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정득 한국가스안전공사 시험검사처 처장

[에너지신문] 지난 1982년 수입자유화 조치로 프랑스 샤포토 에모리사의 쎌틱과 독일 융커스사의 융커스보일러가 국내 처음 수입되면서 국내에도 다수의 유럽 제조사가 진출했다.

수입사들은 초기 가스보일러의 연소기술이나 제품 특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체 품질보다 수익성 높은 제품을 판매했다. 부품과 기술인력도 제대로 갖추지 않아 도시가스 전환에 따른 대응도 미흡했고, 알루미늄주름관 등 배기통에 대한 안전기준도 없어 각종 사고가 빈발했다.

수입사의 한계가 나타날 무렵 국내 제조사들의 제품 개발이 시작됐다. 국내 최초제품은 (주)롯데기공이 1984년 한국가스안전공사로부터 정밀검사(현 설계단계검사)를 받은 것이 효시다. 당시 제조사들은 외국과 기술제휴를 통해 제품을 개발했고, 자체 기술보다 핵심부품을 수입에 의존해 조립하는 수준이었다.

88올림픽을 계기로 가스보일러 수요가 급속히 증가하자 가스보일러 제조업이 신사업으로 인식됐다. 대기업이 시장에 참여했고, 이후 국내 실정에 맞는 구조, 부품, 배기방식 등이 개발돼 국내 시장을 장악하는 단계에 이르렀다. 수입사를 포함해 국내 보일러제조사는 한때 43개사에 이르렀다.

하지만 90년대 국내 보일러 시장은 제조사간 과당경쟁으로 레드오션으로 변했다. 가정용 가스보일러 제조사는 지속적으로 감소, 현재 6개사로 재편됐고 2000년대 이후 보일러 생산대수는 100만대 초반을 유지하고 있다. 정체기에 접어든 국내 온수보일러 시장은 가격경쟁이 심화되면서 제조업체간 저가공략으로 품질과 안전성 역시 발전이 더딘 시기였다.

그러나 2000년대 중반이후 생활수준이 향상되면서 국민 대다수가 보일러를 사용하게 됐고, 변화된 욕구에 걸맞는 기준이 필요해졌다. 세계시장도 EN규격을 중심으로 기술 및 품질이 전이됐고, 능동적 변화를 도모하지 않는 것은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상실할 우려가 있음을 인지하게 됐다.

국내 제조사들은 성장을 위한 방편으로 이미 판매수량이 고착화 된 국내를 벗어나 새로운 시장에서 돌파구를 마련하고자 해외규격을 파악하고 기술개발, 해외정보 수집을 시작하게 됐다. 해외 인증기관을 통한 직접 인증 또는 가스안전공사를 통한 인증을 대행하는 작업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가스안전공사가 주축이 돼 EN규격 도입이 시작됐다. EN으로 부합화 된 기준은 2008년 최초로 제정됐다. 몇 차례 개정 및 유예기간을 거쳐 제품생산은 2013년부터 시작됐다. 국내 생산기반을 최대 시장인 유럽과 규격을 일치시킴으로서 국내시장의 한계를 뛰어 넘고자 하는 최선의 선택이었다.

현재 해외수출은 러시아, 북미로의 수출이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향후 전망도 상당히 밝다. 북미시장은 최근 몇 년간 큰 폭의 증가세가 뚜렷하다. 몇 개의 제조사가 계속 노크중이며 제조사별 판매량에는 차이가 크다.

가스안전공사는 미국 수출을 위해 Intertek과, 유럽의 경우 네덜란드 KIWA, 체코 SZU, 영국의 BSI와 인증시험을 대행하고 있다. 러시아 수출을 용이하게 하기 위해 러시아 국가기관인 Rostest와도 MOU를 맺었다. 국내기업들이 해외수출을 위해 이를 효율으로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20여년간 국내 보일러 제조단가는 일반보일러 50만원, 콘덴싱보일러 70만원선으로 변동이 없었다. 치열한 가격경쟁은 보일러 생산단가를 낮춰 국제 경쟁력을 갖추게 한다. 하지만 저렴한 가격은 기술개발인력, 장비투자를 위한 재원 부족으로 이어지고, 결과적으로는 세계경쟁에서 갖춰야할 고품질, 고효율 제품개발을 방해하는 상황을 만들기도 한다.

유럽의 경우 2015년 9월 26일부터 가스보일러 역시 Eco design이 적용된다. 기준 86% 미만 제품은 유통이 불가능해 진다. 따라서 국내 제조사와 검사기관의 유기적 정보교류도 필요한 상황이다.

국내 제조사들은 이미 EN규격 도입으로 이미 성능 및 가격경쟁력에 있어 세계적 수준에 올라섰다. 수출을 위한 인증경험도 축척돼 정부, 공사, 제조사별 역할이 제대로만 분담된다면 국내 보일러 산업 역시 국가산업발전의 견인차로의 성장도 가능한 상황이 도래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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