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재생에너지 육성에 180억유로 투입
이태리, 보조금 삭감 결정에도 관심 여전해

세계 신재생에너지시장은 날이 갈수록 거대해지고 있다. 특히 최근 원자력발전의 안전 문제가 제기되면서 태양광과 풍력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전통적 신재생에너지 수요처인 유럽과 신흥 시장으로 급부상한 미국, 후쿠시마 원전 사태 이후 신재생에너지의 중요성을 실감한 일본 등 최근 신재새에너지는 ‘글로벌 트랜드’화 되고 있다.

본지에서는 스페인, 이태리, 미국, 일본의 최근 동향을 통해 세계 신재생에너지의 최근 트랜드를 파악·점검해 보고자 한다. - 편집자 주

많은 전문가들은 올해 신재생에너지 시장이 지난해만큼 큰 폭으로 성장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주된 이유로는 독일, 이태리, 프랑스 등 유럽 국가들이 올해 발전차액지원(FIT)을 대폭 축소할 것이라고 밝힌 것과 함께 지난해 폭발적 성장과 더불어 올해는 공급과잉에 의한 기업간 출혈경쟁의 피해가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이태리 등은 이미 태양광발전에 적용되는 발전차액지원을 축소하는 내용의 초안을 발표한 상태이며 중국의 경우 폴리실리콘, 풍력발전기 분야에 경쟁력이 검증되지 않은 기업들이 대거 진출하면서 공급과잉 상태가 발생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후쿠시마 원전 사태를 계기로 세계 각국에서 원자력에 대한 재검토가 이뤄지고 있으며 이에 따라 반사적으로 태양광과 풍력 등 신재생에너지 발전원에 대한 수요가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물론 이는 중장기적 관점으로 올해 세계 태양광시장의 경우 20GW규모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지난해보다는 낮아질 것이란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모든 성장산업은 계속 수직상승 하기보다는 일정 주기로 하향곡선을 그릴 때가 있다”며 “특히 태양광의 경우 올해는 ‘숨고르기’에 들어가 성장폭이 지난해보다 떨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재생에너지분야에서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는 유럽 시장은 일부 국가의 보조금 삭감 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매력적인 시장으로 자리잡고 있다.

▲풍력산업에 눈 뜬 스페인

유럽 신재생에너지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국가 중 하나가 스페인이다. 2000년대에 들어서면서 본격적인 재생에너지 육성에 나선 스페인은 총 전력생산 중 재생에너지 비중이 32%에 달하고 있다(2010년 기준).

2010년도 스페인의 종류별 전력발전 비율(자료: KOTRA)

스페인은 ‘태양의 나라’라는 별칭에 걸맞게 태양광에 대한 집중 투자를 통해 지난해 누적 발전용량 3784MW로 세계 2위를 차지했다. 풍력 또한 누적 발전량이 2만MW를 돌파해 세계 4위를 기록하고 있다.

2009년 글로벌 경기침체로 성장세가 잠시 주춤했지만 Gamesa(풍력 터빈시장 세계 6위) 등 자국 기업들이 활발한 해외진출로 높은 인지도를 구축했다.

Gamesa 외에도 Abengoa사는 지난해 미 애리조나에 250MW에 달하는 세계 최대규모의 태양열 발전단지 건설에 착수했으며 Iberdrola Renovable사가 지난해 총 39개의 신규 풍력단지(1780MW)를 설치하는 등 스페인 재생에너지 기업들은 세계시장에 이름을 떨치고 있다.

스페인 정부는 2020년까지 재생에너지 비중을 약 60%까지 확대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2012~20 에너지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스페인은 이를 위해 총 180억유로의 지원금을 투입할 계획이다.

이러한 재생에너지 확대정책에 따라 원자력 및 석탄 등 화석연료는 점차 축소시킬 방침이다. 2020년까지 석탄화력은 34%, 원자력은 6%를 각각 감축한다.

최근 스페인은 풍력발전에 많은 힘을 실어주고 있다. 2020년 스페인의 풍력발전량은 3만4320MW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전체 에너지 비중의 28%를 풍력이 담당하게 되는 것이다.

스페인이 풍력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다른 재생에너지원보다 경제적인 파급효과가 크기 대문이라는 분석이다. 풍력산업 촉진에 따른 내수시장의 확대는 기업 육성으로 이어져 고용창출과 수출 증대 효과가 크다는 것.
 
특히 최근에는 발전량 대비 투자비용이 낮아져 초기 투자비 회수 시기가 앞당겨진 점도 매력적이다.

경기침체로 신규 발전량이 크게 줄었던 풍력산업이 활기를 띌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관련 수요 또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스페인 정부는 재생에너지 발전량 증가에 따라 에너지 수입량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에너지 수입 감소로 2018년까지 재생에너지 지원금 전액을 회수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태리, 6월부터 보조금 삭감 확정

독일, 스페인에 이어 새로운 태양광 수요처로 각광받고 있는 이태리는 태양광에 대한 보조금을 축소한다는 내용의 ‘제4차 발전차액지원제도 초안’을 발표했다.

이 안에 따르면 200kW 미만의 소형 발전시설은 1~3%로 소폭 삭감되지만 발전량이 클수록 삭감 규모가 커진다.

6월부터 매달 조금씩 축소돼 12월 말까지 약 25%가 삭감될 예정이다. 내년도 보조금은 2010년대비 60% 감소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올해까지는 8000MW 설치량을 기준으로 35억유로의 보조금이 지급될 것으로 보이며 2016년 말까지 2만3000MW 설치량 기준으로 60~70유로의 보조금이 지급될 전망이다. 이번에 발표된 초안은 의회 통과를 거쳐 6월부터 정식 발효될 전망이다.

이태리 정부는 2018년까지 Grid Parity가 도래할 것으로 보고 이후 보조금 지원을 중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인 투자자들은 신규 FIT에 대한 수정 및 FIT 축소에 대비한 투자자 보호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이러한 주장에 따라 최근 이태리 환경부와 경제개발부가 전력망 연결시점에서 인센티브를 적용하고 전력망 연결이 지연될 경우 태양광발전소 소유주에 대한 보상안을 제시하는 내용의 합의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원자력 발전시설이 없는 이태리는 정부 차원에서 원전 건설을 적극 추진해왔으나 후쿠시마 사태를 계기로 이를 무기한 보류하기로 해 발전차액 삭감에도 불구하고 재생에너지에 대한 기대치는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새로운 유망 시장 미국

정부 주도로 신재생에너지를 적극 육성하고 있는 미국은 다양한 지원 계획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최근 미 에너지부(DOE)는 다양한 신재생에너지원에 자금을 지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먼저 태양광분야에서는 △셀 효율 개선 △새로운 시스템 기술 개발 △태양광 그리드 통합 시스템 개선 △새로운 태양광 소재 및 공정 조사 등 4개 부문의 R&D에 3년간 1억7000만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다.

또 켈리포니아 남부에 세계 최대규모의 태양광 발전소(484MW)를 건설하는 솔라트러스트 아메리카에 21억달러를 지급 보증하기로 했다.

최근 미국 내무부는 메사추세츠에 대규모 해상풍력발전단지를 건설하는 ‘케이프윈드에너지 프로젝트’를 승인했다.


이 프로젝트는 지멘스가 3.6MW급 풍력발전기 130개를 설치하는 내용의 세계 최대 규모 해상풍력 프로젝트로 2001년 첫 추진됐으나 환경 문제 등으로 허가가 미뤄져 왔다.

이번 승인에 따라 미국은 해상풍력단지 조성에 큰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향후 다른 지역에서도 해상풍력 프로젝트가 활발히 추진될 것으로 기대된다.

미국은 태양광과 풍력뿐만 아니라 수력, 바이오, 태양열발전 등 다양한 재생에너지원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소수력발전 △재래식 수력을 위한 환경영향 완화기술 △양수식 발전 △재래식 수력시스템 개선 실험 등 4개 R&D 프로젝트에 2660만 달러를 지원할 계획이며 2009년 설립된 ARPA-E(미 에너지첨단연구 프로젝트 사무국)을 통해 △바이오연료 생산단가 절감 △태양열에너지 저장기술 △태양광·풍력의 중점 스마트그리드 기술 개발 등에 총 1억3000만달러를 지원할 예정이다.

▲일본, 지진 이후 소수력(小水力) 관심

후쿠시마 사태 이후 일본은 재생에너지에 대한 중요성을 실감했다. 특히 잦은 지진 등으로 대규모 발전시설 설치 여건이 좋지 못한 일본에서는 가정이나 건물에서 사용할 수 있는 소규모 재생에너지원에 대한 관심이 증가하고 있다.

이를 반영하듯 최근에는 일본의 주요 재생에너지원인 태양광뿐만 아니라 수차를 이용한 소(小)수력발전이 늘고 있는 추세다.

댐을 건설해 물을 저장하는 등 인공적인 수력이 아닌 자연적으로 흐르는 하천이나 용수로의 흐름을 이용하는 발전 방식으로 1000kW 이하의 소형 발전시설이다.

소수력발전은 태양광과 풍력에 비해 설치 가능한 위치에 제한이 있지만 비용이 거의 들지 않는 경제성과 규모는 작지만 지속적·안정적인 발전이 가능하다. 특히 별도의 넓은 부지가 필요하지 않다는 것이 장점으로 일본 전역에 500개소의 시설이 가동 중이다.

도야마 현 등 일부 지자체에서는 시민 출자펀드 등을 조성해 소수력 발전소를 건설하려는 프로젝트도 추진 중에 있다.

일본 환경부가 지난 1월 발표한 ‘재생에너지 도입 가능성 맵’에 따르면 일본 국내 하천을 통해 1400만kW, 농업용수로 30만kW의 발전 잠재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특히 대지진이 발생했던 동북 지방의 잠재력이 높은 것으로 평가돼 개발이 진행되면 피해 지역 재건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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