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승현 기자
[에너지신문] 아킬레스와 거북이가 경주를 하면 누가 이길까? 아킬레스는 거북이보다 10배 빠르고, 거북이는 출발점과 결승점의 중간에서부터 출발할 때, 아킬레스는 거북이를 이길 수 있을까?

고대 그리스에서 제논 이라는 철학자는 ‘아킬레스의 역설’을 통해 10배 빠른 아킬레스가 경주에서 절대 거북이를 이길 수 없다는 논리를 폈다.

즉 100m의 중간은 50m이고, 아킬레스가 50m를 가는 동안 거북이는 5m를 더 간다. 다시 아킬레스가 따라잡기 위해 5m를 뛰지만, 그 사이 거북이는 쉬지 않고 0.5m를 더 나아간다. 이 같은 논리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반복되며 아킬레스는 젖먹던 힘을 다해 뛰어도 절대로 거북이를 앞지를 수 없게 된다. 생각해보면 헛웃음이 나오는 논리다.

그러나 현재 우리의 태양광제조 산업이 수 천년 전 아킬레스를 닮아있어 결코 웃을 수만은 없다. 최악의 상황을 걷는 국내 태양광산업은 투자도, 개발도 없이 국제적 환경과 정부정책의 폐해만을 탓하며 계속된 침체기를 지속하고 있다. 황금 알이라는 거북이를 따라가고 있지만 결코 따라갈 수 없는 아킬레스의 늪에 빠져 아직도 허우적 거리고 있다.

처음부터 이런 상황은 아니었다. 글로벌 경제위기 전 국내 태양광산업은 정부의 활성화 대책에 맞춰 10년의 투자를 이어 왔다. 그 결과 모듈의 경우 글로벌 시장에서 우수성을 인정받으며 성공적인 안착을 이뤄냈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였다. 글로벌 경제위기와 유가하락, 태양광 폴리실리콘, 잉곳 등의 가격하락이 이어지자 모든 투자는 멈춰 버렸고 마지노선인 정부지원까지 주춤해지며 대기업들은 하나 둘 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는 모양새다.

젖먹던 힘을 다해 뛰어도 40년 이상의 노하우를 갖고 있는 신재생 선진국을 따라가기 벅찬 상황임에도 우리는 경제성의 논리에 함몰돼 제자리걸음만 계속하고 있다.

이제 어둠의 긴 터널을 지나 다시 태양광시장이 부흥의 날개 짓을 하고 있다. 우리 태양광 제조사업 역시 그 부흥에 편승해야 한다.

이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나? 답은 하나다. 미래에 투자하고 따라잡지 못하더라도 젖먹던 힘을 다해 달리는 아킬레스의 정신이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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