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경제연구원, 전기차 시장 점진적 성장세 예측

충전 인프라 구축이 전제되지 않고서는 전기차의 보급과 전기차 산업의 발전을 기대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LG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들어 부쩍 증가하고 있는 전기차에 대한 높은 관심과는 달리 전기차 시장은 10년 혹은 20년 이상 걸쳐 점진적인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예측이 지배적이다. 전기차의 성능과 배터리 문제는 지속적인 기술발전으로 경제성과 안정성을 확보해 가고 있지만 충전 인프라 구축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실제로 자동차 업체들의 주도권 경쟁으로 일본 등 일부 국가에서 양산 단계까지 접어든 전기차 시장이지만, 우리 주변에서 전기차는 쉽게 눈에 띄지 않는다.

자동차 산업이 발전하려면 주유 네트워크가 완비되어야 하는 것처럼 전기차 산업의 발전에도 충전 인프라 구축이 필수적인데 현실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안쿠시 오로라 한국GM 부사장은 지난 4월 쉐보레 볼트 시승회에서 “충전 인프라만 갖춰진다면 내일부터라도 당장 볼트를 판매할 수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현재 전기차 시장의 문제점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풀이된다.

충전 인프라 미비로 많은 전문가가 ‘고연비 하이브리드’의 득세를 예상하고 있을 정도로 충전 인프라 구축은 전기차 보급을 앞당기는 열쇠가 될 것이다.

소비자 니즈 반영한 다양한 충전모델 등장

소비자들의 니즈를 반영하여 현재 시장에는 On-site 충전, 배터리 교체, 비접촉식 충전 등 다양한 형태의 충전 모델이 제시되고 있다.

On-site 충전은 충전 장소에 따라 가정용과 공용으로 나뉘며, 충전 시간에 따라 완속 충전과 짧은 시간에 많은 전력을 차량에 공급하는 급속충전 방식으로 구분된다.

가정용 충전은 개인 주택의 차고에서 가정용 전원을 사용하여 충전하며, 아파트 주거 형태가 많은 국내보다 미국 등지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공용충전은 도로 상이나 빌딩, 대형 할인점 등 사람들의 활동이 많은 지역에 스탠드 형태로 설치된 시설을 이용하여 충전하는 모델이다. 아직 충전 표준화 문제가 존재하지만,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는 형태로 가장 일반적인 방법이다. 소비자가 언제 어디서나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On-site 충전 방식 내 여러 모델은 상호 보완하는 형태로 자리 잡을 공산이 크다.

한편, 배터리 교체는 휴대폰 배터리를 바꿔 끼우듯이 자동차의 배터리를 임대 또는 공유하는 방식이다.

미국의 Better Place사가 제안해 적용하는 프로젝트가 2008년 이스라엘에서 첫선을 보였고 올해 5월 본격적인 상용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자동차 제조업체, 서비스 운영회사의 이해관계와 배터리 규격 문제 등 현실적인 어려움은 향후 해결되어야 할 과제다.

비접촉식 충전은 콘센트에 플러그를 꽂는 대신 전자기 유도 현상을 이용한 방법이다. 충전기 쪽의 코일에 전류가 흐르면 자동차 쪽의 코일에서 전류가 생성되는 원리를 응용한 것이다. 최근 닛산, 도요타, GM 등 자동차 제조업체 주도로 실용화에 성공했다. 하지만 설비가 복잡해서 가격이 높고 코일 간 거리가 멀어질수록 효율이 낮아지는 단점이 있어 상용화와는 아직 거리가 있는 상태다.

충전시간은 짧아야

충전 인프라 구축과 관련하여 해결해야 할 과제는 아직도 많다.

충전시간은 적어도 기존 자동차의 주유 서비스에서 느낄 수 있는 편리함을 훼손해서는 안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주행 중에 배터리가 소진돼 길가에서 대여섯 시간을 그냥 기다려야 한다면, 전기차는 오히려 불편한 존재로 전락할 것이다.

현재 기술수준으로 배터리 용량을 20kWh로 봤을 때, On-site 충전이나 배터리 교환은 일반 교류 전원으로 충전 시 5~6시간(220V, 15A 규격 기준), 또는 2~3시간(220V, 30A 규격 기준)이 걸린다. 반면 직류 전원을 이용하는 급속 충전은 15~30분 정도에 충전할 수 있다. 충전소 위치, 목적에 따라 충전 형태가 다르겠지만 충전 시간의 단축은 기존 운전 패턴의 변화를 싫어하는 다수 소비자들을 고려한다면 절대적으로 필요한 기술적 해결 과제이다.

적정 숫자의 충전소와 커버리지 필요

충전 인프라의 구체적인 규모는 지역 특성, 사용자 특성, 인구 및 면적 대비 전기차 보급률 등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결정된다.

전기차 사용자들의 불편을 최소화하면서도 과도하지 않은 충전소 숫자가 어느 정도가 될지 현재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다.

일본 도쿄전력은 전기차 실증사업을 전개하면서 전기차의 이용 행태에 대한 자료를 축적해 왔다.

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충전 인프라가 적을 때에는 사용자의 주행거리가 실제 가능 주행 거리보다 짧았고, 배터리 재충전 이전의 저장 잔량도 50~80% 수준이었다.

하지만 충전 인프라를 확충하고 나서의 양상을 살펴보았더니 전기차의 활동 범위가 훨씬 넓어졌음에도, 재충전 시 배터리 잔량은 10~50% 수준으로 오히려 떨어졌다. 필요할 때 언제라도 충전할 수 있다는 안도감이 전기차의 이용 행태에 큰 영향을 준 실험으로, 충전망이 잘 갖춰져 있다면 전기차 사용자의 심리적 불안감은 줄어드는 것을 알 수 있다. 도쿄전력의 사례는 전기차 보급 초기에 충전 인프라가 전기차 소비를 견인해 나가는 중요한 요소라는 것을 보여 준다.

글로벌 표준화 시급

기술 표준화 문제도 중요하다. 전기차 충전 인프라에 대해 각국별로 콘센트와 플러그 문제 등 다양한 규격이 시도되는 상황이어서 표준화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

현재 미국 중심의 SAE(북미자동차협회), IEEE(미국전기전자학회), UL(미국비영리안전·시험인증기관)와 유럽의 IEC(국제전기표준회의), 일본의 JEVS(일본전기차협회 규격) 등에서 서로 다른 형태의 규격이 제시된 상황이다.

표준화는 다수 업체의 관계나 경쟁, 자국산업 육성 등 지역별, 기업별 이해관계가 복잡하기 때문에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이다. 하지만 충전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에서 호환성마저 충족되지 않는다면 전기차 사용자들에게 더 큰 불편을 초래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 밖에 과금 문제도 걸림돌이다. 가정용 충전의 경우 현재 누진제의 요금 체계 부담을 줄여주고, 자기 집이 아닌 곳에서 충전할 경우에는 새로운 과금체계가 필요하다. 사용자 입장에서 합리적인 사용료와 편리하고 안전한 결제 시스템 구축 등의 문제 해결이 필요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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