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규 에너지경제연구원 해외정보분석실장

[에너지신문] 지난 2012년 제23차 에너지헌장조약(ECT, Energy Charter Treaty) 총회에서 52개 회원국 대표들은 ECT의 모태가 되는 유럽에너지헌장(EEC, European Energy Charter)을 새롭게 국제에너지헌장(IEC, International Energy Charter)으로 확대 개편하기로 합의했다. 오는 5월 말 창립총회가 예정되어 있으며, 지난 1월 초에 정관 초안과 참가협조 공문이 세계 각국 정부들로 보내졌다.

ECT 사무국은 옵서버 자격으로 참가하고 있는 국가들, 특히 우리나라를 포함해서 중국과 중동·아프리카·중남미 산유국들을 대상으로 IEC 창립총회 참석을 촉구하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사무국은 중국 정부를 대상으로 많은 공을 들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중국내 및 외국 전문가들은 중국의 가입 가능성을 낮게 보는 편이다. 반면에 중동 및 아프리카 산유국들의 가입 가능성은 이들 국가의 유럽 에너지 시장에 대한 의존도가 점차 증대되고 있기 때문에 높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럽에너지헌장(EEC)는 소연방 붕괴 직후인 1991년에 구소련 국가들의 에너지 자원과 서유럽의 자본·기술을 융합시켜 역내 에너지 공급 안보를 증진시킬 목적으로 설립되었고, 이를 기반으로 법적인 강제력을 갖는 ECT가 1994년에 설립되었다. 그래서 ECT는 에너지 시장의 개방과 효율화, 민간투자자에게 우호적인 투자환경 조성, 참여국간의 차별 철폐, 환경보호 및 에너지효율 개선 등을 위한 법적인 다자협력 틀을 제공하는데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자원부존·수출국 입장에서 선진 외국기업에게 자국 산업과 시장을 개방하는 것은 국가경제 차원에서 손해가 될 수 있다. 그래서 에너지 공급국인 러시아, 노르웨이, 미국 등 주요 에너지 생산국들은 ECT에 가입하지 않고 있다.

또한, 1990년대 탈냉전시대에 출범한 EEC는 2000년대 아랍의 봄, 유가 급등, 셰일혁명 등 급변하는 글로벌 에너지 이슈들을 신속하며 효과적으로 논의·대처하는데 커다란 한계를 보였다.

그리고 ECT는 WTO의 주요 규범들을 에너지 부문에 도입하려고 하지만, WTO 내에서 모든 에너지 제품, 특히 전력 교역이 상품 교역에 관한 WTO 규범의 적용을 받는지에 대해 논쟁의 여지가 있다. 전력이 서비스가 아니라 상품인지에 대해서는 아직도 국가간 의견이 분분하다.

WTO 협상에서 에너지 부문의 서비스 협상이 타결될 경우, ECT 역시 WTO에서 채택될 에너지 서비스 교역에 관한 협정 내용을 도입할 가능성은 높다. 따라서 WTO 에너지 서비스 협상 내용을 더욱 주시할 필요가 있다.

이런 상황에서 IEC의 출범은 유럽과 구소련 국가들로 한정되어 있는 EEC 및 ECT의 회원국을 전세계 국가로 확대하고, 협력 이슈를 글로벌 차원에서 에너지 소비국과 생산국 모두가 원하는 방향으로 설정·논의할 수 있다는데 그 의미를 두고 있다.

IEC는 EEC와 마찬가지로 합의된 사항에 대해 법적인 구속력을 갖지 않지만, ECT의 규정은 회원국에 대해 구속력을 갖는다. IEC에 가입했다고 해서 반드시 ECT에 가입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ECT에 가입하기 위해서는 먼저 IEC에 가입해야 된다. ECT 사무국은 보다 많은 국가들을 IEC 회원국으로 받아들이고, 이를 기반으로 ECT 회원국을 늘리려고 한다.

향후 IEC/ECT 체제가 출범한다고 해도 기존의 ECT 한계는 한 동안 크게 개선되지 않고 그대로 남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IEC가 에너지 생산국들의 이해를 충분히 수용할 수 있는 기반과 여건을 갖추게 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한편, 동북아지역에서도 현재 다양한 다자 에너지 사업들이 계획·추진되고 있는데, 안정적인 에너지 수송과 투자 안정성을 확보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들을 갖고 있다.

이를 해결하는데 있어서 IEC와 ECT는 유용한 정보와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장기적으로 동북아 지역에서도 EEC와 ECT와 같은 에너지 분야에서의 지역 다자협의체 구축 및 법적 구속력을 갖춘 협약들이 필요할 것으로 사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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