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권준범 기자
[에너지신문] 지난 17일 발표된 공공기관 경영평가 결과는 생각보다 큰 후유증을 남겼다.

‘낙제점’인 E를 받은 곳은 물론 한수원을 비롯해 D를 받은 공기업들도 경영진의 무능 또는 실무자들의 나태함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되는 등 내부 분위기가 뒤숭숭한 상황이다.

이러한 와중에 한수원이 경평 결과에 대한 책임을 물어 처장급 간부를 보직 해임하면서 사측과 노조의 갈등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는 모양새다.

노조는 두 차례 성명을 발표하며 조석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의 무능함을 성토했으며, 경영평가 결과의 책임을 직원들에게 전가시키지 말라고 경고했다.

이미 노조의 민주노총 가입 문제로 노사관계가 불편한 상황에서 이번 경영평가 결과는 갈등에 기름을 붓고 있는 꼴이다.

물론 공공기관들에게 경영평가는 매우 중요한 사안이다.

사업성과는 물론 청렴도까지 매년 꼼꼼히 평가해 결과를 발표하기 때문에 대외적 이미지와 함께 정부 부처간 산하 공기업들의 성적 비교를 피할 수 없다.

무엇보다 성적에 따라 기관장의 거취가 좌우되기 때문에 당연히 민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미 평가가 내려진 사안에 대해 노사가 서로의 책임을 주장하며 대립하는 것은 경영평가 D를 받은 것 자체보다 훨씬 더 좋지 않다.

지금은 노조가 머리를 맞대고 내년도 경평 등급을 어떻게 올릴 것인지를 고민해야 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원전 산업은 아직 국민적 공감대가 무르익지 않았고 신규원전 건설, 노후원전 연장 또는 폐로, 사용후핵연료 처리 과정 및 방식 등 민감한 문제도 산적해 있다.

국내 유일, 국내 최대의 원전 사업자인 한수원이 해야 할 일은 너무도 많아 일일이 열거하기도 버겁다.

최근 몇 년간 여러 크고 작은 사건들로 한수원에 대한 국민들의 신뢰가 높지 않은 상황에서, 한수원이 강조하는 것처럼 ‘신뢰받는 글로벌 에너지공기업’이 되기 위해선 지금과 같은 모습을 보여선 안 된다.

노사가 합심해서 국민들에게 원전 안전성에 대한 확신을 줄 수 있어야 한다.

노사가 불협화음으로 일관한다면 정부의 경영평가 성적이 문제가 아니라, 그보다 더 무서운 국민들의 평가에서 ‘최하 등급’을 받을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필요가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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