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재기 해외자원개발협회 상근부회장

▲ 송재기 해외자원개발협회 상근부회장

[에너지신문] 해외자원개발사업은 성공할 경우에는 많은 수익을 거둘 수 있으나 성공 확률이 10~15% 수준 밖에 되지 않는다. 게다가 탐사부터 생산까지 평균 10년 이상의 긴 시간이 소요되고 대규모의 자금이 투입되는 사업이다.

우리나라도 이제는 경제대국의 반열에 올라서 큰 규모의 투자도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유독 해외자원개발사업만은 아직도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글로벌 자원개발 기업과 비교했을 때 규모나 인력, 노하우 등에서 매우 뒤쳐져 있는 우리나라의 해외자원개발 기업들은 가장 경쟁력을 가진 민간 기업조차 세계에서 70위권 밖에 되지 않는다.

우리나라의 해외자원개발산업을 육성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투자를 유인하는 마중물이 필요하다.

지금은 쉽게 찾아볼 수 없지만 70~8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많은 가정집에서 수도 대신 지하수를 퍼 올리는 펌프를 사용했다. 펌프에서 물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먼저 물을 한 바가지 붓고 펌프질을 해야만 한다. 이 때 넣는 물을 마중하기 위한 물이라고 해서 ‘마중물’이라고 불렀다.

해외자원개발에 있어서 마중물 역할을 하는 제도가 성공불융자이다. 성공불융자란 정부가 해외자원개발 기업의 투자 위험을 일부 부담해주는 제도로 국가가 해외자원개발의 필요성을 절실히 체감하면서 1984년에 도입해 시행해왔다.

정부는 성공률이 가장 낮은 탐사사업에 한해 자금의 일부를 융자해주되, 사업이 실패할 경우에는 심의를 거쳐 융자금을 감면해주고 반대로 성공할 경우에는 원리금과 함께 특별부담금을 징수하는 성공불융자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최근 성공불융자금은 눈먼 돈이고, 종종 기업이 다른 용도로 사용할 수 있으며, 관리도 허술하게 이뤄지고 있다는 오해들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성공불융자의 구조와 집행 절차를 알면 그렇게 생각할 수 없을 것이다.

성공불융자는 한국지질자원연구원과 같은 자원개발 전문기관의 심사와 융자심의회의 심의, 정부의 융자 승인, 융자업무 대행기관의 대출관리 순으로 진행되며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융자심의회의 심의와 정부의 승인을 얻었다하더라도 기업이 자체적으로 선집행한 사업비에 대해 융자금을 분할 대출하는 ‘선집행 후융자’ 방식을 채택하고 있기 때문에 자금집행에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지난해부터 시작된 유가의 급격한 하락으로 글로벌 자원개발 기업들의 투자심리는 매우 얼어붙어있다. 글로벌 컨설팅 기관 우드매킨지는 2015년 자원개발 자본투자 규모를 지난해 대비 25% 하락한 220억달러에 머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자원개발 메이저 기업들은 호시탐탐 자원 투자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경쟁 상대들이 약해진 지금이야 말로 보다 유리한 조건으로 자산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예로 세계적인 정유회사 로얄더치셸(Royal Dutsch Shell)은 최근 영국 에너지 기업인 BG그룹을 470억파운드에 매수하기로 했다. 세계 2위 원유업체와 세계 3위 천연가스 업체의 만남으로 이들은 확정매장량 25%, 생산 능력 20% 증가를 기대 할 수 있게 됐고 세계 최대 LNG 기업의 위치를 공고히 하게 됐다.

이럴 때 일수록 정부가 우리 기업들에게 힘을 실어줘야 하는데 현재는 그 반대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정부가 공기업의 자산 구조조정을 요구하거나 내년도 해외자원개발 예산 삭감을 검토하고 있다는 등의 언론 보도가 우리 기업의 의욕을 저하시키는 것 같아 매우 안타깝다.

해외자원개발이 우리나라의 모든 산업에 필요한 에너지자원을 확보하기 위해서 꼭 필요한 사업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해외자원개발사업의 성공을 위해서는 단기간의 사업성과를 평가하기 보다는 해외자원개발 정책을 일관되게 추진해야 한다. 그리고 공기업과 민간기업이 협력해 해외자원개발사업을 활성화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성공불융자’라는 마중물을 통해 지속적으로 지원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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