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은명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위원

이은명 연구위원.
에너지전문가 칼럼 2 - 가스부문
에너지경제연구원ㆍ에너지신문 공동기획

요즘 우리나라 LPG산업이 처해 있는 상황을 보면 ‘사면초가(四面楚歌)’라는 고사성어를 떠올리게 된다.

꾸준한 증가세를 보이던 LPG 소비는 지난해에 감소세로 돌아섰고, 클린디젤을 앞세운 정유업계의 공세가 거세지고 있으며 정부의 물가인상 억제정책에 따라 수입가격 상승에 따른 인상요인을 가격에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또한 LPG 수입ㆍ제조사는 가격담합혐의로 천문학적인 금액의 과징금을 부과받았고 택시업계는 가격 담합에 따른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제기하였다.

지난 해 국내 LPG 소비량은 2003년 이후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섰다.

2010년 국내 1차에너지 소비는 전년도에 비해 7.1% 증가한 데 비해 LPG 소비는 오히려 감소하여 1차에너지 중 LPG의 비중은 2009년의 4.6%에서 2010년에는 4.2%로 0.4%p 하락하였다.

문제는 이와 같은 LPG 소비 감소 추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가정ㆍ상업용이 주를 이루는 프로판 소비는 천연가스 보급확대에 따라 지속적으로 감소할 것이다.

‘제10차 장기 천연가스 수급계획’에 따르면 2016년까지 도서지역을 제외한 거의 모든 지역에 천연가스를 공급할 계획으로 있다. 또한 도입 LNG의 열량이 낮아짐에 따라 프로판의 새로운 수요처로 등장한 열조용 LPG 수요도 ‘천연가스 열량범위제’가 도입될 경우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주로 자동차용 연료로 사용되고 있는 부탄은, LPG 차량의 꾸준한 증가에 힘입어 지속적인 증가세를 보여 왔으나, LPG 차량대수는 작년 11월 246만 대를 정점으로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는 1990년대 말부터 2000년 초반에 구입했던 LPG 차량의 폐차 시기가 도래함에 따라, 기존 LPG 차량의 상당수가 휘발유나 경유 차량으로 교체되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해석된다.

2010년 부탄 소비량은 전년 대비 5.9% 감소하였고 이러한 추세는 향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LPG산업이 처해 있는 이러한 어려움을 극복하고 생존할 수 있는 길은 무엇인가? 그 답은 가격경쟁력 회복과 LPG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LPG 소비 감소의 주요인은 타연료 대비 낮은 가격경쟁력이다. 경쟁연료인 LNG 대비 LPG(프로판)의 유효열량당 가격비는 LPG 가격자유화 직전인 2000년 100:149에서 2005년에는 100:181로, 현재는 100:209로 점차 악화되고 있다.

그 주된 원인은 수입가격의 상승과 높은 유통비용에 있으므로, 수입가격과 유통비용을 낮추는 것이 가격경쟁력 회복의 관건이다.

수입가격은 사우디의 수출가격(CP)과 환율 등 외생적 요인에 의해 결정되므로, 그동안 수입사들도 수입가격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소홀히 한 것으로 보인다.

향후에는 LPG 공급국의 증가로 CP의 영향력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므로, 국제 LPG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여 저가의 현물 도입비중을 높여 수입가격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프로판의 판매소 마진율은 2000년 20% 수준에서 현재는 약 30% 수준으로 높아졌다. 유통비용을 낮추기 위해 정부와 업계는 유통구조 개선을 위한 여러 가지 방안을 마련하였으나 각 당사자들의 이해가 상충되어 제대로 시행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각자의 기득권만을 고수하려 할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상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다는 차원에서 유통구조 개선에 함께 노력하여야 한다.

LPG는 환경적인 측면에서의 장점뿐만 아니라, 분산형 에너지원으로서 위기(자연재해, 전쟁, 테러 등) 발생 시 신속한 복구가 가능한 장점이 있다. 또한 LPG는 1차에너지 소비의 4~5%를 차지하는 중요한 에너지원으로서 국가 에너지 안보 측면에서도 적정 수준을 유지할 필요가 있다.

그동안 LPG는 '친환경ㆍ서민 연료'로 인식되어 다른 연료보다 낮은 세제 혜택을 바탕으로 국내 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대해 온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책적 지원 요구가 설득력을 얻기 위해서는 LPG 업계의 노력이 선행되어야 한다.

이와 같은 여러 가지 어려운 여건에도 불구하고 향후 LPG의 가격경쟁력이 다소 좋아질 것이라는 전문기관의 전망은 고무적이다. Poten & Partners나 Purvin & Gerts 등은 중기적으로 국제 LPG 수급여건이 호전되어 2015년 경까지는 가격경쟁력이 나아질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긍정적인 전망은 전망일 따름이며 LPG산업이 침체에서 벗어나 발전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업계의 노력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LPG 업계와 정부가 머리를 맞대고 장기적인 발전방안을 마련하여 LPG산업이 ‘사면초가’에서 벗어나 ‘탄탄대로’가 펼쳐지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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