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섭 前 SK기술원장(현 SK이노베이션 고문)

[에너지신문] 세월호 사고를 계기로 안전에 대한 경각심이 한층 더 높아졌지만 사고는 계속 일어나고 있다.

삼풍백화점과 성수대교의 붕괴사고, 대구 지하철 사고 등 이전의 대형사고에서 얻은 교훈들은 이미 대중의 기억에서 잊혀졌다. 하지만 사고 후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불평과 원망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무엇이 문제일까?

‘운전중 신호등에 빨간 불이 켜져 있는데도 무시하고 직진한 적이 있는가?’, 또는 ‘보행자로서 차가 보이지 않는다고 적신호를 무시하고 건널목을 건넌 적이 있는가?’ 이 두 질문에 하나라도 “예”라고 대답했다면 우리는 위의 사고와 앞으로 일어날 사고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안전에 영향을 미치는 주된 요소는 △주위 환경 △개인의 자세 △행동 양식의 3가지로 요약 할 수 있다.

최근 우리 주위에서 발생하고 있는 수많은 안전사고와 그 분석들을 듣고, 보면서 이러한 사고의 원인을 인재 또는 제도적 잘못으로 탓하는 경향을 수차례 보아 왔다.

사고는 여러 악조건들이 겹쳐서 일어나거나 또는 하나의 악재가 기폭제가 돼 잠재된 악재들이 연쇄적으로 반응해 전체적인 시스템을 파괴하면서 발생한다. 다시 말하면 연쇄적인 조건 중에서 하나라도 제대로 방비했다면 그러한 사고는 발생하지 않을 수 있다는 말이 된다.

남의 탓이나 제도적 장치를 말하기 전에 우리의 행동과 안전에 대한 올바른 문화를 만들어 갈 때다. 이를 위해 두 가지 실천방안을 이 글을 통해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안전에 대한 핵심은 안전 우선순위(priority)가 아니라 가치관(value)으로 정립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간단한 비유로 우선순위와 가치의 차이를 설명해보자. 직장인은 아침에 일어나면 식사, 양치, 세수하고 옷 갈아입고 직장으로 향한다.

이는 매일 아침마다 반복되는 일상의 순서이다. 그러나 어느 날 늦잠을 자게 돼 시간이 촉박해지면 이 과정 중 일부는 생략 된다. 정시 출근이 아침식사보다 우선순위라고 생각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무리 바빠도 반드시 지키는 한 가지가 있다. 잠옷을 출근에 맞는 복장으로 갈아 입는다는 점이다.

우선순위에 속한 사항들은 그보다 더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일이 발생하면 그 자리를 양보한다. 그러나 가치에 속하는 사안은 생략하기 무척 어려워진다. 안전이 우선순위로 남아있지 않는다면 기업이나 일상에서 사고의 위험도는 자연 높아진다.

둘째, 능동적 상호 보살핌(active caring)의 안전 문화를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건장제일, 안전제일이라고 말하면서도 의도적이든 무의식적이든 안전과 건강을 해치는 행동들을 수없이 반복한다.

상호 보살핌이란 우리 주위의 환경을 보다 안전한 장소로 만들기 위해 서로의 안전 의식을 계속 점검하고 긍정적으로 보완 해 주는 것이다.

안전혁신 문화정착을 위해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고도 여겨지는 이것의 정점은 내가 내 주위의 이웃이나 동료의 안전하지 못한 행위나 위험 가능 요소를 발견하였을 경우 그냥 지나치지 않고 사전에 비난의 대상으로서가 아니라 보살핌(care)의 대상으로 지적 해 주는 것이다. 또 이때 상대편은 깨우쳐 주셔서 고맙다고 받아들이며 긍정적으로 시정하는 행위이다.

글로벌 기업인들과 자주 만나다보면 이러한 active care가 체화되어 있다는 것을 느낀다. 차에 동승을 하면 자연스럽게 “모두 안전벨트를 착용하세요”라고 웃으면서 권한다. 그리고 모두가 안전벨트를 착용한 것을 확인 후에 차를 출발시키는 상황을 접할 수 있다.

최근 미국 기업의 임원과 저녁식사 약속이 있었다. 주차장에서 이들 부부를 만났는데 같이 식당까지 들어오면서 나에게 해 준 말들이 생각난다. ‘길이 좀 어둡습니다. 바로 앞에 작은 계단이 있으니 조심하세요.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인데 손잡이 레일을 잡고 가시는 것이 안전 할 것입니다’

사고의 잠재성은 우리 주위에 항상 존재한다. 이제 좀더 성숙한 안전문화의식을 통해 사고 빈도와 크기를 우리도 줄여 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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