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덕 한국도시가스협회 전무이사

[에너지신문] 지난 70년대 두 차례의 석유파동으로 인해 경제사회적으로 힘든 시기에 처했을 때 우리나라는 오일파워가 위력을 부리고 에너지안보는 위축되는 등 에너지 자원빈곤국가로서의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안전하고 경제적이며 편리한 청정에너지인 도시가스가 공급된 지 어느덧 30여년! 가스공급과 함께 설립된 우리 협회도 지난 6월 16일 창립 30주년을 맞이해 청장년의 반열에 들어서게 되었다.

돌이켜 보면 80년대 초 사업 초창기에는 가스산업에 대한 전망이 매우 비관적이었다. 장치산업으로서 초기투자비가 엄청나고 회임기간이 7~8년인 탓에 대기업은 물론, 중견·중소기업들도 사업 참여를 주저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당시에 연탄사업에 주력했던 기업들이 중심이 되어 가스시대가 올 것이라는 확신을 바탕으로 정부의 정책을 믿고 과감하게 이 사업에 뛰어들었다. 우리 도시가스업계 선대 경영인들의 산업 패러다임에 대한 통찰력이 없었다면 우리는 오늘과 같이 안정적인 에너지공급으로 국민들의 생활패턴과 주거양식을 크게 변화시켜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혜택을 누리지 못했을 것이다.

도시가스 사용가구는 1650만 가구를 넘어섰고, 배관망은 경부고속도로의 91배가 넘는 3만8600㎞를 구축하였다. 전국 보급율은 78%에 이르는 등 우리나라의 도시가스사업은 명실상부한 국민연료사업으로 성장함은 물론, 가스산업 선진국도 부러워하는 수준에 도달했다.

지난 25년간의 연평균 공급증가율은 21.5%에 달하여, 반도체의 ‘황의 법칙’에 비견되는 이른 바 ‘가스의 법칙’을 만들었다. 95년 이후부터 거의 매 5년 마다 50억㎥ 이상 성장(95년 50억㎥, 99년 100억㎥, 04년 150억㎥, 10년 200억㎥ 초과 달성)하는 성과도 이룩했다.

우리는 이 위대한 법칙(성과)을 이루기 위하여 수많은 시련, 끊임없는 노력과열정은 물론, 공급지연에 대한 비난도 감내했다. 인고의 노력 끝에 달지 않는 열매가 어디에 있겠는가마는 외국에 비해 그 역사가 일천한 30년 결과에 대해 우리가 무한한 자긍심과 자부심을 갖는 이유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큰 성과를 이룬 과거와의 단절에 더 익숙해야 한다. 지난 영광에 도취하여 사라진 찬란한 문명이 어디 한 둘이었는가! 수년전부터 둔화되었던 성장세가 금년을 시발점으로 본격적으로 역성장이 시작되었다.

향후에는 경쟁과 고객니즈의 확대가 에너지시장을 변화 시킬 것이다. 이제 우리는 지난날의 보람된, 비약적인 성장실적은 도시가스역사에 기록하고, 새로운 30년, 더 먼 미래를 위해 부단한 자기성찰과 혁신을 해야 한다. 공급제일주의 경영전략을 과감히 탈피하고 변화와 혁신을 위한 끊임없는 노력과 고객만족경영의 질적 성장을 도모하는 질경영(質經營)으로의 진입이 필요한 시점이다.

때마침 우리는 고객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갖고 그간의 사랑에 대한 보답차원에서 도시가스사회공헌기금을 조성하고 창립 30주년기념식에서 이를 선포한 바 있다.

일본가스사업의 경우, 최근 10년 동안 고객증가율이 연평균 1%에 그친 반면, 공급량은 연평균 3% 이상 성장한 사례는 여러 가지 시사점을 주고 있다.

가스산업 전체인(Gas Chain)에 걸친 가치창출을 위한 투자와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이에 우리 업계는 그간의 영업 전략 외에 IMO의 선박용 온실가스 감축방안 등과 연계한 수송용 시장의 저변 확대, 기후변화협약의 편익을 살려 타 경쟁연료와의 경쟁우위 확보 및 가전(家電)의 가스화를 통한 수요창출에 배가의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또한 스토리(Story)와 소통(sympathy)이 있는 고객만족 경영을 통하여 더 많은 수요를 창출해야 만 지속가능발전을 도모할 수 있을 것이다. 저물어 가는 갑오년 마지막 주에 영광스러운 30년을 반추 해 보고, 새로운 30년, 더 먼 미래를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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