고부가가치 분야는 선진국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는 것도 현실이다.

그러나 최근 엔지니어링 산업이 크게 변하고 있다.

국내 엔지니어링 기업들의 해외 프로젝트 수주 규모가 지난해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하는 등 해외 사업에서 맹위를 떨치고 있다.

한국엔지니어링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엔지니어링 기업들의 해외 수주액이 약 1조 240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2007년부터 급격히 늘어난 해외 수주액은 2009년 사상 첫 7000억원을 돌파한 후 1년 만에 1조원 규모를 넘기는 성과를 달성한 것이다.

국내 엔지니어링 기업의 주요 진출국은 아프리카 여러 개도국들과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 등 중앙아시아 지역이다. 사회간접자본(SOC)과 아파트 등 건축이 필요한 지역을 중심으로 설계, 감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국내 엔지니어링 기업들의 이같은 성과는 지난 5년간 정부 차원에서 해외 타당성 조사 비용을 지원하는 등 적극적으로 국내기업을 지원한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엔지니어링 기업들이 해외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현지 조사가 필수적이다.

특정 나라에서 사업 요청이 들어올 경우 사업의 타당성을 조사하고 밑그림을 그려줘야 하는데 투자 대비 성과가 불확실한 상황에서 필요 비용을 국내 기업들이 직접 충당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따라서 최근 정부의 국내기업들에 대한 지원정책은 매우 바람직하다.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지원과 국내 기업들의 의지가 결합되어 국내 기업의 해외 실적이 갈수록 높아질 것으로 관련업계는 기대하고 있다.

국내 엔지니어링 업계는 약 5000여개 회사에 약 15만여 명이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규모가 영세해 산업 구조가 상대적으로 취약한 편이다.

세계 200대 엔지니어링 업체 중 국내 기업이 4~5개에 불과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엔지니어링 산업의 부가가치 유발효과를 고려할 때 이 분야를 적극 육성해야 할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제조업ㆍ건설업 부가가치 유발효과는 각각 0.696, 0.840임에 비해 엔지니어링은 0.961로 매우 높은 편이다. 세계 상위 엔지니어링 업체 대부분을 선진국 업체가 차지하는 것을 봐도 산업의 중요성을 알 수 있다. 엔지니어링이 그만큼 지식서비스 전형이자 고부가가치 산업이라는 의미이다.

통상적으로 엔지니어링은 (건설)공사비에서 5~10%를 차지하는데 해외시장 매출액 증가는 전방산업 성장을 선도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하다.

국내에서 엔지니어링이 건설 플랜트 정보통신 등 다른 산업에 비해 부수적인 것으로 그 중요성과 역할이 비교적 낮게 평가되고 있는 인식을 전환할 필요가 있다.

선진국에서는 사업 기획과 타당성 조사, 기본적인 틀을 짜는 엔지니어링 분야를 매우 중요한 일로 인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최근 엔지니어링 기업의 활동 영역이 기존 EC(엔지니어링ㆍ시공)에서 더 나아가 EPC(엔지니어링ㆍ조달ㆍ시공)로 변모하고 있는 점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다. 개도국의 발주 형태가 계약자 금융을 요구하는 추세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이같은 변화는 향후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을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할 것임에 분명하다.

한 관계자는 “엔지니어링 산업을 전략적으로 국가 신성장동력으로 추진할 필요성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세계는 무한경쟁 시대에 돌입했다. 우리나라의 엔지니어링 산업도 글로벌 시대에 발맞춰 변화를 요구받고 있다.

이제 국내 엔지니어링 산업이 해외로 진출해 선진 국가와의 비교 경쟁 우위가 될 수 있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엔지니어링 서비스에 대한 성공적인 성과 창출을 유도해야 하며 엔지니어링 서비스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반영해 줌으로써 엔지니어링 업체들의 기술 발전을 유도해야 한다.

최근 정부는 엔지니어링사업 요율(엔지니어링 업체가 사업대가로 받는 전체 공사비 대비 비율)을 2014년까지 45% 올려 시장 가격을 현실화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기획재정부는 내년도 정부 예산편성지침의 '엔지니어링사업 요율'을 지난해보다 평균 16.55% 상향 조정키로 확정했다.

정부는 2013년과 2014년에도 엔지니어링사업 요율을 추가로 인상해 요율 수준을 현재보다 45% 높인다는 계획이다.

정부가 공공 발주 수가를 인상하면 시장가격도 자연스럽게 따라오기 때문에 엔지니어링 업계의 전반적인 이익률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엔지니어링 혁신 필요하다

엔지니어링 산업은 부가가치율이 56%(건설업의 부가가치율은 21%)에 달하는 대표적인 지식서비스산업이다. 하지만 건설사 중심의 시공에 치우친 우리나라에서는 그동안 '찬밥 신세'를 면치 못했다.

한국 엔지니어링 세계시장 점유율은 0.4%로 중국의 2.7%에도 못 미친다.

부가가치가 낮고 리스크가 큰 시공부문 중심으로 수주가 이뤄지다 보니 정작 중요한 프로젝트 관리와 기획, 유지보수 등 `알짜배기` 엔니지어링 사업은 외국기업들의 독무대이다.

엔지니어링 시장의 활성화는 단순히 특정업계의 성장이라는 측면보다 국가산업의 전체적인 발전이라는 관점에서 이해돼야 한다.

더욱이 일자리를 창출하고 사회기반시설을 확충한다는 차원에서 엔지니어링 분야의 활성화는 국가 전체의 경제 활성화를 이끌 수 있는 성장동력이 될 수 있다.

세계시장은 발주방식의 변화와 세계화에 따른 국제표준 변화로 인해 리딩기업들의 기업전략도 함께 변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에 대해 한국 엔지니어링 산업은 그 규모가 성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해외시장비중이 성장률에 못미치고 있어 적절한 대응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또한 국내 엔지니어링 산업의 시장구조와 관련해 플랜트 엔지니어링 부문의 경우 차별적 과점시장의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그밖에 전문엔지니어링 부문에서는 기업수가 많은 경쟁시장의 형태를 갖고 있다.

한국 엔지니어링 산업의 법제도도 종래 기술혁신육성법 시대의 정부주도와 진입규제 방식에서 최근 규제완화 방식으로 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적인 행태변화에 이르고 있는 지는 아직 불투명하다.

엔지니어링 산업은 IMF이후 경제회복과 더불어 수주실적이 호전되고 있지만 세계시장여건을 고려할 때 시장상황은 아직 불투명한 상황이다.

해외 선도기업들의 경우에도 이러한 시장상황에 맞는 유연한 조직구조를 운영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도 자생적인 시스템을 구축하고 혁신체제의 능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조직구조를 운영해 나가야 한다.

엔지니어링 산업은 대표적인 지식기반산업으로 지속적인 발전을 위해 장기적으로 육성되어야 한다. 최근 정부 정책에 힘입어 엔지니어링 산업이 활기를 띠고 있지만 1980년대 이후 지속적으로 시행되어온 엔지니어링 산업정책의 효과가 아직까지 미미한 근본적인 원인을 잘 따져봐야 한다.

고도의 기술집약적 산업이자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산업 위의 산업’으로 불리워 지는 엔지니어링 산업이 우리나라의 신성장동력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서는 정부와 업계의 지속적인 공동 노력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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