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창형 신재생에너지협회 상근 부회장

▲ 박창형 신재생에너지협회 상근 부회장
[에너지신문] 유가가 작년 7월 이후 반토막으로 추락하면서 장기간 유지되었던 고유가 시대가 종말을 고하며 저유가 시대를 예고하고 있다.

에너지에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러시아 경제를 약화시키거나 작년부터 에너지 시장에 바람을 몰고 온 셰일가스의 생산기반 흔들기라는 설도 제기되고 있으나, 근본적으로 수요 정체와 공급 과잉이 작용해 저유가가 장기간 지속되리라는 것이 지배적인 견해이다.

유가가 하락하면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저해한다고 주장하지만 그렇지 않다. 지난 2월 세계 최고의 경제분석 전문기관인 블룸버그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가 대부분 발전용이므로 석유와는 경쟁관계가 아니고 오히려 석탄, 원자력, 천연가스의 가격에 영향을 받고 있으며, 신재생에너지의 진정한 위협은 폭락한 원유가 아니라 저렴한 전기료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와 함께 IEA(국내에너지기구)는 작년 초 두 가지 의미 있는 발표를 했다. 첫째는 2013년 세계의 발전 투자 중 신재생에너지 투자가 최초로 화석연료나 원전을 합친 투자를 누르고 앞섰다는 점이며,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최초로 신재생에너지가 에너지 효율보다 앞서 가장 유효한 수단으로 부상했다는 분석은 향후 신재생에너지가 가장 중요한 에너지원으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감히 예측할 수 있다.

실제로 세계 신재생에너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2013년 태양광, 풍력의 신규 설비용량만 보더라도 약 80GW가 설치돼 국내 발전용량과 맞먹고 있으며, 이러한 현상은 매년 10%이상 신장할 것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신재생에너지 보급량이 OECD국가 중 꼴찌라는 오명을 안고 있는 우리의 현실에서 너무 빈약한 성적표를 반성해야 한다. EU 30여개국은 불과 5년 뒤인 2020년에 현재 총에너지 중 신재생에너지 비중이 10%대에서 20%로 끌어 올리겠다며 의무 이행을 촉구하는 마당에 우리는 현재 1%대에 머물고 있고 2035년에 11% 목표치를 세우고 있을 뿐이다.

에너지 해외의존도 97%는 20여년간 변하지 않는 에너지 지표로서 전형적인 에너지 빈국에서 탈피하려는 의지를 엿볼 수 없다. 작년 초 확정된 국가에너지 기본계획만 하더라도 그간의 에너지 수요 불안을 대비한 공급 위주의 정책에서 수요관리를 강화한다는 점을 부가하였을 뿐, 신재생에너지의 시장 확대를 통해 에너지 자급률을 높이겠다는 의욕은 너무 빈약하다.

국내 총수입의 1/3을 차지하는 에너지는 수출 산업재와는 달리 부가가치가 적고 소모성 재화이므로 이를 줄여나가는 것은 제조업 수출 중심의 우리 경제에 반드시 시정해야할 필연적 과제인데도 말이다.

우리 신재생에너지 산업이 구조적으로 크게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를 몇 가지 들 수 있다.

첫째, 전력 요금이 너무 싼 데에 기인한다. OECD국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전기료는 화석연료에 비해 가격경쟁력이 떨어지는 신재생에너지가 시장에 진출하는데 걸림돌이 되고 있다. 10년 이상 머물고 있는 전기료는 산업 경쟁력을 키우는 요인이기도 하고 소비자 물가 상승을 억제한다는 사회ㆍ정치적 배려이기도 하지만, 지나치게 저렴한 전기료는 에너지 믹스를 왜곡시키고 과소비를 부추긴다.

불과 7~8년전에 우리는 가게나 건물 등에서 흔히 석유 곤로를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전기 기기가 대세이고 심지어는 취사용 가스도 전기로 대체할 정도로 온통 전기 사용 일색이다. 전기의 원가가 100원 이라면 90원에 파는 격이라서 이는 불균형한 에너지 소비구조를 심화시킬 뿐 아니라 과소비를 부추기는 등 정상적인 에너지 산업의 발전을 저해하는 것은 자명하다.

이에 더해 원전에 대한 경제성 논리나 수급안정 논리에 매몰되어 원전에 대해 관대한 것도 문제이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일본과 독일 등 서방국가들 대부분이 원전 제로를 선언하는 마당에 우리는 원전이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세계 2위로 30% 가까이 이르고 있고, 세계에서 가장 호전적인 북한과 대치하고 있을 뿐 아니라 불순세력이 주요 공격 타켓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자연재해를 거론하지 않더라도 항상 위협은 상존해 있다.

그런 데에도 원전의 불가피성만을 강조하면서 가장 값싼 에너지로 홍보하고 있다. 일본이나 유럽 등 보고서에는 이미 석탄 화력의 발전단가를 상회한다고 여기고 있을 뿐 아니라 저ㆍ중ㆍ고준위 폐기물에 대한 대책도 마땅치 않고 수명이 다한 원전의 해체 기술도 확보되지 않은 상황에서 원전 비중이 너무 높은 것은 이해할 수 없다.

아무리 안전을 철저히 지켜도 만의 하나라도 원전 사고가 날 경우 세계에서 가장 원전 밀집도가 높은 우리에게 심대한 인명 피해 뿐 아니라 생태계 전반의 재앙을 불러와 수 백년 동안 한반도 전체의 존재가 사라지기 때문이다.

또 하나 신재생에너지 발전을 가로막는 우리만의 복병이 있다. 신재생에너지에 대해 환경부가 세계 유례없는 과도한 규제로 딴지를 걸고 있다. 작년에 조력발전의 세계적인 천혜 입지인 가로림 조력이 무산되면서 수 천억원의 손실을 보았으며, 특히 육상풍력 발전에 대해 작년 일부 완화 조치가 있었지만 55개 단지 중 50여개 단지가 묶이면서 공중에 붕 떠있다.

이로 인해 국내 유수의 삼성, 현대, 대우, STX, 두산 등 중공업사와 조선사 등 13개 제조사가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여기며 뛰어 들었으나 현재 1개사만 남아있어 그간 수 조원의 투자가 사장된 참담한 현실이다.

환경부는 금년 초 탄소세 배출권 거래제를 전격 시행하면서 온실가스 감축을 최고 국정과제로 표방하며 밀어 붙이고 있지만, 정작 온실가스 감축에 가장 강력한 수단은 철저하게 유린당하고 있는 셈이다.

여하튼 신재생에너지를 이렇게 무시하고 홀대해서는 밝은 에너지 미래를 기약할 수 없다.
전문가들도 에너지산업의 발전을 어설프게 떠들어 댈 것이 아니라 무엇이 진정으로 필요한 지를 고민하며 에너지산업을 후대에 건전하게 물려 줄 수 있도록 전면적인 반성과 사고의 전환이 필요한 대목이다.

저유가 시대일수록 이 문제는 다시 펼쳐 놓고 에너지산업의 전반적인 틀을 바꾸어야 할 좋은 기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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