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로 한국가스공사 선임연구원

(공동기고 : 한국가스공사 김효선 책임연구원·김낙균 선임연구원)

-국제유가, 2014년 6월 19일 기점 급속하락-
-OPEC 산유국 갈등·러시아 제재 등 원인 복잡-

[에너지신문] 최근 국제유가가 급속히 하락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11월 27일 OPEC 총회에서는 감산 가능성을 꾸준히 제기하였음에도 불구하고, OPEC 수장국 사우디의 강경한 의지에 따라 생산유지가 결정되었다. 감산 부결 결정은 유가하락을 가속화해, 지난해 12월 14일 WTI 가격이 50달러대로 진입하였다.

이 같은 유가 하락세에도 불구하고 미국 Eagle Ford와 Bakken 셰일의 생산성이 증가하고 캐나다, 유럽, 아시아 지역의 신규 생산개시로 인해 내년도 유가스 생산량은 오히려 3% 증가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많은 전문가들은 유럽과 아시아 지역의 경제회복 속도가 예상보다 빠르거나 중동지역의 새로운 정치이슈가 불거지지 않는 한 유가 하락폭은 더 커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과거에 유가의 급격한 변동은 중동지역의 정치리스크이거나 미국 발 금융위기와 유럽위기 등의 경제 상황이 대표적인 원인이었으나, 최근 저유가를 견인하는 주요 원인은 OPEC 산유국간의 갈등과 서방의 러시아 제재 등 과거와는 달리 매우 복합적인 것이 특징이다. 게다가 미국이 원유생산국으로 크게 부상하면서 기존의 오일 헤게모니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이에 기존의 중동지역의 정치적 리스크가 그대로 산재하면서 과거 어느 때보다도 유가 전망이 어려워지고 있다.

따라서 본고에서는 최근 저유가의 배경을 살펴보고, 수요와 공급 패턴의 변화를 분석, 유가와 연계된 주요 경제지표를 통하여 2015년의 유가전망에 대하여 살펴보고자 한다.

최근 유가 하락의 배경

2014년 연초 $107.9/bbl로 시작한 브렌트 유가는 6월 중순까지 완만한 상승과 감소를 반복하다, 6월 19일을 기점으로 급속히 하락하였다. 6월 19일 $107.9/bbl에서 12월 12일 $61.8/bbl로 6개월 사이에 무려 46.3% 하락하였다. (<그림> 1, 2 참조) 이 같은 유가 급락은 국제유가가 최근 5년간 배럴당 $100 유지했던 것에 비춰보면 상당히 이례적인 일이다.

세계 석유수요 증가세는 과거 미국 발 금융위기 및 유럽 재정위기 이전에는 약 3.9%/년의 증가율을 보였으나, 최근에는 연 1% 미만의 매우 미약한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그동안 세계경제의 성장엔진으로 불리며 석유수요 증가세를 견인한 중국 및 비OECD 아시아 수요의 증가세 둔화가 되었다. 이로 인해 세계 석유수요 총 변화량 역시 이전대비 상당히 둔화된 2.77mmbpd에 그쳤으며, 이와 같은 수요증가세 둔화는 유가 상승압력을 이전대비 크게 약화시켰다.

특히 중국의 최근 원유 소비량은 증가추세가 상당히 감소하였다. <그림 4>와 <그림 5>는 2000년 이후 중국과 기타 아시아의 월별 원유 소비량과 전년대비 증가율을 나타낸 것으로 과거 중국의 석유수요는 대체로 전년대비 5%를 상회하는 높은 수준의 증가율을 지속해 왔으며 전년대비 두 자릿수의 증가율도 매우 자주 관찰될 정도로 빠른 증가세를 유지하였다.

중국 및 중국 이외 비OECD 아시아의 장기 석유수요 추이(그림3)

중국 월별 석유수요 전년대비 증가율(그림4)

그러나 2007~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와 유럽 재정위기 이후 중국의 석유수요 증가율은 크게 감소하여 대체로 전년대비 5% 전후를 유지하는 정도에 머물러 있으며 특히 내년 수요증가율은 전년대비 2~3% 전후에 그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원유 공급측면에서는 2014년 상반기부터 미국 원유 증산량이 세계 원유 생산차질량을 안정적으로 상회하기 시작하면서 최근 수개월 동안의 유가 급락세에 단초를 제공하게 되었다.

이같은 미국의 원유생산 증가세는 셰일혁명에 의해 시작된 타이트오일 생산에 의한 바가 컸다. 특히 타이트오일 생산량은 2011년부터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구체적으로는 2011년 1월 1.7→2014년 10월 5mmbpd로 3.3mmbpd의 생산증가를 기록했는데, 이는 중동지역 정정불안에 따른 생산차질량을 거의 모두 상쇄시키는 정도의 물량이다.

같은 기간 타이트오일 이외의 원유생산은 2011년 1월 8.09→2014년 10월 9.31mmbpd로 1.22mmbpd의 증가를 보여 타이트오일보다 훨씬 느린 증가세를 보이고 있어, 사실상 현재의 미국 원유 생산증가는 타이트오일이 견인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015년 세계 경제 완만한 회복 속 러시아 ‘불안’-
-글로벌 경기 부진 탓 국제유가 ‘하락요인’이 지배적-


세계 경제 성장세 둔화로 인한 저유가 시대 도래

세계 경제는 미국 경제를 중심으로 회복세를 보이나 유로존과 일부 신흥국의 경기침체로 인해 성장이 둔화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미국 경기는 최근 양호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경제성장률은 점진적으로 상승 추세를 보이고, 특히 산업생산지수가 크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주택시장도 주택가격이 증가하고 있고, 소비자 심리지수도 전반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물가는 1% 중반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고, 7% 중반 수준을 유지하던 실업률도 5% 중반까지 하락하였다. 이 같은 경기 호조세는 당분간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유럽의 경제는 재정위기 이후 마이너스 성장에서 플러스 성장으로 돌아섰다. 경제성장률은 2013년 3분기 이후 전년대비 증가세로 돌아섰고, 산업생산지수도 2014년부터 증가세로 돌아섰다.

하지만 문제는 고용시장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유로존 실업률은 2012년 이후 지속적으로 10% 이상의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높은 실업율은 유럽의 저성장의 발목을 잡고 있고, 청년실업률은 사회문제까지 번질 우려가 있다. 최근 리카르도 IMF 총재는 유럽연합은 실업율을 낮추기 위해 총력을 기울여야 하며, 특히 높은 청년 실업률은 사회적 불평등으로 나타나 폭력사태까지 발생한다고 경고하였다.

신흥국의 경제는 중국의 성장추세 감소가 두드러진 특징이다. 중국은 2008년 금융위기 이전까지는 10% 이상의 높은 경제성장률을 보였으나, 2008년 이후 점진적으로 감소하여 2012년에 8% 성장이 무너진 뒤에 2014년 3분기는 전년동기대비 7.3% 성장하였다.

신흥국의 다른 한축인 브라질은 경제성장률이 2014년 2분기와 3분기에 연속적으로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였고, 러시아는 2014년 3분기동안 1% 미만의 낮은 경제성장률을 보였다. 이에 반해 인도와 인도네시아는 5% 경제성장률 수준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고, 싱가포르와 타이완도 과거 성장세를 견지하고 있다.

특히 최근 중국은 추출액 증가추이가 상당부분 둔화된 모습이고, 내수 산업활동 또한 전반적으로 하향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경기 선행지표도 향후 단기적으로 이 같은 추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정부도 과거와 같은 대규모 성장 정책보다는 소규모 정책을 통해 현재 7% 경제성장률 수준을 유지하려 할 것이다.

향후 전망

향후 세계 경제는 완만한 회복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국제통화기금(IMF) 전망치에 따르면 미국은 양적완화 종료 이후에 금리인상에 대한 압박이 있는 상황이기는 하나, 투자, 주택시장 등 전반적인 경기가 회복세를 보이고 있어 2015년 3.1%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유로존의 경우는 회복세가 나타나기는 하지만, 더딘 성장세를 보여 2015년 1.3%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었다. 일본경제는 지속적인 양적완화 정책에도 경기가 호전되지 않아 2014년과 2015년에 각각 0.9%와 0.8%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신흥국의 경우는 성장세가 다소 주춤하지만, 아시아를 중심으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 경제는 성장세가 다소 낮아져 2014년 7.4%, 2015년 7.1%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인도의 경우는 5% 성장세를 다시 회복하여 2014년 5.6%, 2015년 6.4%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였다.

브라질 경제는 2014년 0.3% 성장으로 매우 더딘 회복세를 보이나 2015년은 1.4% 성장으로 다시 성장세로 돌아설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러시아인데, 최근 유가 하락으로 큰 타격을 받아 2014년과 2015년 성장률이 0.2%와 0.5%의 낮은 수준으로 전망되고 있다.

특히 유가하락에 따른 재정압박으로 인해 외환보유고가 급속히 감소하고 있고, 환율이 급등하고 있다. 치솟는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러시아 중앙은행은 2014년 12월 15일에 전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이전 10.5%에서 17%로 무려 6.5% 포인트 인상하였다.

12월 11일에 10.5%로 인상한 뒤에 닷새 만에 이루어진 이번 금리인상안에 대해 러시아 중앙은행은 환율 급상승과 이로 인한 물가상승을 억제하기 위한 대책이라는 점을 강조하였지만, 채무불이행 사태로 이어질 경우 향후 세계 경제에 또 다른 불안요인으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의 경제성장률.

중국의 경기상황.

더구나 내년 하반기 이후에 진행될 미 연준 기준금리 인상으로 인해 신흥국 자금 이탈 가능성 등 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도 증대될 전망이다. 하지만 미 연준은 러시아, 베네수엘라 등의 신흥국 시장을 고려하여 출구전략을 실행할 것을 시사하여 금리인상에 따른 금융시장 변동성을 최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런데, 이렇게 금융시장에 커다란 뇌관이 존재한다 할지라도 향후 국제원유시장은 저유가를 유지할 것으로 전망된다. EIA가 매월 내놓는 단기에너지전망을 살펴보면 2014년 11월 2015년 평균유가를 전월 전망대비 18달러 하향조정한 $83.42/bbl로 전망한데 이어, 12월 전망에서는 11월 전망치를 재조정하여 $68.08/bbl로 내다보고 있다.

글로벌 경기부진과 올해의 유가하락으로 인해 전 세계적인 디플레이션 우려가 있는 상황에서 향후 유가전망은 상승요인보다 하락요인이 지배적이다.

이렇게 유가전망이 연달아 하향조정 되면서 OPEC 회원국들 간의 알력이 더 심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사우디의 맹공을 받고 있는 미국 타이트오일이 $50~60/bbl에서 현재 생산량을 유지 가능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OPEC을 긴장시키고 있다.

또한, 원유수출 경제 의존도가 높은 회원국들의 경우 현 수준의 유가가 지속될 경우 중장기적으로 생산유지·증가가 어려워지면서 수급압박 압력이 재부상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그러나 중소 산유국들의 세계 생산량 비중이 그다지 높지 않기 때문에 대폭 유가반등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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