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찬호 GS칼텍스 (주)안전진단팀장

[에너지신문] 세월호 사고의 결과로 진통 끝에 정부조직법이 국회를 통과해 국민안전처를 공식 출범시켰지만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을 혁파하기는 아직도 시간이 필요한 듯하다.

산업현장도 이 상황은 다르지 않다. 부끄럽게도 산업계의 산재사망률은 OECD국가 중 최고 수준이다. 2012년 구미 불산사고 이후 화학업종에서는 자발적인 안전강화활동을 꾸준히 실시해 왔다.

화학업종 대기업 CEO간담회 등을 통해 안전 리더십을 강조하고, 안전에 대한 과감한 투자와 사업장 개선을 위한 노력을 경주했다. 각 기업에서는 안전조직을 강화했고, 안전 전문인력을 확충하는 한편 구성원들의 안전의식 함양과 함께 올바른 안전문화로 이끌어 가기 위한 개선 활동에 많은 고민을 해왔다.

일반적으로 화학공장은 설계, 시공, 시운전, 상업운전, 유지관리를 위한 정기점검과, 생산효율 또는 안전한 운전을 위한 설비 변경 및 증설 등 일련의 Life Cycle로 구분해 설명할 수 있다. 각 단계에 상존하는 위험성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관리해야 하는가가 화학공장에서의 안전관리 영역인 셈이다.

이러한 활동은 주로 공장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국내에서는 산업안전보건법 등 안전관련 법규를 통해 공장 내 안전조직을 구성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장 자체조직으로 구성된 안전조직의 역할을 아무리 충실한다해도 사업장에서 이루어지는 각 활동 단계에서 위험성을 충분히 평가하고 관리할 수 있는가 하는 문제는 여전히 의문이다. 소위 안전관리(경영)시스템으로 일컫는 일련의 시스템적인 접근에서 현장 안전관리활동이 아무리 잘 이루어진다 해도 사업장과 별도로 회사 내 독립적인 전문가 또는 조직에 의한 안전진단(감사) 활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그 이유는 각 사업장은 자체 관리시스템 내에서 위험관리가 충분하게 이루어지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회사 내 사업장의 조직과 별도 독립적인 전문조직의 안전감사 활동이 필요하다.

이러한 전문조직은 제3의 입장에서 각 단계별 위험성평가와 활동의 문제점을 분석해 위험성을 또 다른 각도에서 확인하고 조치하는 예방활동을 수행할 수 있다. 따라서 고도화, 대형화된 현대 산업구조에서 절실히 필요한 중요한 안전관리 활동인 셈이다. 현재 GS칼텍스는 본사내 별도 안전진단팀을 구성, 활동하고 있으며 이러한 활동의 효과를 검증하고 있다. 독립적인 안전진단팀 구성은 각 분야의 전문가로 구성돼야 한다.

최근 몇몇 화학회사를 중심으로 별도 안전조직을 구성, 독립적으로 각 사업장의 안전관리 활동을 전문적이고 객관적으로 평가하는 곳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 부문에서 일정한 전문 인력 규모와 자격 조건을 갖춘 회사는 정부가 독립적인 안전감사 Certification을 부여해 독립적인 활동을 보장할 필요가 있다. 자체 활동보고서를 제출해 정부의 관리감독을 완화해 줌으로써 기업 스스로에 의한 안전관리를 보다 책임감 있게 수행할 수 있도록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이는 궁극적으로 민간 자율 안전관리 활동을 활성화함으로써 고용효과를 증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업 스스로 안전 전문성을 향상시킬 수 있다. 또 정부 역시 산재예방활동을 보다 취약한 곳에 집중할 수 있으며 자원을 효율적으로 분배하는 효과도 가져올 것이라 기대한다.

고용노동부에서는 이미 산업안전지도사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 그러나 인력은 여전히 턱없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현직에 있는 산업안전지도사는 현행법에서 독립적인 활동을 할수 없기 때문에 산업안전지도사가 속해 있는 소속 회사나 자회사에 대해서는 자체 안전전문지도를 할수 있도록 길을 열어줄 필요가 있다.

그러면 기업도 스스로 전문자격을 갖춘 전문가 육성에 힘을 쏟게 될 것이고, 지식기반을 바탕으로 한 안전분야의 컨설팅 비즈니스를 활성화하는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러한 정책적 접근과 고려가 현재 정부가 추구하고 있는 안전의 내실화와 이를 기반으로 한 창조경제를 구현하는 구체적인 방법이 될 것이란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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