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신문] “올해는 전기를 아끼라고 나라에서 강요하지 않아서 좀 편하네요. 작년까지는 난리도 아니었는데...”

얼마 전 자주 가는 단골 음식점의 사장님은 한창 더워진 요즘이지만 공무원들이 수시로 방문해 절전을 전도하거나 불쑥 요상한 장비를 꺼내들고 실내 온도를 측정하지는 않는다고 했다.

올해 예비전력 확보량이 넉넉한(?) 수준인 550만kW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면서 정부가 지난해까지 시행했던 강제 절전규제 대신 자율적 에너지절약 실천을 유도하기로 정한데 따른 분위기의 변화를 이미 상인들은 충분히 체감하고 있는 것 같다.

2011년 9.15 정전사태 이후 우리나라는 에너지 위기의식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정부는 해마다 여름과 겨울 전력피크에 대비해 각종 절전홍보 아이디어와 규제책을 내놓기 바빴다. 에너지관리공단이 고유의 업무보다 하절기 절전캠페인에 몰두한 것도 이 시기였다.

냉방을 심하게 하면 과태료를 물게 하고 TV에서는 연예인, 스포츠 스타들로 구성된 홍보대사들이 에너지를 아끼자고 강조했다. 집 안이든 집 밖이든 절전에 대한 정부의 요구는 강력했고, 9.15사태에 아무런 책임이 없었던 일반 시민들과 상인들은 절전문화에 동참하면서도 이를 강요하는 정부에 불만을 갖기도 했다.

지난해까지 불었던 절전의 열풍 때문이었을까. 안정적인 예비력 확보는 둘째 치더라도 올해는 한층 여유가 있어 보인다.

대표적으로 체감되는 것이 시원한 가게들이다. 바깥도 덥고 가게 안도 더웠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는 적당한 냉방으로 시원함이 느껴진다.

흥미로운 것은 과도한 냉방을 법으로 규제하지 않음에도 많은 상점들이 예전처럼 에어컨을 ‘빵빵하게’ 틀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2년 남짓한 절전 캠페인과 규제가 상인들의 습관을 바꿔 놓은 것인지도 모르겠다.

정부가 억지로 규제를 하지 않고, 국민들이 자율적으로 에너지절약을 실천해주길 바라며 많은 국민들이 이에 호응해 스스로 적정량의 냉난방 온도를 지키는 것은 바램이 아닌 현실이 되고 있다.

지나친 홍보와 규제가 없어진 올해, 정말 오랜만에 돌아온 일상의 여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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