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현 기자
[에너지신문] 95세의 나이에 임종을 앞둔 아일랜드 극작가 겸 소설가 조지 버나드 쇼는 ‘우물쭈물하다 내 이럴 줄 알았다’라는 묘비명을 직접 남겼다.

이는 머뭇거리지 말고 당장 실천하고 행동하라는 말로 회자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버나드 쇼의 묘비명은 우리네 삶 전반의 망설임과 뒤늦은 대처에 대한 일침을 가하는 함의가 담겨 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 개인이 자신의 결정을 망설인다고 큰 비난을 받는 것은 아니다.그러나 개인이 아닌 공적 분야에서 망설임은 때로는 일을 그르치는 원인이 되기도 한다.

실제 본 기자는 국내 최초 ‘MW급 지열발전 상용화 기술 개발’ 사업인 포항 지열발전 사업의 관리 소홀 등 전반적인 부실 의혹을 제기했다.

이어 성공사업으로 평가받던 일부 과제의 성공여부도 ‘짜 맞추기’식으로 진행됐다는 의혹 역시 이어졌다.

그러나 해명은 없었다. 이번 심부지열 실증화 과제는 지열발전 산업의 핵심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때문에 투명하게 운영돼야 할 국책과제에 뭔가 의혹이 있다면 이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

그러나 이러한 의혹 제기에도 사업을 전담하는 에너지기술평가원은 우왕좌왕 하며 대처법을 고민하는가 싶더니 진행 중인 사업이라는 이유로 미온적 태도로 돌아섰다.

초기에 투명하게 자료를 공개했더라면 제기된 의혹이 말끔히 해소될 수 있었음에도 에너지기술평가원의 이러한 대처법이 오히려 의혹을 증폭시켰다.

결국 망설이다 악수를 둔 꼴이다.

에너지기술평가원은 취재 초기 현장상황을 인지 못했다며 관리 부실을 인정했다.

그러나 의혹이 커지자 모든 사항을 평가위원회에 떠넘기며 책임회피만 하는 모양새다.

일부에서는 이제 새롭게 시도되는 분야에 왜 긁어 부스럼을 만드느냐는 언짢은 목소리도 나온다.

그러나 첫 단추를 바르게 꿰어야 제대로 된 옷을 입을 수 있듯 처음 시도되는 사업 역시 투명성이 전제돼야 한다.

에너지기술평가원은 버나드 쇼의 묘비명처럼 우물쭈물 하다 시기를 놓치기보다 투명한 자료공개를 통해 의혹 해소에 중점을 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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